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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바둑

‘마라톤’ 바둑전…돌부처 다시 솟았다

등록 2012-06-03 19:40

이창호, 대만 응씨배 4강 올라
스피드보다 완벽함 추구 ‘제격’
장고바둑 엘지배 등 승률 높아
‘신예’ 박정환 9단과 신구 대결
“벼랑 끝에서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서봉수 9단)

“끝났다고 했을 때 다시 일어난다.”(백성호 9단)

이창호(37)는 마음속의 바위다. 밀물에 가라앉지만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 나이로 마흔을 향한다. 바둑의 정점에서는 비켜났다. 국내 랭킹은 10위권 밖이다.(11위) 하지만 20년 절대왕좌를 지켰던 관록은 하루 새 바래지 않는다.

이창호가 다시 솟았다. 지난달 25~27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7회 응씨배 세계바둑 본선. 16강에서 중국의 쿵제 9단, 8강에서 대만의 장쉬 9단을 연파하고 4강에 올랐다. 4년마다 열리는 바둑올림픽 응씨배는 우승상금 40만달러가 걸렸다. 1988년 대만의 부호이며 애기가인 고 잉창치가 만든 최고 권위의 대회다.

확실히 다르다. 기사의 몸상태를 위해 대회 이틀 전 초청한다. 경비 절감을 위해 하루 전 초청하는 일이 없다. 대국을 마치면 다음날은 쉰다. 생각시간도 3시간을 준다. 좋은 기보를 남겨달라는 뜻이다.

이창호와 코드가 맞다. 스피드를 앞세우는 속기 바둑은 갈수록 힘겹다. 후배들은 계산이 빠르다. 기계인간인 사이보그와 싸우는 형국이랄까. 응씨배에서는 다르다. 텔레비전 중계를 위해 카메라와 조명을 들이대지도 않는다. “10초 남았습니다”라는 계시원의 소리에 쫓길 필요도 없다. 3시간을 넘겨서 쓰면 30분당 2점씩을 제하면 된다.

서봉수 9단은 이렇게 말했다. “응씨배가 장고바둑이라는 게 이창호의 성격과 맞는 부분이 있다. 이창호는 스피드보다는 완전무결을 추구한다.” 이창호는 최근 5년간 응씨배에서 70%(7승3패), 역시 3시간을 주는 엘지배에서는 72%(18승7패)의 승률을 기록했다.

물론 속기에 약한 것도 아니다. 생각시간 1시간 이내의 속기 바둑에서 최근 5년간 승률은 5월31일 현재 61.14%(96승61패)였다. 나쁘지 않다. 1~2시간 사이의 준속기에서는 72.22%(26승10패)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기본적으로 장고바둑이 유리하다. 하지만 장고바둑은 엄청난 체력을 요구한다. 그래서 1~2시간대에서 높은 승률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이창호는 4강 상대로 한국 차세대 선두주자인 박정환 9단을 만난다. 다른 4강 대진은 중국의 16살 신예 판팅위와 한국 킬러 셰허 9단으로 이뤄졌다. 4강과 결승 대진은 각각 3번기, 5번기로 열리는데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우승까지 5승을 해야 한다. 이창호는 대회 전 쿵제와 박정환을 우승후보로 꼽았다. 이미 쿵제는 이창호 스스로 제압했고, 이제 박정환과 맞선다. 이창호는 큰 경기에 강하고 박정환은 수읽기의 도사다. 서봉수 9단은 “그날의 기세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둑은 스피드를 좇아왔다. 텔레비전 시청자들은 기사들이 빨리빨리 두기를 원한다. 국내 바둑이 속기화한 이유다. 그 반대쪽에 생각의 예술, 기도, 예도로서의 바둑이 있다. 그 사이에서 이창호는 변신해왔다. 과거처럼 전 기전을 휩쓸지는 못하지만 결코 꺾이는 법이 없다. 3시간이라는 환경에 큰 경기, 3번기라는 요소 때문에 응씨배 4강전은 기회다. 과연 세계대회 최다 우승(21회) 기록을 갖춘 이창호가 별 하나를 더 보탤 수 있도록 전진할 수 있을까?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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