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상 9단의 흑돌백돌
박정상 9단의 흑돌백돌 / 예부터 바둑은 신선놀음이라 불리었으며, 일제 강점기 시대만 해도 바둑 고수들은 나이 지긋한 노인이었다. 지금도 종묘공원에 가보면, 수많은 어르신들께서 줄을 이어 바둑을 즐기고 계신다. 최소한 그 곳에서 만큼은 바둑 인구 감소 위기를 느낄 수 없다. 그런 이미지 때문일까? 바둑의 이미지는 아직도 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바둑계는 분명히 점점 젊어지고 있다. 현재 한국 바둑랭킹의 10위까지 평균연령은 24.9살. 30대 기사는 한국랭킹 3위 이창호 9단이 유일하다. 중국은 10대 어린 프로들의 활약이 뛰어나고, 보수적인 일본 바둑계에서도 얼마 전 이야마 유타 9단이 20살의 나이로 명인전에서 우승하며, 44년 만에 일본 최연소 명인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럼 이들은 어떻게 여가를 보낼까? 대부분은 바둑 연습을 하지만, 젊기에 다른 것에도 관심이 많다. 대표적인 것은 외국어인데, 아무래도 중국, 일본과의 교류가 많은 만큼 중국어와 일본어가 인기다. 10년 이상 한국의 정상급 기사로 활약하고 있는 목진석 9단은 오래 전부터 중국어를 공부했고, 중국 프로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다. 2001~2003년 중국바둑리그에서 충칭팀 소속 용병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외국어 공부를 위해 대학교에 입학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에는 나, 원성진 9단, 윤준상 7단, 고근태 7단 등이 재학하고 있으며, 학교에서 공부한 중국어로 세계대회에서 중국 기사들과 교분을 쌓고 있다. 한국외대 중국어과 재학 프로들이 한국바둑리그에 나가면 우승 후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류 기사가 많다. 일본어도 최철한 9단, 김지석 6단 등 많은 기사들이 관심을 갖고 배우고 있으며, 일본 기사와의 교류가 상당하다. 외국어 이상으로 인기가 많은 분야는 운동이다. 바둑은 장시간 실내에 앉아있어야 하는 직업이기에 운동은 필수라고 의학 전문가들이 조언을 하곤 한다. 젊은 기사들의 운동 모임으로는 축구, 야구, 등산 등이 있다. 특히 야구회가 가장 활성화 되어 있는데, 최철한 9단, 김주호 8단, 백홍석 7단 등을 주축으로 연예인 야구리그와 사회인 리그에 참가해 2주에 한 번 정도 시합한다. 그 밖에도 강동윤 9단, 윤준상 7단은 바둑 연습의 하루 일과를 헬스로 마무리짓곤 한다. 김지석 6단은 유도를 배우기 시작한 뒤 성적마저 좋아져 많은 프로들이 유도에 관심을 갖기도 했다. 여가시간조차 바둑과 관련해서 보내는 젊은 기사들도 많다. 한국랭킹 4위 박영훈 9단이나 한국 바둑의 희망 16살 프로 박정환 4단은 인터넷 바둑사이트에 접속하여 익명의 아이디로 중국의 고수들과 초속기 바둑을 즐기곤 한다. 취미생활을 하면서도 공부를 하는 셈이다. 두뇌 스포츠인 바둑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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