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지석, 이영구, 윤준상
‘엄친아’ 김지석
2009년 첫우승 블루칩 평가받아
공격 일변도…타이틀 추가 못해 ‘모범생’ 이영구
우승 2011년 물가배가 유일
‘한방’ 모자라 준우승만 수차례 ‘항우장사’ 윤준상
2007년 이창호 제치고 우승
전투 좋아하지만 뒷심 부족 왜 안 될까? 바둑 고수들의 고통은 타이틀과 반비례한다. 많을수록 좋은데, 문턱에서 미끄러진다면 더 괴롭다. 프로바둑에서도 최고 반열의 기회를 앞에 두고 주춤하는 기사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김지석(24) 8단, 이영구(26) 9단, 윤준상(26) 9단이 ‘턱밑 3총사’로 꼽힌다. 입단 전부터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본격 기전 우승은 딱 1번씩뿐이다. 그것도 모두 국내 대회다. 그래서 정상 ‘후보그룹’이다. 2003년 입단한 ‘엄친아’ 김지석은 발상이 자유롭고 힘이 좋고 공격적이다. 미소년 얼굴과 달리 내부에서 끓어오르는 폭발력이 엄청나다. 당대 최고 조훈현 9단이 내제자로 탐낼 정도였다. 2007년 시즌 첫 100판을 넘겨(78승31패) 상금 1억원을 돌파했고, 이듬해 한국리그 영남일보 주장을 맡았다. 2009년 다승(71승20패), 승률(78%), 연승(14연승) 3관왕에 올랐다. 조훈현, 이창호에 이은 역대 3번째 기록으로 확실한 블루칩으로 보였다. 2009년 5회 물가정보배 첫 우승으로 탄탄대로에 들어선 듯했다. 그러나 타이틀 추가 소식은 감감하다. 정동환 한국기원 홍보부장은 “공격 일변도의 기풍 때문에 박정환 9단, 이세돌 9단 등 유연하게 맞받아치는 상대에게 약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제 대회 정상을 위해서는 중국 기사와의 대결에서 이겨야 하는데, 승률은 반타작을 넘기는 정도다. ‘모범생’ 이영구는 대부분의 프로기사들이 좋아하는 순둥이 모델이다. 기재도 뛰어난데다 24시간 바둑만 생각하는 외곬의 기사다. 그러나 2011년 물가정보배 우승 말고는 정상에 오른 기억이 없다. 2001년 입단해 준우승 문턱까지는 수도 없이 갔지만 마지막 한방이 부족했다. 김만수 8단은 “때로는 아마추어 30급이 두는 식으로 진흙탕을 뒹구는 수들도 두면서 상대방을 흔들어야 하는데, 모질지 못하다보니 정석으로만 둔다”고 했다. 1월 해군에 입대한 ‘항우장사’ 윤준상은 전투를 좋아하는 준비된 기사. 이세돌이나 조훈현의 날카로운 잽보다는 중국의 구리 9단이나 백홍석 9단의 묵직한 훅 스타일이다. 2001년 입단해 석달 만에 엘지(LG)배 본선에 올라 최단 기간 세계대회 본선행 기록을 세웠고, 2007년 국수전에서 이창호를 제치고 첫 타이틀을 따냈다. 그러나 더 이상 뻗어가지를 못한다. 과감한 수를 두지만 수비형처럼 부드럽게 처리하는 맛이 떨어진다. 형세가 불리하면 쉽게 돌을 던지는 것은 약점이다. 바둑계에선 유별난 1~2명의 최정상과 주변에 국제대회 우승의 정상권 기사들이 무리를 이룬다. 50년대 조남철, 60년대 김인, 70~80년대 조훈현과 서봉수, 90년대의 이창호와 유창혁은 각 시대의 상징이었다. 2000년대는 이세돌과 최철한, 박정환이 최고 반열에 올라 있다. 이 비탈진 승부 위계에서 70년대 말~80년대 초 ‘도전 5강’(서능욱, 백성호, 강훈, 장수영, 김수장)이 사라졌고, 90년대 초~중반 ‘신4인방’(윤현석, 윤성현, 최명훈, 양건)도 빛을 잃었다. 프로기사 전성기 연령이 낮아지는 추세를 고려하면 김지석, 이영구, 윤준상 등 ‘저평가 3인방’이 바짝 힘을 내야 한다. 이동훈(15), 변상일(16)과 신민준(14), 신진서(13)의 새 물결도 거세다.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최고의 기사와 바로 아래 기사의 차이는 정신적 측면인 ‘승부욕’과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타고난 기’ 두 가지 부문의 순도에서 가려진다”며 “절체절명의 위기 때 냉정을 유지할 수 있는 배짱을 갖추고 상대를 위압하는 기를 채우기 위해선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찾아온 기회를 꽉 움켜쥐는 집념이 있어야 대기만성도 가능하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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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첫우승 블루칩 평가받아
