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두며 내는 잡음
1차 경고, 2차 반칙패
처벌규정 대폭 강화
1차 경고, 2차 반칙패
처벌규정 대폭 강화
집중할 때는 사소한 소리도 평정심을 깨뜨린다. 바둑은 고도의 수읽기 싸움이어서 작은 소리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만약 수를 내기 위해 집중할 때, 상대방이 ‘째그락, 째그락’ 바둑알을 긁는 소리를 내면 어떨까? 아마 미칠 것이다.
프로기사회(회장 최규병)는 최근 대의원회의를 열고 경기규칙을 개정했다. 각종 대국에서 상대에 피해를 주는 일체의 행위에 대해 1차 경고, 2차 반칙패로 벌칙을 강화했다. 기존의 1차 경고, 2차 벌점, 3차 반칙패의 단계를 축소한 것이다. 그동안 잘 지켜지지 않았던 규정을 앞으로는 엄격하게 적용할 방침이다.
비신사적인 행위는 바둑알 소음뿐만이 아니다. 열을 식히기 위해 부채를 접었다 폈다가 하거나, 손바닥 지압을 하기 위해 호두알을 문지르며 소리를 내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다. 휴대전화 관리도 잘해야 한다. 그동안 규정이 없었으나, 앞으로는 진동 상태로 울려도 1차 경고, 2차 반칙패로 규제된다.
혼잣말로 “망했네” “아이고” “당했네” 등을 중얼거려도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무의식적으로 나온 말이라 하더라도 넓은 범주에서 소음이기 때문이다.
바둑계에선 조훈현 9단의 혼잣말 넋두리가 유명하다. 1994년 5회 동양증권배 세계바둑 결승 2국에서는 조 9단의 상대인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 9단이 특제 귀마개로 양 귀를 막고 대국에 임한 적도 있다.
새 규정은 상대방이 화장실에 간 사이에 착점했을 경우, 자리에 돌아오면 어디에 두었는지 알려주도록 했다. 스포츠맨십을 적용해 알려주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 공배를 메울 때도 경기의 연속으로 간주해 계시기를 끄지 못하도록 했다.
규칙 개정을 주도한 최규병 회장은 “바둑은 예와 도의 경기이기 때문에 기사들이 서로 매너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벌점제를 없앤 것은 승부세계에서 그런 온정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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