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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 오른 한국인 단 1명…그러나 대륙을 눕혔다

등록 2012-05-20 19:57수정 2012-05-21 18:42

백홍석(26)
백홍석(26)
비씨카드배 우승 백홍석
중국의 인해전술 홀로 뚫고
국내외 9회 준우승 설움 날려
“일주일만 쉬고 다시 뛸래요”
얼굴에 “착하다”라고 쓰여 있다. 험난한 세상,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승부 세계에서야 오죽하랴. 9전10기의 전설은 그래서 감동적이다. 16일 비씨(BC)카드배 세계대회 우승 때 팬들의 트위터는 불이 났다. “백홍석이 이겼다.” 당연히 이길 것 같은 이세돌이나 이창호의 승리 때와는 달랐다. 페르시아군을 무너뜨린 마라톤 승전의 소식을 알리던 그리스군의 심정이었을까.

16강전부터 백홍석(26)은 중국세에 포위됐다. 8강전부터는 혈혈단신과 다름없었다. 그런데 때로는 반집, 때로는 역전승으로 결승에 올라 중국의 신예 당이페이 4단을 3-1로 무너뜨렸다. 지난 5년간 국내외 대회 9회 준우승의 한은 한방에 날아갔다. 그것도 9회말 역전 홈런처럼.

2001년 입단한 백홍석 9단은 낙관파, 순둥이, 싸움닭, 불도저 등 복합적인 캐릭터다. 6살 때 고향 광주의 동네 바둑학원에서 한달 만에 ‘왕’이 된 천재. 9살 때부터 서울 권갑용 도장에서는 싸움닭으로 단련됐다. 김만수 8단은 “수읽기와 공격은 이세돌도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세돌과의 맞전적은 6승3패로 압도적이다. 통산 413승215패, 승률 65.76%.

백홍석은 “상대의 약점이 보이면 끊는다”고 했다. 상대만 끊기는 게 아니다. 나도 끊긴다. 그러면 싸움은 불가피하다. 집을 쌓는 바둑이 아니다. 얽히고설킨 복잡한 모양새가 대부분이다.

“어지럽게 몰고가야 유리하다”고 했다. 그만큼 힘을 숭배한다. 이세돌이 살랑살랑 때린다면, 백홍석은 쉴 새 없이 ‘돌주먹’을 날린다. 초반 포석과 끝내기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실전 전략이다.

비씨카드배 우승은 전환점이 될 듯하다. “큰 산을 넘은 기분이다. 자신감이 달라졌다. 즐기면서 내 바둑만 둔다고 생각하는 게 통했다.” 이전에는 바둑이 안 좋으면 마음속으로 쉽게 포기했다. 9번 준우승한 과거는 지나친 승부욕과 과욕이 원인이었다. 이제 완급 조절과 승부호흡, 집중력, 마인드 컨트롤의 기술을 안다.

이번 비씨카드배에서 이창호, 이세돌 등 국내 고수들은 줄줄이 나가떨어졌다. 16강 중 한국 기사는 3명이었고, 4강으로 좁혀질 땐 백홍석이 유일했다. 팬들은 “중국 인해전술을 이겨달라” “한국 바둑을 지키라”며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그 기운을 배신할 수는 없었다.”

서봉수 9단은 “세계대회 우승은 실력만으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운을 끌어당기는 것은 사람의 힘이다. 백홍석은 “인생에 3번의 기회가 있다고 그러더라. 이번엔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둘째 아들은 부모님께 큰 선물을 안겼다. 그동안 뒷바라지를 위해 부모는 서울까지 이사를 했다. 우승 뒤 첫 전화 상대인 어머니는 “장하다!”라며 크게 웃었다. 백홍석은 제대로 효도 한번 했다는 뿌듯함을 느꼈다고 한다.

이게 종착점은 아니다. 바로 위 선배 그룹엔 박영훈, 원성진, 최철한이 있다. 아래로는 윤준상, 이영구, 홍성지가 치받고 있다. 신예그룹인 박정환, 김지석, 강동윤도 압박해온다. 잠시라도 마음을 놓을 틈이 없다. 견제도 더 심해질 것이다.

백홍석은 “한시라도 바둑을 생각하지 않으면 퇴보한다”고 했다. 한국바둑리그에서는 신안천일염 팀원으로 바짝 고삐를 당겨야 한다. 8월에는 중국에서 열리는 바이링배 세계대회 32강전, 티브이(TV)아시아대회를 노려야 한다. 한눈팔지 않기 위해 자동차 면허증도 따지 않았다는 백홍석은 “딱 일주일만 쉬고, 다시 뛰겠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사진 한국기원 제공

[통합진보당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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