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바둑리그, 우승후보 누구
8개팀 100% 드래프트로 구성 완료
박정환 뽑은 티브로드 ‘1강’ 꼽혀
이창호·이세돌, 신안에서 쓸어가
정관장은 나현 등 잠재력이 강점
8개팀 100% 드래프트로 구성 완료
박정환 뽑은 티브로드 ‘1강’ 꼽혀
이창호·이세돌, 신안에서 쓸어가
정관장은 나현 등 잠재력이 강점
강호 티브로드에 도전하는 다크호스는 누가 될까?
지난달 26일 한국기원에서 2014 케이비(KB)국민은행 바둑리그 선수선발식이 열렸다. 티브로드, 킥스(Kixx), 화성시코리요, 신안천일염, 에스케이(SK) 엔크린, 포스코켐텍, 정관장, 씨제이이앤엠까지 8팀은 팀당 1지명부터 5지명까지 선수를 선발해 모두 팀 구성을 완료했다. 올 시즌 바둑리그는 보호선수제도를 일시적으로 없애고 100% 전면 드래프트를 실시했다. 그래서 감독에 따른 팀 색깔이 확연히 드러나는 개성 강한 팀들이 만들어졌다. 내년부터는 5명까지 최대 3년간 보호선수를 지명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 뽑힌 대표격 선수들은 향후 수년간 그 팀의 간판이 된다.
선발식 결과 1순위로 뽑은 박정환 9단을 필두로 김승재, 강유택, 이동훈, 안조영을 선택한 티브로드가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점쳐졌다. 박정환은 현재 한국랭킹 1위에 올라 있고, 2, 3지명인 김승재, 강유택은 지난 시즌 부진했지만 모두 한방을 갖추고 있다. 이동훈 역시 4지명이지만 2~3지명에 불렸어도 이상하지 않을 실력의 소유자. 지난 시즌 티브로드의 이상훈 감독은 약체로 평가됐던 팀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끈 바 있다. 여기에 올해는 탄탄한 전력까지 갖췄으니 상대 감독들로부터 ‘1강’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팀들이 있다. 베테랑 스타들이 뭉친 신안천일염과 혈기 넘치는 신예들의 정관장이다.
■ 이창호와 이세돌이 만났다 이창호(39) 9단과 이세돌(31) 9단은 15년 동안 64번이나 대결을 펼쳤다. 두 사람의 맞대결은 언제나 화제였지만 이번에는 적이 아닌 동지로 뭉쳤다. 신안천일염의 이상훈 감독은 두 ‘베테랑’ 이세돌과 이창호를 1, 2지명으로 선택했다. 3지명으로는 이세돌의 제자이자, 신진서와 함께 ‘양신’으로 불리는 영재 신민준(15)을 선택해 ‘스타군단’을 완성했다. 여기에 이호범, 안형준이 가세했다.
이창호는 세계대회 최다 우승(23회), 통산 최고 승률(947승289패·승률 0.798)을 자랑하는 살아있는 바둑계의 신화, 그리고 이세돌은 이창호의 뒤를 이어 세계 바둑의 1인자로 군림한 천재 기사다. 이창호는 전성기를 지났고, 이세돌 역시 예전 같은 절대 권력자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베테랑으로서의 저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장고바둑이 5판 중 3판으로 대폭 확대돼 베테랑의 가치가 더 커졌다.
‘스타’는 단순히 이름값이 아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실력을 발휘해야 스타가 된다. 신안천일염이 기대하는 것은 바로 그 점이다. 실제로 이세돌은 지난 시즌 부진에 빠졌음에도 신안천일염을 이끌고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에 이어 챔피언결정전까지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상훈 감독은 “우리 팀의 상징인 이세돌을 다행히 다시 지명했고 아울러 이창호까지 보유할 수 있어서 대만족이다. 노장과 신예의 조화를 이뤄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정상을 밟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 젊은 피 정관장 선발식에서 각 팀 감독들은 순서대로 상위 랭커들을 1지명으로 순서대로 뽑아갔다. 7순위 정관장의 순서에서 장내가 술렁였다. 김영삼 정관장 감독이 랭킹 15위의 19살 나현 4단을 호명했기 때문이다. 나현은 지난해 포스코켐텍에서 2지명으로 활약했다. 이유 있는 선발이었다. 나현은 최근 초산부동산배에서 2연승을 거두며 한국의 우승에 기여했고, 올해 17승2패로 다승 1위를 달리고 있다. 앞서 뽑힌 6명의 정상급 기사들이 이미 완성된 상태라면 어린 천재형 기사 나현은 계속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김영삼 감독은 “예전부터 나현을 꾸준히 성장할 기사로 보고 오랫동안 주목해왔다. 그동안 훌륭하게 성장해왔고 앞으로 더 큰 선수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서 진작부터 마음에 두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영삼 감독은 나현 외에도 김정현(23) 4단, 이원영(22) 4단, 김현찬(26) 2단, 올해 입단한 김명훈(17) 초단까지 젊은 선수들 중심으로 라인업을 짰다. 평균 나이 21.4살의 가장 젊은 팀이 됐다. 바둑리그가 8개월의 대장정을 치르는 만큼 당장의 이름값보다는 잠재력 있는 선수들에게 희망을 건 것. 김영삼 감독은 특히 “최근 입단자들이 예전에 비해 실력이 떨어지는 것 같은데 김명훈은 기존 선수들에 견줘 뒤지지 않는다”며 새내기 김명훈 초단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사진 한국기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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