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수첩의 대명사로 자리잡아온 양지사는 최근 뜬금없는 폐업 소문에 시달리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뉴스 쏙] 호기심 플러스
완구업체 양지실업 폐업
‘수첩 강자’ 양지사에 불똥 양지사, 꽤 친숙한 이름이죠? 수첩만 30년 넘게 만들어 온 전통의 수첩 전문회사입니다. 1976년 설립돼 32살 된 장수기업이자 수첩업계의 오래된 1위 업체입니다. 수첩회사는 이맘때가 대목입니다. 한 해를 시작하면 누구나 희망찬 계획을 세우기 마련이니까요. 수첩에 중요한 계획같은 것들을 적어 넣으면서 한 해를 구상하고, 생일 같은 가정 대소사를 소중하게 표시하기도 하죠. 그런데 이 양지사가 최근 큰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난데없이 양지사가 폐업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입니다. “양지사가 올해까지만 수첩을 만들고 앞으로 수첩 제작을 접는다더라”는 겁니다. ‘양지사마저?’ 하면서도, 대공황을 방불케 하는 경기침체 탓에 그럴 만도 하겠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한편으론 요즘 휴대전화의 일정관리와 메모 기능이 좋아지면서 수첩 대신 휴대폰으로 일정을 기록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 수첩회사들이 망하고 있다는 설명도 그럴싸합니다. 하지만 양지사 사람들은 참으로 황당해했습니다. 문닫는다는 소문이 맞느냐고 물었더니 “그렇잖아도 정말 양지사가 폐업하는 게 맞느냐는 문의전화가 많이 왔다”며 “멀쩡한 회사를 누가 왜 문 닫는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을 합니다. 양지사 김은규 이사는 “어디서 그런 소문이 돌기 시작했는지 알려달라”며 기자에게 물어볼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양지사의 실적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1996년에 코스닥에 상장한 양지사는 2005년 이후 매년 매출액 4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영업이익도 꾸준히 50억원 중반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제조업체들한테 10%가 넘는 영업이익률은 그야말로 대단한 수준입니다. 김 이사는 “수첩만 만드는 전문회사이고 수첩이라는 제품의 특성상 매출액의 변동이 그리 크지 않고 꾸준하다”고 했습니다. 경기가 어려워져서 매출이나 순익이 급감한다고 해도 양지사는 쉽사리 넘어갈 회사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오랫동안 한 우물만 파온 다른 제조업체처럼, 양지사는 자산이 많고 차입금 의존도는 낮은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경제 모든 분야들이 찬바람을 맞고 있지만 수첩과 다이어리 업계는 오히려 요즘 불황 속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경제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더욱 계획적으로 생활하고 소비하려는 이들이 늘어나 가계부와 다이어리 매출이 예년보다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도대체 왜 양지사의 폐업 소문이 돌았던 걸까요? 이름이 비슷한 양지실업이란 회사 때문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설탕과 밀가루 제조업체인 삼양사와 라면 전문회사인 삼양식품이 늘 혼동되는 것과 비슷합니다. 양지실업은 완구회사로 미국에 수출하는 ‘산타베어’라는 인형으로 유명합니다. 이 양지실업이 최근 ‘폐업’을 결정했습니다. 어려워서가 아닙니다. 수십년 흑자행진을 이어온 회사이지만, 후계자도 마땅치 않고 전문경영인 영입도 쉽지 않아 창업주가 ‘종업’을 결심한 것입니다. 양지실업은 공장 문을 이미 지난해 닫았고, 사무실은 종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역시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량 중소기업 양지실업의 흑자 종업 소식이야말로 지금 우리 경제 현실을 돌아보게 합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수첩 강자’ 양지사에 불똥 양지사, 꽤 친숙한 이름이죠? 수첩만 30년 넘게 만들어 온 전통의 수첩 전문회사입니다. 1976년 설립돼 32살 된 장수기업이자 수첩업계의 오래된 1위 업체입니다. 수첩회사는 이맘때가 대목입니다. 한 해를 시작하면 누구나 희망찬 계획을 세우기 마련이니까요. 수첩에 중요한 계획같은 것들을 적어 넣으면서 한 해를 구상하고, 생일 같은 가정 대소사를 소중하게 표시하기도 하죠. 그런데 이 양지사가 최근 큰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난데없이 양지사가 폐업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입니다. “양지사가 올해까지만 수첩을 만들고 앞으로 수첩 제작을 접는다더라”는 겁니다. ‘양지사마저?’ 하면서도, 대공황을 방불케 하는 경기침체 탓에 그럴 만도 하겠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한편으론 요즘 휴대전화의 일정관리와 메모 기능이 좋아지면서 수첩 대신 휴대폰으로 일정을 기록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 수첩회사들이 망하고 있다는 설명도 그럴싸합니다. 하지만 양지사 사람들은 참으로 황당해했습니다. 문닫는다는 소문이 맞느냐고 물었더니 “그렇잖아도 정말 양지사가 폐업하는 게 맞느냐는 문의전화가 많이 왔다”며 “멀쩡한 회사를 누가 왜 문 닫는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을 합니다. 양지사 김은규 이사는 “어디서 그런 소문이 돌기 시작했는지 알려달라”며 기자에게 물어볼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양지사의 실적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1996년에 코스닥에 상장한 양지사는 2005년 이후 매년 매출액 4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영업이익도 꾸준히 50억원 중반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제조업체들한테 10%가 넘는 영업이익률은 그야말로 대단한 수준입니다. 김 이사는 “수첩만 만드는 전문회사이고 수첩이라는 제품의 특성상 매출액의 변동이 그리 크지 않고 꾸준하다”고 했습니다. 경기가 어려워져서 매출이나 순익이 급감한다고 해도 양지사는 쉽사리 넘어갈 회사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오랫동안 한 우물만 파온 다른 제조업체처럼, 양지사는 자산이 많고 차입금 의존도는 낮은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경제 모든 분야들이 찬바람을 맞고 있지만 수첩과 다이어리 업계는 오히려 요즘 불황 속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경제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더욱 계획적으로 생활하고 소비하려는 이들이 늘어나 가계부와 다이어리 매출이 예년보다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도대체 왜 양지사의 폐업 소문이 돌았던 걸까요? 이름이 비슷한 양지실업이란 회사 때문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설탕과 밀가루 제조업체인 삼양사와 라면 전문회사인 삼양식품이 늘 혼동되는 것과 비슷합니다. 양지실업은 완구회사로 미국에 수출하는 ‘산타베어’라는 인형으로 유명합니다. 이 양지실업이 최근 ‘폐업’을 결정했습니다. 어려워서가 아닙니다. 수십년 흑자행진을 이어온 회사이지만, 후계자도 마땅치 않고 전문경영인 영입도 쉽지 않아 창업주가 ‘종업’을 결심한 것입니다. 양지실업은 공장 문을 이미 지난해 닫았고, 사무실은 종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역시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량 중소기업 양지실업의 흑자 종업 소식이야말로 지금 우리 경제 현실을 돌아보게 합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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