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상 9단의 흑돌백돌
박정상 9단의 흑돌백돌 / 1년을 마무리하는 12월이다. 바둑계에서 12월은 수확의 계절이며, 잇달아 결승전이 열리곤 한다. 명인전, 지에스(GS)칼텍스배, 천원전의 우승자가 이달 내로 가려진다. ■ 명인전 결승 5번기, 이창호 9단 대 원성진 9단 12월1일 제1국을 시작으로 우승상금 1억원을 가르는 국내 최대 기전이다. 한국 순위 3위 이창호 9단과 11위 원성진 9단이 맞붙는다. 이창호 9단은 바쁜 일정 속에 외국과 지방을 수시로 넘나들며 컨디션 관리에 애를 먹었지만, 최근 5연승으로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다. 올해 중반까지 프로 입단 11년 만에 최악의 슬럼프를 겪었던 원성진 9단은 시련을 딛고, 명인전에서만큼은 날카로운 승부감과 집중력을 보여주며 결승까지 진격했다. 뛰어난 포석과 반면 운영을 자랑하는 이창호 9단은 초중반 상대의 미미한 실수를 정확히 응징하며 앞서나가 그대로 골인하는 기풍이다. 이에 견줘 두터움을 바탕으로 중반 장악 능력이 뛰어난 원성진 9단은 두텁게 균형을 맞춰가며 승부처에서 힘을 발휘하는 스타일이다. 원성진 9단은 나와 같은 연구실에서 연습하는데, 명인전 결승에 대비해 시합개시 시간부터 제한시간 2시간까지 모든 것을 명인전에 맞추고 연구실 동료들과 연습하고 있다. 중반 승부처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는 기사가 명인전의 주인이 될 것이다. ■ 지에스칼텍스배 결승 5번기, 박영훈 9단 대 조한승 9단 한국 순위 4위(박영훈)와 7위(조한승)의 대결이다. 이미 두 판이 치러진 현재 조한승 9단이 2-0으로 앞서 있다. 그동안 조한승 9단은 박영훈 9단과의 싸움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조한승 9단은 도전 1국을 완승으로 제압했고, 도전 2국에서도 난전 속에서 멋진 타개 능력을 보여주며 승리를 거두었다. 끝내기와 계산 능력에서 최고라는 평을 듣는 박영훈 9단을 상대로는 승부를 서두르고 있으며, 그 전략이 먹히고 있다. 그동안 중요한 대국에서 자주 지며 2% 부족하다는 말을 수차례 들어왔던 조한승 9단이다. 12월2일 결승 3국은 조한승 9단이 그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완봉으로 우승을 거둘지, 2년 전 이 대회 결승에서 이세돌 9단에게 2연패 뒤 3연승으로 승리했던 기억을 살리며 박영훈 9단이 반격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천원전 결승엔 박정환 4단 선착 천원전은 초대형 루키 16살 소년 박정환 4단이 최철한 9단을 꺾고 결승에 선착했으며, 12월7일 벌어지는 준결승전 안조영 9단-김지석 6단의 승자와 결승 5번 승부를 벌인다. 정확한 수읽기와 판단력, 나이답지 않은 노련함을 갖춘 박정환 4단은 올 초 십단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2관왕을 노리고 있다. 독특한 감각과 승부처에서의 진득함을 무기로 하는 안조영 9단의 방패와, 날카로운 수읽기와 무서운 중반 파괴력을 보여주는 김지석 6단의 창이 대결을 벌이는 준결승전도 흥미진진하다. 세 시합 모두 최고의 기전에서 최고의 기사들이 승부를 벌인다. 멋진 바둑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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