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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바둑

유창혁 “세계대회 우승, 한번 더 하고 싶다”

등록 2010-03-09 19:38

유창혁(44)
유창혁(44)




‘일지매’ 유창혁(44)의 첫인상은 원만구족하다. 미소년의 테가 남아 있지만 목이 길었던 소년은 원숙한 얼굴로 변했다.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은 것은 예리한 눈빛. 부드러운 듯 강한 그 기운은 옷깃을 스쳐도 살갗을 벨 듯 날카롭다. 바둑팬들한테 ‘영원한 공격수’로 남아 있는 유창혁을 4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 특별대국실에서 만났다. 그는 최근 비씨카드배 세계대회 16강까지 진출했고, 맥심배 입신최강전 8강까지 행진하는 등 바둑판 ‘노장 돌풍’의 중심에 있다.

젊을 땐 누구나 공격적
지금은 때 봐가며 전투
바둑은 대반전의 경기
해설 어정쩡해선 안돼
한국바둑 이젠 변화할 때
후배들 더 분발해줬으면

첫 질문은 그의 공격형 스타일일 수밖에 없다. “여전하냐?”는 질문에 생각에 잠기더니, “젊었을 때는 누구나 빠르고 날카로워 공격이나 전투를 좋아한다. 그러나 지금은 함부로 전투하면 위험 부담이 크다”고 했다. 그럼 실리형으로 바뀐 것인가. 그러자 “그건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인한다. 그는 “정해진 것은 없다. 다만 전투할 땐 전투를 하고, 모양을 중요시할 때는 모양으로 간다”고 했다. 유연하게 대처하지만 여전히 ‘싸움’을 거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직선적인 그의 기풍은 바둑 해설에서 더 잘 나타난다. 결코 어정쩡한 해설이 없다. 잘하면 “잘한다”, 못하면 “망했다”는 표현을 거침없이 사용한다. 수읽기가 완벽에 가깝기 때문이다. 대국 당사자들한테는 껄끄러운 시선을 받을 수도 있지만, 해설은 또 하나의 바둑이라는 신념이 있다. 그는 “바둑도 영화처럼 발단과 전개, 위기를 거쳐 클라이맥스로 간다”며 “수없이 많은 대반전이 일어나는데 그것을 전달하는 게 의무”라고 했다.

한국기원 이사인 유창혁은 개혁파로 통한다. 비씨카드배 세계기전을 상금제와, 아마추어에게도 문호를 개방하는 오픈제로 만든 데는 그의 역할이 컸다. 당장 대국료 수입이 줄어든 노장 프로기사들의 반발도 있었다. 유창혁은 이와 관련해 “난 개혁파가 아니다. 다만 눈에 문제가 보이는데도 그냥 넘어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했다. 또 “이제는 안주할 때가 아니라 변화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국기원의 바둑 세계화 사업은 가장 공들인 부분이기도 하다. 유창혁은 “올해 프로기사 8명, 연구생 출신 등 아마추어 7명 등 15명을 국외로 파견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10년간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바둑의 국제 지형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부메랑 효과가 온다면 한·중·일 3국 중심의 바둑무대가 세계로 확대될 수 있다.

그는 욕심쟁이다. 6차례 세계대회 우승을 했지만, “세계대회에서 꼭 한 번 더 우승을 해보고 싶다”는 의욕을 보였다. 공부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실전 훈련은 늘 하고 있다. 중국 강세에 대해서는 다르게 분석했다. 그는 “쿵제 9단이나 구리 9단 등 중국 선수들이 잘나가지만, 과거 이창호 전성기 때의 위압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과거 선배들이 했던 것만큼만 우리 후배들이 분발해준다면 걱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 미금역 근처에는 유창혁 바둑교실이 있다. 혹시 그를 보고 싶은 올드 팬들이 있다면 아침 8시께 미금역 근처 탄천변을 걸어보시라. 머리가 아플 때는 산책으로 마음을 달랜다고 한다. 고우영 만화의 주인공 일지매는 의를 위해 타협할 줄 모르는 냉철한 인간의 전형이었다. 영화광이었고, 청소년기 영화감독을 꿈꿨던 유창혁은 “난 일지매라는 별명을 좋아한다”고 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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