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전’ 뺨치는 한-중 바둑 기싸움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 두달 앞으로…‘
2010 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한국과 중국의 막후 바둑전쟁이 치열하다. 자국에 유리한 룰 활용에서부터 선수와 기보를 완전 공개하지 않는 기선 제압, 적을 이용하는 역발상까지 나오는 등 불꽃이 튀긴다. 세계 바둑의 패권을 다투는 자존심 싸움이 걸렸기 때문이다. 2008년 세계 마인드스포츠를 개최했고, 아시아경기대회에 바둑을 정식종목으로 채택한 중국의 열성이 뜨겁다. 선수 저변은 엷지만 정상급 기사의 실력이 최강인 한국은 두려움 없는 기개가 자랑이다. 남녀단체, 혼성전 등 3개 금메달을 놓고 벌이는 양국의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한국
중국식 계가법 적응훈련 한창
양궁코치 모셔와 ‘담력 교육’도 ■ 까다로운 중국 룰을 뚫어라 중국의 바둑 계가법은 한국·일본식과 완전히 다르다. 한국식은 서로가 만든 집의 수로 승패를 가른다. 그러나 중국은 집뿐 아니라, 집을 둘러싸고 있는 돌까지 포함시킨다. 영토의 ‘병사’들이 딛고 서 있는 곳도 집이라는 생각이다. 자기 집에다 돌을 놓아도 자충이 아니다. 돌수가 계가에 포함되기 때문에 전체 집수는 줄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따낸 돌인 ‘포로’로 상대 영토를 메워 집을 줄이지만, 중국식에서는 상대의 돌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집을 줄이는 효과가 없다. 중국 기사들이 따낸 돌을 상대 바둑통에 넣어주는 이유다. 집도 대국자가 세지 않고 심판이 나서 세며, 집을 세고 나서 돌을 따로 센 뒤 더한다. 한국식 계가와 결과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다. 그러나 반집 승부일 때는 공배 메우기 실수가 치명상을 부를 수 있다. 양재호 대표팀 감독은 “사소한 실책이라도 막기 위해 10월부터는 대표팀 훈련을 모두 중국 룰로 진행할 것”이라며 “대국용 시계, 바둑판, 한쪽 면이 납작한 바둑알까지 아시안게임용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중국
대표팀 명단 아직까지 쉬쉬
전력노출 꺼려 기보도 ‘극비’ ■ 기보까지 비밀에 부친 중국 한국이 남자대표 6명(이창호, 이세돌, 강동윤, 최철한, 박정환, 조한승), 여자대표 4명(이민진, 조혜연, 이슬아, 김윤영)을 발표했지만 중국은 카드를 전부 공개하지 않았다. 남자대표 4명(구리, 쿵제, 셰허, 류싱)과 여자대표 3명(송용혜, 루이나이웨이, 탕이)은 확정했지만, 여전히 와일드카드를 고민하고 있다. 다분히 한국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송용혜 5단은 지난달 초 여자대표팀의 제주 전지훈련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교우뿐 아니라 분위기 탐색도 가능했을 법하다. 중국 쪽은 대표선수 자체 선발전 기보도 철저하게 비밀로 부치고 있다. 한국이 인터넷 생중계로 공개한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 쪽 전력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 한국의 맞춤형 전략 한국은 11월 아시아경기대회에 맞춰 선수들의 몸 상태를 정점으로 끌어올리는 데 가장 신경쓰고 있다. 어차피 실력 차이는 크지 않고, 단판 승부이기 때문에 당일의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본다. 양궁 등 세계 최강의 종목 코치들을 초청해 큰 승부에서 긴장하지 않는 법 등을 들을 예정이다. 대회 대국 시간과 환경에 맞춰 하는 시뮬레이션 훈련까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여자대표팀에서는 한국기원 소속이면서 중국 대표인 루이나이웨이 9단을 스파링 파트너로 초청하는 계획까지 세우기도 했다. 실행에 옮겨지진 않았지만, 적까지 활용하겠다는 발상이 기발하다. 윤성현 여자대표팀 코치는 “11~14일 중국 쑤저우에서 열리는 궁륭산병성배 세계여자바둑대회에서 한국과 중국의 기싸움이 이뤄질 것”이라며 “중국 선수들의 포석짜기 등 전력을 탐색하고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중국식 계가법 적응훈련 한창
