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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바둑

“이슬아 머리에 꽂은 침, 심리전 일부”

등록 2010-11-30 20:28

양재호 감독
양재호 감독
아시아경기 ‘바둑 금 싹쓸이’ 양재호 감독
선수들 코피 쏟아가며 훈련
‘순둥이 카리스마’ 위력 보여

“혼성페어 결승 극적 역전뒤
금 3개도 노려볼만하다 생각”

샘물이 솟듯 차분한 목소리가 갓 우려낸 녹차 같다. 바둑 해설을 들어본 팬이라면 맑은 기운이 가득한 그 분위기를 알 것이다. 지난해 <바둑TV> 진행자들한테 ‘가장 편한 해설자 1위’로 꼽히기도 했다. 이 천하의 순둥남이 ‘은근한 카리스마’로 아시아경기대회에 걸린 3개의 금메달을 쓸어왔다. 29일 한국기원에서 양재호 바둑대표팀 감독(9단)을 만났다.

-금메달 3개를 따낸 감독이 됐다. 사람들이 알아보는가?

“달라진 것은 없다. 바둑TV 해설도 많이 못 나갔고, 대국도 많이 못했다. 알아보는 사람이 오히려 더 줄었다.”(웃음)

-초일류 기사들을 하나로 묶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기사들은 개성과 취향이 제각각이다. 또 당대의 일인자라고 자부하는 특급 프로들이다.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 가능한 지도자와 선수의 엄격한 관계는 상상할 수가 없다. 선수단이 조화하고 서로 아껴줄 수 있는 방향으로 끌고가기 위해 신경을 썼다.”

-이세돌 선수의 경우 단체생활을 버거워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세돌 사범이 많이 애를 썼다. 동료들이 밤늦게까지 연구를 하면 함께 참여했다. 본인의 몸 컨디션이 많이 안 좋아도 그렇게 했다. 여자 기사들의 바둑을 복기해 주면서 힘을 실어줬다. 남의 짐까지 들어주는 헌신성도 보였다.”

양 감독은 이 대목에서 맏형 구실을 해준 이창호 9단, 형들이 몸이 안 좋을 때마다 대타로 출장하는 등 전 경기에 나선 막내 박정환 8단, 든든히 뒤를 받쳐준 최철한 9단 등 모든 선수를 거론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슬아가 머리에 침을 꽂고 나왔다. 작전이었나?

“일차적으로 선수들의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거기에 심리전도 포함돼 있었다. 중국 선수들이 ‘아! 한국팀은 저렇게까지 준비를 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면, 우리로서는 성공이다.”

-다른 준비는 없었나?

“중국과의 남녀 단체 결승전을 앞두고 3시간 공백이 생겼다. 그때 선수들을 호텔에 투숙시켜 낮잠을 자게 했다. 대회장에서 제공하는 중국식 대신 한인식당에서 50위안(8000원)짜리 도시락을 주문해 입맛을 맞췄다.”

-언제 금메달 3개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는가?

“첫 메달이 걸린 혼성페어에서 이기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중국이 압박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23일 박정환-이슬아가 상대의 착순 착오 벌점 2집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고, 이후 중국 선수들은 남녀 단체전에서 상당히 경직됐다. 당시 양 감독은 ‘상대방이 실수한다면…’이라는 생각을 떨치지 않았다고 했는데, 화장실에 갔다온 사이 세상이 바뀌었다고 했다.

-감독은 독한 면도 필요한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화를 낸 적은 없지만 정상이라는 목표를 일궈내기 위해서는 집요해야 했다. 여자 선수들은 하루 12시간 연습훈련을 시켜 코피가 나기도 했다. 나를 위해서도, 선수를 위해서도 아니었다. 바둑을 살리기 위해서 그렇게 했다.”

-큰 대회를 거치면서 개인적으로 달라진 것은?

“내가 선수들보다 더 많이 배웠고, 더 많이 성장했다. 보수도 많지 않은데 도와준 김승준, 윤성현 두 코치가 고맙다.”

양 감독은 이제 프로기사 본업으로 돌아왔다. 12월7일부터는 맥심배 본선에 나가고, 한동안 소홀했던 ‘양재호 도장’ 제자들과도 만나야 한다. 자신이 맡고 있는 한국리그 킥스(Kixx)의 플레이오프 진출도 발등의 불이다. 모처럼 가족과 함께할 시간도 잠시, 실리와 계산에 능한 양 9단의 기풍처럼 일상 복귀는 신속히 이뤄질 것이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사진 한국기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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