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면에서는 인공지능을 뛰어넘었다.”
‘신공지능’ 신진서 9단이 4일 부산 호텔농심에서 열린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2라운드 제9국에서 중국의 셰얼하오 9단을 상대로 133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초중반 좌상변 전투에서 우위를 점한 뒤, 중반 우변에서 마늘모 진행으로 상대 백돌을 끊는 수를 노린 것을 두고 박정상 해설위원은 “인공지능을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이날 격렬한 충돌을 벌인 흑백전쟁은 신진서의 백대마 포획으로 끝났고, 인공지능이 35집 정도의 차이를 예측해 신진서의 완승이 됐다.
다섯명의 한국팀 가운데 최종 주자로 남은 신진서의 승리로 한국은 우승 희망을 살려 나가게 됐다. 신진서는 내년 2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3라운드 첫 경기에서 일본의 이야마 유타 9단과 만난다.
신진서는 셰얼하오를 격파하면서 지난달 삼성화재배 8강에서 패배한 아픔도 갚았다. 당시 신진서는 타개 도중 막판 초읽기에 몰렸고, 결국 대마가 붙잡히면서 돌을 거뒀다.
이번엔 정반대로 셰얼하오의 백돌을 대부분 무력화시키면서 통렬한 승리를 챙겼다. 7승 뒤 최근 2연패로 주춤했지만 이날 승리로 맞전적 8승2패 우위도 확고히 했다.
셰얼하오는 중국팀의 첫 주자로 나와 한국의 변상일, 원성진, 박정환 9단을 포함해 한·일기사 7명에게 7연승(보너스 상금 5천만원)을 거뒀으나 세계 최강인 신진서의 벽에 막혔다.
셰얼하오는 이날 경기 운영에서도 초읽기에 먼저 몰리는 등 독하게 준비하고 나온 신진서의 속력행마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신진서는 특히 이날 상대의 숨통을 끊는 결정타를 두었는데, 이 수는 인공지능도 미처 예측하지 못한 것이었다. 신진서의 착점은 인공지능의 추천에는 없었지만, 돌이 놓인 뒤 흑의 우위는 10집 안팎으로 크게 늘었다. 박정상 해설위원은 “인공지능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수다. 인공지능이 한 수 배웠다고 절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진서는 내년 열리는 3라운드에서 기적의 역전 우승을 노린다. 일기당천으로 맞닥뜨릴 상대는 이야마 9단을 비롯해 중국의 커제, 구쯔하오, 딩하오, 자오천위 9단이다. 이날 첫승을 계기로 6연승을 한다면 극적인 우승이 가능하다.
신진서는 최근 3년간 대회에서도 막판 출전해 연승 행진으로 한국팀에 트로피를 안긴 바 있다.
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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