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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바둑

“세계정상 한국바둑 위협받고 있다”

등록 2009-11-30 19:46

최규병(46) 9단
최규병(46) 9단
29대 기사회장 당선 최규병 9단
중국에 추월당한 건 아니지만
1인자라고 주장하기는 힘들어
이세돌 복귀, 스스로 결정할 문제
지난 17일 29대 기사회장에 당선된 최규병(46) 9단은 소장 ‘개혁파’다. 그러나 전략과 철학은 노련한 보수파의 것과 닮았다. 그는 “진보나 보수의 차원이 아니라 실익과 실용, 실질적인 미래의 이득이 보장되는지 여부가 일처리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각기 다른 이해를 조정하기 위해 “백가쟁명식 논쟁을 수면 위로 끌어낼 것”이라고 했다.

-한국 바둑의 현실을 어떻게 진단하는가?

“대외적으로 지난 15년 동안 세계 최정상을 유지해온 한국 바둑이 위협받고 있다. 중국에 추월당한 것은 아니지만 일인자라는 주장을 하기는 힘들다. 마치 초한지의 항우와 유방이 싸우듯이 마지막 결전을 벌이는 듯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1등은 신경 쓰지만, 2등은 묻힌다. 1인자 유지를 위한 전방위 노력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해법이 있는가?

“대내적인 문제와 연관이 돼 있다. 그동안 인재발굴, 기전 다양화와 확대, 바둑 활성화를 위한 말들은 많이 돼 왔다. 그때그때 사안에 따라 단편적인 노력이 있었다. 이제는 바둑산업이라는 큰 틀에서 기사들의 노하우나 아이디어가 공개적으로 논의되고 정책화해야 한다. 한국기원의 역할도 중요하다.”

-젊은 기사들과 나이든 기사와의 세대차가 크다.

“10대 기사부터 70대 선배까지 현역에서 일대일로 맞붙는다. 그래서 개성도 강하고 의견도 100인 100색이다. 그러나 큰 틀에서 서로 배려하고 이해해야 한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입단 문호를 넓혀야 하는 필연성은 누구나 공감한다. 그러나 무한정 늘려서는 한국기원도 처우 등을 감당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

최규병 9단의 작은 외할아버지가 고 조남철 선생이다. 또 조치훈 9단이 외삼촌일 정도로 바둑명문가 출신이다. 조훈현-이창호-조혜연-최철한-이세돌에 이어 최연소 입단을 했지만, 학업으로 방향을 틀어 정치외교학(중앙대)을 전공하기도 했다. 열린 마음과 다양한 경험이 강점이다.


-이세돌 9단의 복귀도 중요한 이슈다. 어떤 견해인가?

“복귀는 언제나 환영이다. 그러나 휴직한 것도, 복귀도 이세돌 9단이 결정할 문제다. 다만 복귀 뒤 또 그런 문제가 생긴다면 더 큰 피해를 본다. 이세돌도 그동안의 일을 복기하고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이세돌 스타 마케팅도 필요한 것 아닌가?

“그렇다. 이세돌의 개성이나 대인관계 등은 프로기사들 내부의 문제이지, 외부로 드러낼 것은 아니다. 연예계 스타들도 대개 포장이 돼 있다. 우리의 이미지를 높이고 바둑 확산을 위해서는 스타를 키워야 한다.”

-바둑 보급과 일자리 확보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아직까지 바둑 이미지는 좋다. 어머니들도 아이들이 바둑 배워서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6개월 전부터 여류기사들이 군부대 바둑 보급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10군데도 넘는 부대에서 바둑교실을 요청하고 있다. 노인복지시설이나 구청 문화센터,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등을 확대하는 것은 인프라를 만드는 데 중요하다.”

-그럼 누가 힘이 돼야 하는가?

“장기적으로는 30~40대 기사들이 일꾼이 돼 먼저 희생해야 한다. 선배들한테는 적절한 부분을 찾아주고, 후배들이 과실을 얻게 될 것이다.”

추진력과 뚝심이 강한 최 9단은 ‘40대 기수론’을 연상시킨다. 친목단체지만 전문가 집단으로 파워를 갖고 있는 기사회가 앞으로 한국기원과 함께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나갈지, 최 9단의 행마에 시선이 쏠린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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