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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바둑

‘까칠한 싸움꾼’ 백홍석, 난세의 영웅 될까

등록 2012-04-22 19:58

한국랭킹 9위 백홍석 9단(오른쪽)이 비씨카드배에서 중국 7위 저우루이양을 격파하고 한국 기사로는 유일하게 4강에 올랐다. 17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8강전 대국 모습. 한국기원
한국랭킹 9위 백홍석 9단(오른쪽)이 비씨카드배에서 중국 7위 저우루이양을 격파하고 한국 기사로는 유일하게 4강에 올랐다. 17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8강전 대국 모습. 한국기원
4회 비씨카드배 4강 홀로 생존
후반 강력한 흔들기 전투로
중 기사 휩쓴 판서 고군분투
다음달 후야오위와 준결승전
“인생 최고기회, 절대 안 놓쳐”
눈빛이 까칠해 마주 앉은 이가 괜히 주눅이 든다. “눈매가 매섭다”라고 하자, “워낙 싸움 바둑을 좋아하다 보니까 언제부턴가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모습도 그렇게 돼버린 것 같다. 그래도 마음만은 따뜻한 남자”라며 웃는다. 까칠한 미소 뒤엔 차돌 같은 옹골참이 있다. 4회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에서 한국 기사로는 유일하게 4강에 오른 ‘불도저’ 백홍석(26) 9단. 백홍석은 16강전에서 뉴위톈 7단에게 반집 승, 8강전에서 저우루이양 5단에게 1집반 승 등 중국 기사를 상대로 잇따라 끈질긴 역전승을 거두며 기적처럼 살아남았다. 지난해까지 중국랭킹 1위에 올랐던 신예 강자 저우루이양의 기세도 강단있는 백홍석 앞에선 미풍이었다. 한국 전멸의 위기감 속에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백홍석을 19일 만났다. 버거운 상대를 이긴 비결을 묻자 “한국 선수들이 전부 떨어져 바둑팬들이 모두 나를 응원해준 덕분에 4강에 오를 수 있었다”며 팬들에게 공을 돌렸다.

프로경력 12년째인 백홍석은 한국 바둑의 에이스급은 아니다. 세계무대에선 우승 경력이 없고 2006년 삼성화재배 4강이 최고 성적이다. 국내무대에서도 신예기전 1회 우승을 제외하면 모두 9회나 준우승에 머무르는 비운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활짝 날개를 폈다. 바둑왕전 준우승에 이어 바이링배 32강 진출 등 20승4패로 승률 1위에 올라 있다. 한국랭킹도 9위까지 끌어올렸다. 비씨카드배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작년 말에 명인전에서 준우승하면서 그때부터 흐름이 좋았다. 이번이 내 바둑인생에서 처음 맞는 최고의 기회다.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

앙다문 입술에서 결연한 각오가 드러났다. 백홍석은 근성이 뛰어나고 힘이 좋아 어려서부터 촉망받는 기재였다. 최근 몇년 사이 유행하는 중국식 포석도 거부하고, 남들이 잘 두는 행마도 거부한다. 오로지 자기류의 길을 가는 그의 바둑은 초반이 취약하다. 하지만 중후반 강력한 흔들기와 정교한 수읽기, 형세판단 능력으로 판을 뒤집는다. 바둑 관계자들은 “백홍석의 바둑 기질이 매우 강하고 전투가 아주 뛰어나다. 주눅들지 않는 강심장이 상대를 압박한다”고 평가했다. 실제 백홍석은 세계 1인자 이세돌 9단에게 최근 5연승을 거둘 정도로 싸움 바둑에 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싸움에 관한 한 누구한테도 물러서지 않을 자신이 있다.”

백홍석은 다음달 9일 후야오위 8단과 준결승전을 치른다. 후야오위는 이창호 9단을 쓰러뜨린 미위팅 3단의 돌풍을 잠재운 뒤 ‘한국킬러’ 셰허 7단마저 꺾었다. 중국랭킹은 10위. 아직 둘은 공식 대국에서 상대전적이 없다. 그러나 백홍석은 자신감이 넘친다. “본선 이후로는 상대가 누가 되느냐에 신경을 쓴 적이 없다. 누가 올라오든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내 스타일의 바둑을 둔다면 4강도 넘지 못할 벽은 아니다. 마지막 남은 한국 기사의 자존심을 살리겠다.” 백홍석이 세계무대에서 위기를 맞은 한국 바둑에 단비가 돼줄 수 있을까.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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