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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싸움바둑 닮고파…세계 1인자가 꿈”

등록 2012-03-11 20:12

박정환(19) 9단
박정환(19) 9단
19살에 최강전 정상
이세돌 22살 기록 깨
후지쓰배 등 4관왕도
“반상선 마음 차분해져”
맥심배 최연소 우승 박정환9단

이쯤이면 박정환(19) 9단 앞에 붙은 ‘미래권력’이란 수식어는 ‘용도 폐기’돼야 할 것 같다. 입신(9단)의 경지에 오른 이들만 출전한 13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에서 그는 절정의 감각으로 정상에 우뚝 섰다. 19살2개월의 나이가 더 눈부시다. 처음 출전해 최연소 우승. 종전까지 최연소 기록은 이세돌 9단이 세운 22살이었다. 이로써 박정환은 세계대회인 후지쓰배를 비롯해 지에스(GS)칼텍스배, 케이비에스(KBS)바둑왕전 등 4관왕에 올라 랭킹 1위 이세돌 9단(비씨카드배·춘란배·올레배·십단전)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국내 랭킹은 2위.

‘현재권력’으로 갈아탄 박정환을 결승 대국이 열린 제주 서귀포 하얏트리젠시호텔에서 6일 만났다. 아직도 듬성듬성 여드름 자국이 남은 얼굴은 밥 먹듯 처절한 싸움을 벌이는 승부사 같지가 않다. 바둑 둘 때의 날카로운 눈매와 앙다문 입술의 옹골참과는 딴판이다. 바둑판을 치워놓고 마주앉으니 19살 때묻지 않은 미소년일 뿐이다. 첫 출전에 타이틀을 딴 소감을 묻자, “덤덤하다”며 맹숭맹숭 답한다. 그와 친한 주변 사람들은 “평소엔 농담도 잘하고 자주 웃는다”고 했지만, 정작 본인은 “말을 많이 하면 본의 아니게 오해를 살 수 있다”고 경계했다. 속 깊은 박정환에게도 9단이라면 꼭 한번 정상에 올라보고 싶어하는 맥심배를 거머쥔 기쁨이 크다. 상금 2500만원을 챙겼기에, “(결승에서 만난 충암고) 최철한 선배에게 밥 한번 사겠다”고 말했다.

박정환은 지난해 8월 후지쓰배로 첫 세계무대를 제패한 뒤 연패의 늪에 빠지며 상승세가 주춤하는 듯했다. 그러나 프로기사들이 뽑은 ‘포스트 이세돌’ 박정환의 내공은 휴지기에 더 에너지를 끌어모았다. 맥심배는 재충천한 내공이 폭발한 무대였다. 최철한을 비롯해 김성룡·유창혁·박영훈·백성호 9단이 줄줄이 막내 입신 앞에서 나가떨어졌다.

어디에서 이런 괴력이 뿜어져 나오는 걸까? 양재호(9단)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후퇴를 모르고 덤벼드는 불같은 공격력에 요즘 신예들과 달리 마무리도 잘한다”고 평가했다. 이세돌 9단처럼 난타전으로 상대의 혼을 빼놓으면서도, 겉으로 빛을 발하지 않고 속으로 옹골차게 광채를 뿜어내는 모습은 이창호 9단과 닮았다는 평가다. 이창호 9단과 이세돌 9단 중 누굴 더 닮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주저없이 이세돌을 꼽는다. “싸움 바둑을 좋아한다”는 게 이유. 이세돌 9단을 넘고 싶으냐고 했더니 “그보단 그저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반상에 마주하면 떨리기보다는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도 박정환의 무기 가운데 하나다. 반집까지 짚어야 하는 정밀한 싸움에서 이는 최고의 덕목이다.

박정환은 대국이 끝난 뒤 ‘치밀한’ 복기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대국 수는 68국(48승20패·승률 70.6%). 각 대국을 거의 틀림없이 복기할 수 있다고 한다. 서봉수 9단은 “박정환은 참 열심히 복기를 한다. 그런 기사에겐 미래가 있다”고 높게 평가한 적이 있다. 올해는 좀더 많은 세계대회에 나가고 싶다고 한다. 최종 목표는 “세계대회를 모두 한번씩 우승해 세계 일인자”가 되는 것이다. 입단 뒤에도 키가 20㎝나 훌쩍 커버린 박정환. 키 못지않게 한국 바둑의 대들보로도 우뚝 섰다.

서귀포/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사진 한국기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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