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2022 KB국민은행 바둑리그 27연승을 달리며 ‘불패신화’를 쓴 신진서 9단. 한국기원 제공
지는 법을 모르는 사나이. 리그 27연승, 지난 시즌까지 합치면 29연승.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지평. 비록 팀은 졌지만, 신진서는 이번 시즌 바둑리그 최고의 스타였다.
셀트리온의 신진서 9단이 12일 밤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끝난 2021~2022 KB바둑리그 챔피언결정(5전3선승) 4차전 수려한합천과의 경기에서 팀의 선봉으로 나와 1승을 보탰지만, 5국까지 가는 접전 끝에 팀이 2-3으로 지면서 눈물을 삼켰다. 셀트리온은 이날 패배로 시리즈 전적 1승3패로 우승컵을 수려한합천에 내줬다. 전·후기 통합 1위로 챔피언전에 진출했던 수려한합천은 창단 이후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박정환, 나현, 박영훈 등을 앞세운 수려한합천은 우승상금 2억원도 챙겼다. 준우승팀 상금은 1억원.
수려한합천의 우승에도 팬들의 뇌리에는 포스트시즌에 보여준 신진서의 괴력이 가장 많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신진서의 소속팀 셀트리온은 전·후기 통합 6위로 포스트시즌에 합류했다. 포스트시즌에 턱걸이를 하면서 셀트리온은‘플레이-인 토너먼트’, 와일드카드결정전,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5~2위를 모두 탈락시켰다. 이 과정에서 부동의 한국랭킹 1위 신진서 9단은 자신이 출전한 모든 대국에서 승리해 팀이 챔피언전에 오를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같은 팀의 조한승 9단은 챔피언전 진출이 확정된 뒤, “신진서 9단이 힘들지 않도록 많이 이기겠다”고 말하는 등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피로가 누적됐는지 셀트리온은 챔피언전 1~2차전에서 수려한합천에 졌고, 배수진을 친 3차전을 잡으면서 희망을 살렸으나 4차전에서 팀의 4~5번째 주자인 원성진 9단과 강승민 8단이 각각 수려한합천의 박정환 9단과 나현 9단에 역전패하면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팀의 주장으로 정규와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27연승, 지난 시즌까지 포함하면 29연승의 무패 대기록을 세운 신진서의 꿈도 멈췄다.
하지만 신진서는 다음달 8일 열리는 시상식에서 올 시즌 바둑리그 최고의 별이 될 가능성이 있다. 팬(50%)과 기자단(50%)에 의해 결정되는 최우수기사(MVP) 투표에서 압도적인 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진서는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어떤 상대를 만나든 100수 안에 판을 거의 결정해 버리는 등 바둑내용에서 모든 상대를 강한 인상을 남겼다.
신진서가 2022~2023 바둑리그에서 연승을 기록하면 이창호 9단이 1999~2005년 농심배에서 세운 단일기전 최다연승 기록(30연승)을 넘어설 수도 있다. 신진서는 원성진의 바둑리그 최다연승 기록(24승)은 이미 깼다.
한편 창단 3년 만에 9개 팀이 겨룬 바둑리그에서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린 수려한합천은 지난 4월 퓨처스리그에서도 정상에 오른 바 있다. 수려한합천의 고근태 감독은 “처음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는데 우승까지 할 줄 몰랐다. 합천 군민들에게 우승의 영광을 돌리고 싶다. 선수단과 합천에 내려가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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