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운 행동…부모의 평소 대화법 점검해야
직장인 송인희(가명·36)씨는 요즘 여섯살 난 딸 때문에 걱정이 많다. 의도적으로 딸이 엄마의 물음에 대한 대답을 피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딸아이에게 ‘가’를 물으면 대개 ‘나’라는 답이 돌아온다. 송씨는 “오늘 유치원에서 누구랑 놀았는지 물어보면 ‘배고프니 밥 달라’는 엉뚱한 답변을 한다”고 말했다.
부모의 질문에 대답을 피하는 것이 부모를 향한 불만 표출인지, 자녀의 발달·정서·언어 장애에 대한 이상신호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녀의 이런 행동은 극히 정상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4~6살 아이들의 반항은 자연스러운 행동이라는 것이다. 이 또래만 돼도 자신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전달할 능력이 있고, 대답하고 싶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판단도 가능하다고 한다. 유한익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부모들의 가장 큰 착각은 자신의 질문에 자녀가 반드시 대답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이라며 “대답을 안하는 것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한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자녀가 대답을 회피하는 행동은 대개 부모와 자녀의 잘못된 대화 습관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안동현 한양대의료원 정신과 교수는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관점에서 말을 들으려 하기보다 본인들의 관심사만 묻는 경향이 있다”며 “평소 자녀와의 관계나 대화 습관을 돌아볼 것”을 주문했다.
자녀의 동문서답 습관은 부모가 충분한 관심을 주고, 놀아주고, 평소 눈을 맞추며 대화를 즐기면 대부분 해소된다. ‘왜 그랬니’ ‘그러면 안되지’ ‘이렇게 해야 한다’ 같은 질책과 충고보다는 ‘그러니’ ‘그렇구나’ 등 자녀의 말과 행동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신민섭 서울대병원 소아신경정신과 교수는 “자녀가 원할 때 부모가 즉각 말과 행동으로 반응해줄 필요가 있다”며 “간섭과 참견보다는 자율성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녀의 ‘동문서답’ 행동이 부모 등 특정인이 아닌 모든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난다면 이상신호가 의심된다. 안동현 교수는 “아이의 발달이나 사회성, 언어·인지 이해능력 자체가 떨어지는 것이 원인일 수 있다”며 “이럴 땐 전문가의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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