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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바둑

“한국형 바둑 유럽인과 잘맞아요”

등록 2009-05-05 18:35수정 2009-05-05 20:40

프로기사 코세기 디아나(26·헝가리) 초단
프로기사 코세기 디아나(26·헝가리) 초단
[만나봅시다] 헝가리 출신 디아나 초단
이방인 프로기사 코세기 디아나(26·헝가리) 초단. 국내 무대에서 활약하는 유일한 유럽파다. 서양인 처녀와 바둑의 결합은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디아나를 보면 바둑은 동양 삼국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디아나는 “어려서 아빠한테 배웠다. 체스보다 고차원적이어서 좋았다”고 했다. 9살 때 시작했을 때 9점 깔고 둬도 아빠한테 졌다.

지금은 아마 2단 실력인 아빠가 6점 깐다고 한다. 디아나가 태어나기도 전에 엄마가 아빠에게 선물한 바둑판이 부녀를 바둑광으로 만들었다.

14살때 대회 참가하면서 인연
4년간 명지대 바둑학과서 공부
책 번역등 한국바둑 세계화 참여

한국과의 인연은 1997년 1회 대한생명배 세계여자바둑대회에 14살 나이로 헝가리 대표로 참가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한국 대회를 위해 몇 차례 더 방문했고, 2005년에는 명지대 바둑학과에 입학했다. 4년이 지났다. 한국말 잘하고, 한국 음식 잘 먹는 디아나한테 서울은 ‘제2의 고향’이다. 까다로운 한국기원 연구생 관문을 거쳐, 지난해에는 외국인 특별입단으로 프로가 됐다.

아직 이렇다 할 성적은 내지 못했다. 그러나 헝가리 안에서는 벌써 유명한 인물. 일본에서 배운 두 명의 남자 기사가 디아나와 함께 헝가리 안에서는 최고의 선수들이란다. 디아나는 “두 기사 모두 아마 7단 정도는 될 것이다. 아직 둬보지는 않았지만 만약 대국한다면 한국 프로의 자존심 때문에 절대로 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일본 바둑계가 일찍이 세계화 작업을 했다. 영어로 바둑을 뜻하는 말도 일본어에서 온 ‘고’(Go)다. 그러나 최근 한국 바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는 3~4개의 바둑클럽이 있다고 한다. 지난 3월에는 목진석 9단, 김승준 9단과 함께 부다페스트 바둑클럽에서 ‘한국 바둑의 날’ 행사를 했다. 평일인데도 30명이 참여해 열기가 뜨거웠다고 디아나는 전했다.


프로기사 코세기 디아나(26·헝가리) 초단
프로기사 코세기 디아나(26·헝가리) 초단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디아나는 한국 바둑의 세계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미 김성래 4단의 <신정석과 포석 1>을 지난해 영문 번역서로 출간했다. 한국기원의 국외활동 등 부문에서도 조언자로 참여하고 있다. 한때 일본에서도 잠깐 유학했던 디아나는 “일본 바둑은 모형이 좋다. 한국은 전투에 강한데 유럽 사람들한테는 싸움바둑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11살 때 초등학생 철인3종 경기에 나가 우승했던 디아나는 만능 운동선수다.

“바둑을 두지 않았다면 여자 축구선수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요즘도 국내 남자 프로기사들의 축구 모임에 나가 공격수로 뛴다. 달리기 실력은 남자들이 못 쫓아올 정도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디아나는 취업비자를 신청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 출연 요청도 거부하고 바둑에만 집중하는 것은 국내 대회 성적을 위해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고국에 돌아갈 예정이다. 그는 “아빠가 현재 하는 일 그만두고 바둑교실을 하고 싶어한다. 언젠가는 헝가리로 돌아가 아빠를 도와서 일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결혼은?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어요. 잘 사는 게 중요하죠.” 팔방미인 디아나의 딱 부러진 대답이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사진 한국기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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