양궁코치 모셔와 ‘담력 교육’도 ■ 까다로운 중국 룰을 뚫어라 중국의 바둑 계가법은 한국·일본식과 완전히 다르다. 한국식은 서로가 만든 집의 수로 승패를 가른다. 그러나 중국은 집뿐 아니라, 집을 둘러싸고 있는 돌까지 포함시킨다. 영토의 ‘병사’들이 딛고 서 있는 곳도 집이라는 생각이다. 자기 집에다 돌을 놓아도 자충이 아니다. 돌수가 계가에 포함되기 때문에 전체 집수는 줄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따낸 돌인 ‘포로’로 상대 영토를 메워 집을 줄이지만, 중국식에서는 상대의 돌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집을 줄이는 효과가 없다. 중국 기사들이 따낸 돌을 상대 바둑통에 넣어주는 이유다. 집도 대국자가 세지 않고 심판이 나서 세며, 집을 세고 나서 돌을 따로 센 뒤 더한다. 한국식 계가와 결과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다. 그러나 반집 승부일 때는 공배 메우기 실수가 치명상을 부를 수 있다. 양재호 대표팀 감독은 “사소한 실책이라도 막기 위해 10월부터는 대표팀 훈련을 모두 중국 룰로 진행할 것”이라며 “대국용 시계, 바둑판, 한쪽 면이 납작한 바둑알까지 아시안게임용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중국
대표팀 명단 아직까지 쉬쉬
전력노출 꺼려 기보도 ‘극비’ ■ 기보까지 비밀에 부친 중국 한국이 남자대표 6명(이창호, 이세돌, 강동윤, 최철한, 박정환, 조한승), 여자대표 4명(이민진, 조혜연, 이슬아, 김윤영)을 발표했지만 중국은 카드를 전부 공개하지 않았다. 남자대표 4명(구리, 쿵제, 셰허, 류싱)과 여자대표 3명(송용혜, 루이나이웨이, 탕이)은 확정했지만, 여전히 와일드카드를 고민하고 있다. 다분히 한국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송용혜 5단은 지난달 초 여자대표팀의 제주 전지훈련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교우뿐 아니라 분위기 탐색도 가능했을 법하다. 중국 쪽은 대표선수 자체 선발전 기보도 철저하게 비밀로 부치고 있다. 한국이 인터넷 생중계로 공개한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 쪽 전력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 한국의 맞춤형 전략 한국은 11월 아시아경기대회에 맞춰 선수들의 몸 상태를 정점으로 끌어올리는 데 가장 신경쓰고 있다. 어차피 실력 차이는 크지 않고, 단판 승부이기 때문에 당일의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본다. 양궁 등 세계 최강의 종목 코치들을 초청해 큰 승부에서 긴장하지 않는 법 등을 들을 예정이다. 대회 대국 시간과 환경에 맞춰 하는 시뮬레이션 훈련까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여자대표팀에서는 한국기원 소속이면서 중국 대표인 루이나이웨이 9단을 스파링 파트너로 초청하는 계획까지 세우기도 했다. 실행에 옮겨지진 않았지만, 적까지 활용하겠다는 발상이 기발하다. 윤성현 여자대표팀 코치는 “11~14일 중국 쑤저우에서 열리는 궁륭산병성배 세계여자바둑대회에서 한국과 중국의 기싸움이 이뤄질 것”이라며 “중국 선수들의 포석짜기 등 전력을 탐색하고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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