공격 일변도…타이틀 추가 못해 ‘모범생’ 이영구
우승 2011년 물가배가 유일
‘한방’ 모자라 준우승만 수차례 ‘항우장사’ 윤준상
2007년 이창호 제치고 우승
전투 좋아하지만 뒷심 부족 왜 안 될까? 바둑 고수들의 고통은 타이틀과 반비례한다. 많을수록 좋은데, 문턱에서 미끄러진다면 더 괴롭다. 프로바둑에서도 최고 반열의 기회를 앞에 두고 주춤하는 기사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김지석(24) 8단, 이영구(26) 9단, 윤준상(26) 9단이 ‘턱밑 3총사’로 꼽힌다. 입단 전부터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본격 기전 우승은 딱 1번씩뿐이다. 그것도 모두 국내 대회다. 그래서 정상 ‘후보그룹’이다. 2003년 입단한 ‘엄친아’ 김지석은 발상이 자유롭고 힘이 좋고 공격적이다. 미소년 얼굴과 달리 내부에서 끓어오르는 폭발력이 엄청나다. 당대 최고 조훈현 9단이 내제자로 탐낼 정도였다. 2007년 시즌 첫 100판을 넘겨(78승31패) 상금 1억원을 돌파했고, 이듬해 한국리그 영남일보 주장을 맡았다. 2009년 다승(71승20패), 승률(78%), 연승(14연승) 3관왕에 올랐다. 조훈현, 이창호에 이은 역대 3번째 기록으로 확실한 블루칩으로 보였다. 2009년 5회 물가정보배 첫 우승으로 탄탄대로에 들어선 듯했다. 그러나 타이틀 추가 소식은 감감하다. 정동환 한국기원 홍보부장은 “공격 일변도의 기풍 때문에 박정환 9단, 이세돌 9단 등 유연하게 맞받아치는 상대에게 약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제 대회 정상을 위해서는 중국 기사와의 대결에서 이겨야 하는데, 승률은 반타작을 넘기는 정도다. ‘모범생’ 이영구는 대부분의 프로기사들이 좋아하는 순둥이 모델이다. 기재도 뛰어난데다 24시간 바둑만 생각하는 외곬의 기사다. 그러나 2011년 물가정보배 우승 말고는 정상에 오른 기억이 없다. 2001년 입단해 준우승 문턱까지는 수도 없이 갔지만 마지막 한방이 부족했다. 김만수 8단은 “때로는 아마추어 30급이 두는 식으로 진흙탕을 뒹구는 수들도 두면서 상대방을 흔들어야 하는데, 모질지 못하다보니 정석으로만 둔다”고 했다. 1월 해군에 입대한 ‘항우장사’ 윤준상은 전투를 좋아하는 준비된 기사. 이세돌이나 조훈현의 날카로운 잽보다는 중국의 구리 9단이나 백홍석 9단의 묵직한 훅 스타일이다. 2001년 입단해 석달 만에 엘지(LG)배 본선에 올라 최단 기간 세계대회 본선행 기록을 세웠고, 2007년 국수전에서 이창호를 제치고 첫 타이틀을 따냈다. 그러나 더 이상 뻗어가지를 못한다. 과감한 수를 두지만 수비형처럼 부드럽게 처리하는 맛이 떨어진다. 형세가 불리하면 쉽게 돌을 던지는 것은 약점이다. 바둑계에선 유별난 1~2명의 최정상과 주변에 국제대회 우승의 정상권 기사들이 무리를 이룬다. 50년대 조남철, 60년대 김인, 70~80년대 조훈현과 서봉수, 90년대의 이창호와 유창혁은 각 시대의 상징이었다. 2000년대는 이세돌과 최철한, 박정환이 최고 반열에 올라 있다. 이 비탈진 승부 위계에서 70년대 말~80년대 초 ‘도전 5강’(서능욱, 백성호, 강훈, 장수영, 김수장)이 사라졌고, 90년대 초~중반 ‘신4인방’(윤현석, 윤성현, 최명훈, 양건)도 빛을 잃었다. 프로기사 전성기 연령이 낮아지는 추세를 고려하면 김지석, 이영구, 윤준상 등 ‘저평가 3인방’이 바짝 힘을 내야 한다. 이동훈(15), 변상일(16)과 신민준(14), 신진서(13)의 새 물결도 거세다.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최고의 기사와 바로 아래 기사의 차이는 정신적 측면인 ‘승부욕’과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타고난 기’ 두 가지 부문의 순도에서 가려진다”며 “절체절명의 위기 때 냉정을 유지할 수 있는 배짱을 갖추고 상대를 위압하는 기를 채우기 위해선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찾아온 기회를 꽉 움켜쥐는 집념이 있어야 대기만성도 가능하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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