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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구리, 10번기 ‘피의 대결’ 링에 오르나

등록 2012-01-18 20:13

2010년 성사 직전 흐지부지
올해 다시 한국기원이 추진
“현재 후원사 한곳과 접촉중”
“구리와의 10번기는 일생일대의 이벤트가 될 것이다.”

이세돌 9단은 최근 펴낸 자전 에세이 <판을 엎어라>(살림)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10번기는 일본 에도시대에 시작된 바둑계의 ‘끝장대결’이다. 10판을 두면서 4판의 차이가 나면 치수(기력의 정도에 따라 누가 먼저 둘 것인가를 정하는 기준)가 고쳐지고, 진 쪽이 하수로 전락해 명예에 큰 상처를 입는다. 중국의 우칭위안(오청원·98)이 1930~50년대 일본 기계를 완력으로 제압할 때 10번기 치수고치기 방식을 썼지만 파괴적 후유증 때문에 근래에는 잘 두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당대 최고를 가를 둘의 10번기는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라는 상상력을 자극해 유혹적이다. 2010년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흐지부지됐지만, 올해 한국기원이 적극적으로 나서 성사 가능성이 높아졌다.

■ 한국기원 “후원사 접촉중” 큰 싸움에는 큰 판돈이 걸려야 긴장감이 높아진다.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두 기사와 양국 기원이 동의하는 상황에서 후원사 문제만 원만하게 풀리면 10번기는 언제든 열릴 수 있다”며 “현재 후원사 한 곳과 접촉중에 있다”고 말했다. 둘의 명예 외에도 바둑계 전체를 위해 중요한 대국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워낙 관심이 높아 후원 효과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세돌은 “성사만 된다면 바둑계를 넘어서 대중들에게도 화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둘의 10번기가 논의됐을 때 총상금은 6억원 안팎이었다. 양 총장은 “사활을 걸고 피말리는 10번기를 치르기 때문에 큰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이세돌 “독약 위험 있지만 투지 생겨” 이세돌은 언젠가 10번기를 둬야 할 것을 염두에 두고 산다. 하지만 “자칫 패하면 독약이 된다”는 것을 잘 안다. 중국의 ‘철의 수문장’ 녜웨이핑 9단은 1989년 1회 잉창치배(응씨배) 결승 5국에서 조훈현 9단에게 2-3 역전패를 당한 뒤 잊혀졌다. 동양증권배, 후지쓰배,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이창호 9단에게 잇따라 완패한 대륙의 천재 마샤오춘 9단도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세돌 역시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이세돌은 “자칫 10번기에서 진다면 그 살얼음판을 와장창, 깨뜨려버리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나중에 이세돌을 기억할 때 10번기에 진 선수로 기억할 것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욕심도 생긴다. “나는 프로다. 프로기사가 승부를 두려워하거나 피할 수는 없는 일이다. 더 큰 승부일수록 더 큰 마음을 가지고 정면으로 맞서 싸우고자 하는 투지가 생기는 게 프로기사의 본능이다.”

■ 한국과 중국의 ‘쌍웅’ 한국 1위 이세돌과 중국의 최강 실력자 구리(중국)는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나이가 28살 동갑이고, 성격은 화통하다. 술을 좋아하고 좋을 땐 한없이 좋다. 2000년대 들어 비슷하게 세계 무대에 등장해 양분하고 있다. 역대 맞전적은 이세돌의 8승11패 열세. 그러나 구리는 지난해 비씨카드배와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잇따라 무너져 국제기전 타이틀이 없다. 이세돌은 비씨카드배와 춘란배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이세돌은 구리를 높게 평가한다. 평소 “구리와 바둑을 두면 즐겁다”고 말한다. 구리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세계 정상의 기사와 바둑을 두는 것은 아주 기쁜 일이다. 그(이세돌)를 확실하게 제압하지 않고는 진정한 챔피언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응수한다. 양재호 사무총장은 “둘이 정상에 있을 때 10번기가 성사돼야 의미가 크다.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한다”며 “승패를 떠나 근래 최고의 바둑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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