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인종목’서 11년만에 승격
바둑은 스포츠일까? 이는 여전히 의견이 갈리는 주제다. 그러나 그런 논란과는 별개로 바둑은 점차 스포츠화의 길을 걷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1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파크텔 회의실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제9차 이사회를 열고 바둑을 제95회 전국체육대회 시범종목으로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2003년 제84회 전국체전에서 전시종목(현 동호인종목)으로 참가한 뒤 11년 만에 시범종목으로 승격된 것이다. 한국기원은 “이번 결정으로 전국체전 정식종목화도 가시권에 들어왔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던 바둑은 한국에 금메달 3개를 안기는 등 효자종목 노릇을 한 바 있지만, 올해 열리는 인천대회에서는 정식종목에 진입하지 못해 체육계에서 바둑의 위상이 약화됐다. 그러나 바둑이 전국체전 시범종목으로 채택됨으로써 지자체와 시도체육회의 지원을 받으며 스포츠로서의 기반을 다져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각 지역 교육청에 정식 바둑팀 창설을 요청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고등학생 바둑 기사들이 체육특기자로 대학에 진학하는 길이 열린다면 바둑이 엘리트체육으로서의 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김원 대한바둑협회 전무이사는 “시범종목 채택은 대한바둑협회를 비롯해 온 바둑계가 오랫동안 추진해온 숙원 과제였다. 새로운 시작으로 여기고 이를 발판으로 소년체전 종목화, 전국체전 정식종목 승격 등 좀더 높은 목표를 달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제95회 전국체전은 10월28일부터 11월3일까지 제주에서 열린다.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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