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6연승. 이세돌의 기세가 무섭다.
이세돌 9단이 31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열린 57회 국수전 4강전에서 홍성지 9단을 186수 만에 백 불계승으로 꺾고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 바둑은 올해 중국에 세계대회 우승컵을 내주며 사상 초유의 부진에 빠졌다. 한국 바둑의 부진은 이세돌의 부진과 겹쳐 있었다. 부동의 랭킹 1위였던 이세돌이 연거푸 주요 대회에서 고배를 마시며 3위로 밀려난 것. 이세돌이 9월3일 삼성화재배 32강 1차전에서 중국의 천야오예 9단에게 시간패를 당할 때만 해도 한국 바둑에는 먹구름이 드리웠다. 바둑계에서는 조심스럽게 ‘이제 이세돌도 한계가 온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고 이를 악물자마자 ‘이세돌마저’라는 탄식은 ‘역시 이세돌’이란 탄성으로 바뀌었다. 삼성화재배에서 천야오예에 당한 패배를 끝으로 이세돌은 연승을 달렸다. 더블일리미네이션 방식으로 치러진 삼성화재배 32강에서는 2, 3차전을 이기며 16강에 올라왔고, 16강에서 다시 만난 천야오예를 짜릿한 반집 역전승으로 꺾으며 기세를 올리더니 8강에서는 추쥔 9단마저 손쉽게 꺾었다. 국수전 결승 진출을 비롯해 41회 명인전에서도 강적 박영훈을 꺾고 결승에서 최철한과 만나게 됐고, 올레배 8강에서는 강유택을 9.5집 차로 꺾고 4강에 올랐다. 언제 슬럼프에 빠졌었냐는 듯 3개 주요 국내기전의 동시 우승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올해 단 하나 남은 세계대회인 삼성화재배 4강 3번기에서 이세돌이 우광야 6단에게 연승을 거둔다면 올해 최다연승 기록도 갈아치울 수 있다. 현재까지는 이희성 9단의 17연승이 시즌 최다 기록이다. 이세돌의 부활이 한국 바둑의 부활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4, 6, 7일 대전광역시 삼성화재 유성연수원에서 열리는 삼성화재배 4강 3번기는 <한국방송>에서 오후 2시10분부터 생중계될 예정이다.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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