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창호, 이세돌, 박정환.
호랑이 사자성어로 점친 기상도
2010 한국 바둑은 ‘돌부처’ 이창호(35) 9단의 부활, ‘풍운아’ 이세돌(27) 9단의 복귀 확정, ‘10대 천재’ 박정환(17) 7단의 불꽃기세로 흥행요소가 많아졌다. 재기가 하늘을 찌르고, 기풍이 뚜렷한 3인방은 거세진 중국 대륙풍을 꺾을 선봉이기도 하다. 올 시즌 블루칩인 세 기사의 기상도를 호랑이 관련 사자성어로 점쳐본다.
■ 이창호|호거용반
지난해 말 랭킹1위 복귀
“LG배서 쿵제 꼭 이길 것” 호거용반(虎踞龍蟠: 호랑이가 걸터앉고 용이 서린 듯 웅장함) 한국 바둑랭킹 1위 복귀(12월), 바둑왕·명인·전자랜드 3개 국내 타이틀 보유, 메이저 국제기전 결승 단골 진출. 이창호의 쉼 없는 행보는 불사신을 연상시킨다. 지난해 메이저 국제기전 7회 연속 준우승의 징크스가 아쉬웠지만, 고군분투로 한국 바둑의 자존심을 지켰다. 올해는 초반부터 대어 사냥에 나선다. 2월22일 엘지(LG)배 세계대회 결승전은 건곤일척의 싸움을 예고한다. 이창호는 “상대인 쿵제는 매우 견고하게 둔다”고 평한 뒤 “준우승을 그렇게 하는 것도 어렵다. 이번엔 반드시 이기겠다”고 했다. 역대 맞대결에서 5승3패로 우위다. 체력 보강에도 바짝 신경을 쓰고 있다. 이창호는 “최소 주 2회 헬스클럽에 나간다. 트레드밀에서 시속 7㎞로 40분을 달리고 20분 동안 근력운동을 한다”고 했다. 주요 기전 본선에서는 주로 조훈현 9단과 함께 ‘최고령’을 다투는 이창호의 반집 계산력은 옛날 같지 않다. 하지만 송곳도 뚫을 수 없는 두터움과 태산 같은 움직임으로 올 시즌도 맹활약을 예고한다.
■ 이세돌|호시탐탐 6개월 휴직 마치고 복직
“앞으로 정말 잘해볼 생각” 호시탐탐(虎視眈眈: 호랑이가 먹이를 노려 눈을 부릅뜨고 노려봄) 6개월 휴직을 마치고 11일 한국기원에 출석해 복직 관련 절차를 마친 이세돌은 광풍을 예고한다. 그는 “휴직할 때 미련이 없었듯이 돌아오는 지금도 미련이나 아쉬움은 없다. 시간이 지나니 되레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는 정말 잘해볼 생각”이라며 긴장의 끈을 조였다. 한 해 100국을 채우던 이세돌의 지난해 전적은 19승19패. 실전 대국 부족으로 떨어진 감각을 회복해야 한다. 그는 “(타이틀보다는) 바둑 내용이 중요하고, 좋은 내용을 위해서는 감각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관’의 이세돌은 대부분의 기전에서 예선부터 출전하게 된다. 실력만 발휘된다면 최다대국, 최다승, 승률, 연승 등 각 부문에서 기록을 세울 가능성도 있다. 통산 타이틀 획득 30회로 조훈현(157회), 이창호(136회)에 뒤져 공동 3위인 이세돌이 올해 몇 개의 타이틀을 추가할지도 팬들의 관심사다. 그는 팬들에게 “좋지 않은 일로 휴직하게 돼 죄송스러웠다. 앞으로는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 많이 응원해 주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인사했다. ■ 박정환|기호지세 외곬기질에 빠르게 성장
이창호 이을 기대주 부각 기호지세(騎虎之勢: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기세) 범이 너무 날래서 내릴 수도 없는 형국이랄까? 박정환의 기세가 맹렬하다. 현역 프로기사 중 둘째로 나이가 어리지만 지난해 십단전과 천원전 타이틀을 따냈다. 상금누계 1억원 돌파. 10일 이창호와 벌인 원익배 십단전 결승 3번기 제패(2-1 승)로 십단전 2연패를 일궜다. 한 달 새 두 개의 타이틀을 따내며, 규정에 따라 3단 승단했다. 박정환은 과거 프로기사들이 선정한 가장 유망한 기사였다. 8일 열린 2009 한국바둑 시상식에서 신예기사상을 거머쥐더니, 이제 이창호마저 넘으며 대들보로 거듭났다. 