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으로 보여줬다.”
내용에서 완승을 거둔 신진서 9단이 중국 1위 커제 9단에 승리하면서 자신감을 표출했다. 최고 권력의 명암이 갈리는 상징적 사건이 될 수도 있다.
한국 바둑랭킹 1위 신진서(21) 9단이 10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과 중국 베이징 중국기원에서 온라인으로 열린 제26회 엘지(LG)배 조선일보 기왕전 준결승에서 커제(24) 9단을 300수까지 가는 접전 끝에 백으로 3집반 이겼다.
결승에 진출한 신진서는 내년 2월 중국의 양딩신 9단과 우승컵을 두고 3번기 대국을 벌인다. 지난해 2월 엘지배에서 우승한 신진서는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한다.
신진서는 지난해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마우스 착점 실수로 커제에 패하는 등 악연이 있지만 이날 완승을 거뒀다. 커제는 이번 엘지배 8강전에서 박정환 9단을 눌렀지만, 이날 신진서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이날 백을 잡은 신진서는 커제와 치열한 수 싸움을 펼치며 중반까지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종반으로 접어들며 조금씩 우세를 확보한 신진서는 패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면서 커제의 실리를 파괴했고, 결국 패를 양보하는 대신 흑 4점을 잡으면서 승패를 갈랐다.
신진서는 커제와의 통산 맞전적을 6승11패로 좁혔다. 하지만 최근 1년간 대국에서는 신진서가 3승1패로 확실하게 우세를 잡았다.
신진서는 대국 뒤 “매우 만족한다”는 평가를 내렸는데, 세계 바둑 판도에서 확고한 주도권을 잡았다는 자신감이 드러났다.
계산력과 끝내기가 강해 ‘신공지능’이라 불리는 신진서는 “초반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갑자기 (좌변에서) 커제 9단의 무리수가 나오면서 패가 나서는 확실히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이달초 박정환 선수에게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졌다. 이어 엘지배 8강전과 4강전이 있어 힘들지 않겠나 했는데, 두다 보니 수가 잘 보였고 결과기 좋아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신진서는 “커제 9단을 이겼지만 양딩신 9단이 만만치 않다. 남은 기간 결승전 준비를 잘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신진서는 양당신과는 5승 5패를 기록 중이다. 올해 세 차례 대결에서는 신진서가 3연승을 거뒀다.
엘지배 우승상금은 3억원, 준우승 상금은 1억원이다. 제한 시간은 각자 3시간에 초읽기 40초 5회씩이다.
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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