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휴직”…한국바둑 ‘흥행 플러그’ 뽑히나
징계 시도에 “심신이 피곤”
휴직땐 한국바둑 위상 흔들
동료 기사들 “중재 나서야”
휴직땐 한국바둑 위상 흔들
동료 기사들 “중재 나서야”
한국 바둑의 ‘간판’ 이세돌 9단의 한국기원 및 프로기사회와의 대립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이세돌 9단은 2일 형 이상훈 7단을 통해 “심신이 피곤하다. 기사직 휴직서를 내고 쉬고 싶다”고 밝혔다.
프로기사회가 지난달 26일 총회에서 “이세돌 9단의 돌출행동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결정을 한 뒤 일주일 만에 나온 반응이다. 휴직서는 이번주나, 늦어도 내주 초 낼 예정이다. 모든 기전이 이세돌과 연관된 상황에서 그의 휴직이 이뤄진다면 한국바둑은 최대 위기에 직면한다.
■ 이세돌 왜 이러나? 이상훈 7단은 “프로기사회 결정을 듣고 이세돌이 큰 충격을 받았다. 대충은 못 하는 성격인데 집중할 수가 없는 것 같다”고 휴직 결심의 배경을 밝혔다. 앞서 프로기사회는 이세돌의 △한국리그 불참 △중국리그 수입 일부 기사회 납부 거부 △공식행사 불참 △기보 저작권 양도 거부 등에 대해 “무언가 조치가 필요하다”며 사실상의 징계를 결의했다. 한국기원 이사회에서 징계의 구체적 내용을 결정하게 된다.
이상훈 7단은 “한국기원에 대한 반발심이나 불만의 표시가 아니다. 다만 동생이 흐트러진 마음으로 대국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승부사가 지금의 정신으로 두기는 어렵다”고 했다. 휴직 기간에도 기력 유지를 위해 기보를 연구하고 문하생들을 지도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1년 이상의 공백은 정상급 기사에게 가장 중요한 승부감각을 떨어뜨리는 ‘독’이 될 수 있다.
■ 한국기원 비상사태 이세돌 9단은 19개월 동안 한국바둑 랭킹 1위의 최강자다. 국수와 명인, TV아시아와 삼성화재배 타이틀을 갖고 있다. 한국바둑이 세계 1위를 주장하는 배경에는 국제무대에서 제 몫을 해주고 있는 ‘천재기사’ 이세돌이 있다. 그러나 이세돌이 내려서면 한국바둑의 위상도 흔들린다. 특급 스타의 부재는 기전 스폰서를 구하거나, 팬들의 관심을 모으는 데 마이너스 요소다. 연말 예정된 국수전의 경우 타이틀 보유자가 사라진 초유의 상황에서 도전기를 치러야 한다.
이상훈 7단은 “6일 예정된 후지쯔배 8강전과 2년째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TV아시아선수권전에는 출전할 것”이라고 했다. 결승까지 올라가도 7월이면 모두 끝나 휴직이 시작된다.
■ 중재 이뤄질까 박정상 9단은 “이세돌 형이나 한국기원 양쪽 모두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무조건 중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대현 프로기사회 회장은 “난감하다. 서로 만나서 의논을 해야 한다. 조심스럽다”고 했다. 나이가 든 프로기사들 쪽은 대체로 이세돌의 행보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일부 젊은 기사층에서는 이세돌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상열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이세돌 9단이 조금의 양보도 없이 강경하게 나오면 한국기원도 선택할 수 있는 중재의 폭이 좁아진다”며 “이세돌 9단 쪽에서 재고해 큰 결단을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이세돌과 한국기원의 대립점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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