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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권이 내린 축복?…물 만난 ‘영포회’

등록 2009-01-15 19:00수정 2009-01-15 23:31

지난해 11월 26일 영포회 송년모임 발언록
[뉴스 쏙]
‘포항·영일 출신 공무원 모임’ 새정부서 약진
“물 좋을때 발전을…” “노났다” 송년모임 물의
‘외부 초청인사탓’ 책임 돌려…고향서도 ‘비판’

‘교만에 빠진 포항 리더들. 경기 불황에 서민들은 허리가 끊어질 판인데…’

지난해 11월28일 대구의 한 일간지 1면 머릿기사 제목이다. 바로 이틀전 열린 ‘영포목우회’(영포회) 송년회에서 나온 발언들을 개탄하는 내용이었다. 영포회는 경북 포항·영일 출신 중앙부처 5급 이상 공무원들의 모임이다.

당시 영포회 송년회에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일부 지역구 국회의원, 포항시장 등이 참석하는 등 성황을 이루었다. 그런데 이 모임에서 낯뜨거운 발언들이 쏟아져 나온 게 외부로 알려지며 비난이 빗발친 것이다.

“이렇게 물 좋은 때 고향 발전을 못 시키면 죄인이 된다.”(박승호 포항시장)

“속된 말로 동해안에 노났다. 우리 지역구에도 콩고물이 떨어지고 있다.” (강석호 국회의원/영양·영덕·봉화·울진군)

“이명박 대통령의 후광으로 동해안 시대를 열기 위한 예산안의 윤곽이 드러났다.” (이병석 국회 국토해양위원장)


“어떻게 하는지 몰라도 예산이 쭉쭉 내려온다.” (최영만 포항시의회의장)

“오늘 이 자리는 즐거운 자리지만, 지도자 이명박 대통령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생각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이 발언 소동을 빚으면서 영포회의 존재가 새삼스럽게 부각됐다. 게다가 최근 한상률 국세청장이 대통령 동서를 비롯해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지인 등 포항 쪽 인사들과 골프 및 식사 회동을 하면서 ‘인사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포항의 힘’이 다시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영포목우회’란 명칭은 말(목우) 그대로 청렴과 사명감을 갖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들의 모임이라는 의미로 지어졌다고 한다. 지난 80년 만들어졌으며, 가입 대상은 중앙부처 5급 이상이다. 지방자치단체나 외국으로 갈 경우 정회원에서 빠지며, 거꾸로 다른 곳에서 중앙부처로 오면 정회원이 된다. 회원은 약 100여명이다.

영포회 소속 고위 공직자로는 정장식 중앙교육원장과 권종락 외교부 1차관, 이병욱 환경부 차관, 김석기 서울경찰청장 등이 있다. 정 원장의 경우 지난 2006년 경북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다가 떨어진 뒤 야인으로 있다 지난해 3월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화려하게 공직에 복귀했다. 권 차관은 이명박 당선자 시절 인수위에 파견된 뒤 외교부 차관으로 영전했다.

일선 부처에서도 지난해 정권 출범 직전 포항·영일(1995년 포항 편입) 출신 부처 공무원 20여명이 인수위에 대거 파견됐다. 이들 중 상당수는 지금까지 청와대에서 주요 보직을 맡고 있다.

영포회 쪽은 송년회 파문 당시 문제의 발언은 모두 외부 초청인사들이 한 말이어서, 영포회가 욕을 먹는 것은 억울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하지만, 구룡포 출신인 최시중 위원장은 1년 걸러 영포회 송년 모임에 참석하는 멤버이며, 지역구 출신 국회의원과 지자체 기관장들도 해마다 출석하는 점에 비춰 거의 ‘정회원’에 가깝다.

영포회 회장인 이원 국민권익위 행정심판위원회 상임위원은 14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지난해 말 송년모임 이후 영포회 내부에서도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몸조심해야겠다거나, 앞으로 오해받을 짓을 해서는 안 되겠다’라고 하는 공감대가 널리 형성됐다”며 “자성의 계기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포항시장 발언 외에는 당시 노건평씨 구속 시점에 대통령을 잘 보좌해야 한다는 덕담 수준이거나, 지역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이 자랑삼아 예산유치 실적을 부풀린 것으로 보인다며 큰 문제가 될 게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이들의 발언은 모두 전형적인 지역감정 조장 성격이 짙은데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대통령 출신 지역에 대한 예산 특혜 지원이 당연하다는 투여서 대표적인 ‘도덕 불감증’ 사례로 꼽힌다. 당시 영포회 회원들은 최시중 위원장의 ‘이대로’ 건배 선창에 ‘나가자’라며 한목소리로 화답했다고 한다. ‘이대로’는 ‘이명박을 대통령으로’의 줄인 말로, 2007년 대선 때 캠프 구호이기도 하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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