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바둑

세계대회 첫 우승 잡아라…‘포스트 이세돌’ 돌격

등록 2013-09-05 19:23수정 2013-09-05 22:02

김지석 9단
김지석 9단
*포스트 이세돌: <김지석 9단>

삼성화재배 월드바둑서 16강 진출
정석 벗어나는 수법으로 역전극 펼쳐
“목표는 우승…이번 대회 욕심 크다”
대국장 문이 열렸다. 김지석(24·사진) 9단이 나왔다. 한국과 중국 취재진이 그를 둘러쌌다. 조금 전까지 ‘죽음의 조’에서 치열한 전투를 마치고 살아 돌아온 사람답지 않게 수줍은 미소를 보이며 속삭이듯 인터뷰에 응했다. 잠시 후 몇몇 여성 팬들의 사진 요청이 쇄도했다. 여성 팬 옆에 다소 뻣뻣하게 서 있던 김지석에게 옆에서 누군가 “미소!”라고 외치자 갑자기 개구쟁이 같은 천진한 웃음이 터져나왔다. 짧은 시간에 싸움꾼에서 수줍은 청년으로, 그리고 다시 개구쟁이 같은 모습으로 변신했다. 그의 바둑처럼 김지석은 종잡을 수 없다.

김지석이 4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대회 본선 32강전에서 한국 기사로는 가장 먼저 16강에 올랐다. 더블일리미네이션 제도에 따라 D조에 편성된 김지석은 3일 신흥 강자 커제 4단(중국)에게 역전승했고, 4일 최철한 9단마저 제압해 2승으로 후다닥 올라갔다. D조는 김지석, 최철한과 중국 랭킹 1위 퉈자시 3단, 신흥 강자 커제까지 속해 ‘죽음의 조’라 불렸다. 2명만 선택받을 수 있어 누구도 16강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김지석은 “강자들과 겨루니 오히려 편하다”며 극강의 여유를 보인다. ‘맹독’의 최철한을 상대할 때도 절묘한 수로 따돌렸다. 김지석은 “목표는 우승이다. 지금까지 세계대회에서 크게 보여준 게 없어서 이번 대회에 욕심이 크다”고 했다.

세계대회 무관이지만 김지석은 중국에서 이미 스타다. 잘생긴 외모 덕에 여성 팬들이 많다. 중국의 젊은 여성 팬으로부터 자신의 얼굴을 직접 그린 그림을 선물받기도 했다. 정작 한국에서는 그런 인기를 누리지 못한다. 김지석은 “중국의 바둑 열기가 부럽다. 하지만 한국 기사들이 잘한다면 국내에서도 인기가 생길 것이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외모와 달리 김지석의 바둑은 ‘터프’하다. 올해 3월 전투형 바둑의 대명사 이세돌 9단은 ‘포스트 이세돌’로 김지석을 지목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김지석은 지에스(GS) 칼텍스배 결승에서 이세돌과 만나 3전 전승으로 우승했다. 이세돌을 상대로 결승 5번기에서 3연승을 거둔 것은 김지석이 처음이다. 탄력을 받은 싸움꾼 김지석은 승승장구하며 올해 45승11패의 놀라운 기세로 한국 랭킹 2위에 올랐다.

그런데 김지석은 자신의 바둑을 전투적이라고 하지 않는다. “나의 바둑은 이기는 바둑이다. 이길 확률이 가장 높은 방식으로 둔다. 다만 남들이 안 하는 것에 도전하는 걸 즐기는데 그게 바둑에서 (전투적인)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그의 말대로 이번 삼성화재배에서 진가가 드러났다. 첫날 커제와의 대국에서 초반 실수를 저질러 중반까지 크게 밀려 모두 패배를 당연하게 여길 때 묘수를 냈고, 최철한과의 대국에서도 우상귀에서 정석을 벗어나는 수법으로 이겼다.

6살 때 조훈현 9단과 4점 접바둑 방송대국을 했던 김지석은 조훈현의 내제자가 됐다. 하지만 바둑 공부 대신 노는 데 정신을 쏟다가 열흘 만에 퇴출됐다. 김지석은 “그때는 너무 어려서 그게 얼마나 소중한 기회였는지 몰랐다. 그저 또래와 뛰어노는 게 좋았다”고 돌아봤다. 14살 입단 뒤에는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하며 4살 어린 박정환 9단에게 한국 바둑의 황태자 자리를 넘겨줬다.

그러나 타고난 재주는 감출 수 없다. 조금 늦었지만 김지석의 질주에는 무게감과 강렬함이 실렸다. 그는 “예전에는 한판 지더라도 경험을 쌓는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경험만 쌓을 시기는 아니다. 한판 한판이 소중해졌다”고 했다. 그만큼 승부사로서의 독한 자기단련에 익숙해지고 있다. 김지석은 “지금이 내 전성기라고 한다면 아쉬울 것 같다”고 했다. 더욱이 “바둑은 무궁무진하고 깊이가 끝이 없어서 아직도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다. 모르는 것들을 연구하고 알아가는 것들이 재미있다”고 강조한다. 삼성화재배 정상을 노리는 그의 마음에 퍼렇게 날선 각오가 보인다.

상하이/허승 기자 rais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대한탁구협회장에 이태성 선출 “탁구 강국 재건하겠다” 1.

대한탁구협회장에 이태성 선출 “탁구 강국 재건하겠다”

프리미어12 야구 대표팀 명단 발표…선발보다 불펜 강화 2.

프리미어12 야구 대표팀 명단 발표…선발보다 불펜 강화

신진서, 난양배 결승 왕싱하오와 격돌…“장고·속기 둘 다 대비” 3.

신진서, 난양배 결승 왕싱하오와 격돌…“장고·속기 둘 다 대비”

심우준, FA 큰손 한화 품으로…4년 최대 50억 계약 4.

심우준, FA 큰손 한화 품으로…4년 최대 50억 계약

김민재 맹활약 바이에른 뮌헨, 벤피카전 승리…2연패 탈출 5.

김민재 맹활약 바이에른 뮌헨, 벤피카전 승리…2연패 탈출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