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사’ 최철한(28) 9단
이세돌 9단 3승2패로 꺾어
‘독사’ 최철한(28) 9단이 이세돌(30) 9단을 물리치고 생애 첫 명인 타이틀을 획득했다.
최철한은 15일 서울 홍익동 바둑티브이(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41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결승 5번기 제5국에서 366수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을 펼친 끝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이로써 종합전적 3승2패를 기록한 최철한은 제8대 명인으로 등극했다. 1969년 시작된 명인전은 그동안 조남철, 김인, 서봉수,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 박영훈 등 7명만이 타이틀을 차지한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기전이다.
최철한은 지난해 처음 명인전 본선 무대에 올랐을 만큼 유독 명인전과는 인연이 없었다. 이번 명인전을 앞두고 “다시 독기를 품어야겠다”며 심기일전한 최철한은 끝내 다짐대로 정상에 올랐다. 특히 결승 대국 상대가 권갑용 사범 문하 동문이자 절친한 바둑 선배 이세돌이기에 더 뜻깊은 승리였다.
이날 최철한과 이세돌은 한번씩 상대방의 대마를 잡으며 끝까지 승부의 향방을 알 수 없는 접전을 벌였다. 그러나 이세돌이 마지막 돌을 메우는 과정에서 실수하자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면서 승부가 끝났다. 최철한은 우승 확정 뒤 “그동안 이세돌 9단과의 번기 대결(결승, 준결승 등 주요 승부에서 단판 승부가 아니라 복수의 대국을 둬 종합전적으로 승부를 결정짓는 것)에서 한번도 이겨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 한을 푼 것 같다”며 “명인 타이틀을 임신한 아내에게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최철한은 이세돌을 상대로 번기 대결에서 4연패 뒤 첫승을 거뒀다. 이로써 최철한은 이세돌을 상대로 통산 전적 20승31패를 기록했다. 명인전 우승 상금은 8000만원, 준우승 상금은 2400만원이다.
이세돌은 올해 맥심배, 지에스(GS)칼텍스배, 춘란배, 삼성화재배 등 2개의 국내기전과 2개의 국제기전에서 결승에 올랐으나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특히 지난주 치른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중국의 탕웨이싱 3단에게 0-2로 패한 것이 뼈아팠다. 결국 올해 열린 마지막 기전에서마저 우승 문턱을 넘지 못하고 13년 만에 무관으로 한해를 마치게 됐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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