지난해 말 기록부문 전관왕을 달성한 선배 김지석 6단과 벌인 천원전 결승 5번기에서 상대를 3-0으로 박살내 바둑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성룡 9단은 “성장 속도가 빠르고 외곬의 기질이 있어 바둑 외에는 관심사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눈빛을 보면 이창호 9단의 전성기 이후 가장 이창호 9단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기사”라고 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LG배서 쿵제 꼭 이길 것” 호거용반(虎踞龍蟠: 호랑이가 걸터앉고 용이 서린 듯 웅장함) 한국 바둑랭킹 1위 복귀(12월), 바둑왕·명인·전자랜드 3개 국내 타이틀 보유, 메이저 국제기전 결승 단골 진출. 이창호의 쉼 없는 행보는 불사신을 연상시킨다. 지난해 메이저 국제기전 7회 연속 준우승의 징크스가 아쉬웠지만, 고군분투로 한국 바둑의 자존심을 지켰다. 올해는 초반부터 대어 사냥에 나선다. 2월22일 엘지(LG)배 세계대회 결승전은 건곤일척의 싸움을 예고한다. 이창호는 “상대인 쿵제는 매우 견고하게 둔다”고 평한 뒤 “준우승을 그렇게 하는 것도 어렵다. 이번엔 반드시 이기겠다”고 했다. 역대 맞대결에서 5승3패로 우위다. 체력 보강에도 바짝 신경을 쓰고 있다. 이창호는 “최소 주 2회 헬스클럽에 나간다. 트레드밀에서 시속 7㎞로 40분을 달리고 20분 동안 근력운동을 한다”고 했다. 주요 기전 본선에서는 주로 조훈현 9단과 함께 ‘최고령’을 다투는 이창호의 반집 계산력은 옛날 같지 않다. 하지만 송곳도 뚫을 수 없는 두터움과 태산 같은 움직임으로 올 시즌도 맹활약을 예고한다.
■ 이세돌|호시탐탐 6개월 휴직 마치고 복직
“앞으로 정말 잘해볼 생각” 호시탐탐(虎視眈眈: 호랑이가 먹이를 노려 눈을 부릅뜨고 노려봄) 6개월 휴직을 마치고 11일 한국기원에 출석해 복직 관련 절차를 마친 이세돌은 광풍을 예고한다. 그는 “휴직할 때 미련이 없었듯이 돌아오는 지금도 미련이나 아쉬움은 없다. 시간이 지나니 되레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는 정말 잘해볼 생각”이라며 긴장의 끈을 조였다. 한 해 100국을 채우던 이세돌의 지난해 전적은 19승19패. 실전 대국 부족으로 떨어진 감각을 회복해야 한다. 그는 “(타이틀보다는) 바둑 내용이 중요하고, 좋은 내용을 위해서는 감각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관’의 이세돌은 대부분의 기전에서 예선부터 출전하게 된다. 실력만 발휘된다면 최다대국, 최다승, 승률, 연승 등 각 부문에서 기록을 세울 가능성도 있다. 통산 타이틀 획득 30회로 조훈현(157회), 이창호(136회)에 뒤져 공동 3위인 이세돌이 올해 몇 개의 타이틀을 추가할지도 팬들의 관심사다. 그는 팬들에게 “좋지 않은 일로 휴직하게 돼 죄송스러웠다. 앞으로는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 많이 응원해 주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인사했다. ■ 박정환|기호지세 외곬기질에 빠르게 성장
이창호 이을 기대주 부각 기호지세(騎虎之勢: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기세) 범이 너무 날래서 내릴 수도 없는 형국이랄까? 박정환의 기세가 맹렬하다. 현역 프로기사 중 둘째로 나이가 어리지만 지난해 십단전과 천원전 타이틀을 따냈다. 상금누계 1억원 돌파. 10일 이창호와 벌인 원익배 십단전 결승 3번기 제패(2-1 승)로 십단전 2연패를 일궜다. 한 달 새 두 개의 타이틀을 따내며, 규정에 따라 3단 승단했다. 박정환은 과거 프로기사들이 선정한 가장 유망한 기사였다. 8일 열린 2009 한국바둑 시상식에서 신예기사상을 거머쥐더니, 이제 이창호마저 넘으며 대들보로 거듭났다. 지난해 말 기록부문 전관왕을 달성한 선배 김지석 6단과 벌인 천원전 결승 5번기에서 상대를 3-0으로 박살내 바둑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성룡 9단은 “성장 속도가 빠르고 외곬의 기질이 있어 바둑 외에는 관심사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눈빛을 보면 이창호 9단의 전성기 이후 가장 이창호 9단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기사”라고 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