사진 한국기원 제공
‘삼성화재배 서양인 첫 32강’ 록하트
세계기전인 삼성화재배에 서양인으로 처음 본선(32강)에 올랐던 미국의 벤저민 록하트(22·오른쪽)의 도전이 2패로 끝났다.
록하트는 9일 중국 베이징 제이더블유(JW) 메리어트 호텔에서 ‘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 마스터스’ 본선 32강 조별리그 2차전에서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 9단에게 졌다. 전날에는 중국의 간쓰양 4단에게 졌다. 삼성화재배는 더블일리미네이션 제도를 둬 조별리그에서 2패를 기록하면 탈락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한·중·일 아시아 3국이 주름잡는 세계바둑대회에 서양인이 출전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 삼성화재배는 바둑 세계화를 위해 32강 티켓 가운데 하나를 한·중·일과 대만 등 4개국 이외 나라의 선수에게 주는 월드조를 편성했고, 록하트는 동남아의 강자들을 제치고 본선에 올랐다. 그동안 월드조에서는 3년 연속 미국 대표가 1위를 차지해 32강 본선에 올랐지만 록하트 이전 참가자들은 중국계 미국인이었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 출신인 록하트는 브라운대학 수학 교수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9살 때 처음 바둑돌을 잡았다고 한다. 한국 기준으로는 아마 7단 수준이다. 프로와 대결한다면 2점을 깔고 두면 맞는다. 그는 2012년 서울로 건너와 충암고 출신 기사들이 만든 충암바둑도장에서 공부하면서 실력을 쌓았다.
록하트는 “대학을 나와 직장을 구하는 평범한 삶을 살고 싶지는 않았다. 바둑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었는데 마침 서울에 지인이 있어 한국으로 오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요다 9단에게 진 뒤에는 아쉬움도 드러냈다. “이길 수도 있던 바둑을 실수로 져서 너무 아쉽다. 하지만 유명한 기사들과 대국했다는 사실만으로 영광이다.”
록하트의 1차적인 목표는 미국바둑협회 소속 프로기사가 되는 것이다. 최근 미국협회도 1년에 1명씩 프로기사를 선발한다. 그는 “미국에서 바둑 활성화에 나서는 것이 내 목표이긴 하지만 아예 서울에 뿌리를 내릴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본선 출전 사실을 부모님께 알렸을 때 너무 좋아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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