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는 2010년 2월 8일에 등록된 기사로 ‘2015년 명량 설날 사용설명서’ 특집으로 재편집하여 소개합니다
[건강2.0] 선재스님에게 배우는 저열량·저지방 명절음식
떡국, 만두, 갈비찜, 전, 나물, 생선구이, 잡채, 식혜, 떡, 한과, 수정과, 과일….
매년 설 연휴 때면 밥상 위를 빈틈없이 채우는 먹거리들이다. 온 가족이 모여 연휴 내내 쉴 틈 없이 먹고 또 먹는다. 포만감으로 채워진 배에 한잔 두잔 술까지 곁들이면 우리 몸은 더이상 주체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주로 기름에 지지고 볶고 묻혀서 내놓는 명절 음식들은 과거 영양 만점의 먹거리로 통했다. 하지만 먹을 것이 넘쳐나는 요즘엔 몸에 부담을 주는 고열량·고지방 식품의 대명사가 됐다.
참죽순·버섯으로 국물 낸 떡국
만두소에도 고기 대신에 호두
“육류는 자제하고 제철 재료로”
설 명절 분위기를 내면서도 고열량·고지방을 피할 수 있는 설음식은 없을까? 육류와 어패류를 쓰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채소를 잘 활용하는 사찰음식을 활용한 ‘웰빙 식단’에 도전해보자.
몸에 좋은 음식과 입에 좋은 음식은 다르다. 사찰음식 전문가인 선재 스님은 “새해를 시작하면서 기름진 음식을 잔뜩 먹으면 몸과 마음에 모두 해롭다”며 “육류 섭취를 자제하고 제철 음식을 소식하라”고 권한다. 음식을 너무 많이 해 남기거나 버리지 말고, 없는 이들과 나누는 것도 건강한 설을 지내는 또 하나의 요령이다.
불가에서는 ‘음식은 곧 약이며, 사람의 성품을 만든다’고 본다. 사찰음식에서 육류·어패류와 함께 오신채(자극성이 있는 다섯 가지 채소)인 파, 마늘, 달래, 부추, 흥거(무릇)를 금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능엄경>에는 이들 식재료를 날로 먹으면 ‘화’를 돋우고, 익혀서 먹으면 ‘음험한 마음’을 돋운다고 적혀 있다. 자극성이 많은 음식을 먹으면 기운이 밖으로 뻗쳐 성질이 급해지고 탐내는 마음이 생겨 수행에 방해가 된다고 본 것이다. 이런 원리에 비춰보면, 설에 고기와 자극적인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은 육체적·정신적 건강에 해를 끼치게 된다.
그 원리를 따라 떡국을 만들어보자. 우선 떡국에 고기를 넣지 않는다. 국물은 다시마, 버섯가루, 참죽순 등을 이용해 우려내면 된다. 고기를 넣지 않았는데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오고, 맛도 쇠고기를 살짝 넣은 듯 고소한 맛이 난다. 만두에도 고기 대신 호두를 갈아 넣어 영양을 보충한다. 호두채소만두는 고기만두보다 깔끔하고 담백하면서도 고기만두 못잖은 풍미를 즐길 수 있다. 나물을 무칠 때도 파 따위를 지나치게 쓰지 않고 나물 고유의 맛을 살려 조리한다.
우리 땅에서 난 유기농 제철음식을 찾아 설 명절에 먹는 것도 자연과 사람을 일체로 보는 전통사상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성장촉진제, 항생제, 농약 등에 찌든 음식 대신 의미 있는 유기농 웰빙식단으로 차려진 명절 상차림을 보면 조상들도 무척 기뻐할 것이다. 자연스러운 맛을 살리는 것은 자연과 내가 화합을 이루는 행위이기도 하다.
삼겹살, 불고기, 갈비, 고깃국 등 우리는 평소에도 육류를 자주 즐기고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다. 설날이 평소와 다른 의미를 갖는 날이라면, 이번 설엔 육류와 기름진 음식을 빼고 사찰식 음식을 즐기는 날로 정해보면 어떨까?
[사찰 설음식 조리법]
선재사찰음식연구소의 도움을 얻어 사찰식 설음식 다섯 가지 레시피를 소개한다. 장소영 전주대 교수(전통음식문화 전공)이 이 음식들의 영양학적 의미를 덧붙였다. 이번 설엔 고기류를 줄이고, 다음 음식 중 1~2가지만이라도 시도해보자.
■ 떡국
재료: 떡국떡 400g, 김 1장, 국물(표고버섯 5장, 다시마10㎝ 2장, 무 1/3토막, 참죽순 약간, 들기름, 간장)
① 냄비에 들기름을 두르고 다시마, 표고버섯, 무를 넣어서 표고버섯이 노릇해질 때까지 볶는다.
② 버섯이 잘 볶아지면 물을 자작하게 부어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며 부은 물이 반쯤 줄어들 때까지 끓인다.
③ 위에 국물에 참죽순을 넣고 물을 넉넉하게 부어서 푹 끓인다.
④ 떡국떡은 물에 씻어서 건져 놓는다.
⑤ 국물이 우러나면 건더기를 건지고 간장간을 한 뒤 준비한 떡을 넣고 떡이 부드러워질 때까지 끓인다. 떡국을 그릇에 담고 채썬 김을 얹는다.
◎ 보통 밥 한 공기 열량이 300㎉ 정도다. 그러나 떡국의 열량은 이보다 더 높은 420~600㎉ 정도다. 자칫 방심하다간 적정 열량을 초과해 먹기 십상이다. 고기를 빼면 떡국의 열량을 낮출 수 있다. 또 다시마와 표고버섯을 같이 쓰면 조미료와 같은 감칠맛 성분이 서로 상승작용을 내 따로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참죽순을 넣어 국물을 내면 쇠고기 맛과 비슷한 맛이 난다. 들기름의 주성분인 오메가3지방산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필수지방산이자, 한국인에게 가장 부족하기 쉬운 지방이기도 하다. 이것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전과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등 혈관을 보호하는 데 아주 유익한 지방이다. 설날은 동물성 단백질이나 지방 등을 과식하는 기간인데, 들기름으로 조리하는 방법은 효과적이다.
■ 호두채소만두
재료: 호두 1/2컵, 마른 표고버섯 5장, 두부 1/3모, 김치 1/4포기, 양배추 150g, 당근 50g, 시금치 50g, 배추 1/4포기, 밀가루 2컵, 소금 1/2큰술, 깨소금 2큰술
① 밀가루에 소금을 섞어 말랑할 정도로 만두피 반죽을 한다.
② 호두는 프라이팬에 노릇하게 볶고, 표고버섯은 불려 들기름을 두르고 볶는다. 볶은 호두와 표고버섯을 분쇄기에 간다.
③ 두부를 칼등으로 으깨고 김치는 속을 털고 썰어 물기를 짠다.
④ 배추는 데쳐서 다져 물기를 짜고 양배추, 당근은 다지고 시금치는 깨끗하게 씻어 썬다.
⑤ 만두소 재료를 섞고 깨소금을 넣은 뒤 간이 부족하면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⑥ 만두피를 밀어 만두를 빚는다.
⑦ 냄비에 물을 올려 물이 끓으면 소금을 넣고 만두를 삶아서 찬물에 담갔다 건진다.
호두의 지방은 몸속의 콜레스테롤 함량을 떨어뜨리고 혈관벽에 붙어 있는 오래된 지방을 씻어내 피를 잘 통하게 하므로 신체 각 부분이 건강해질 수 있다.
◎ 호두의 지방은 몸속의 콜레스테롤 함량을 떨어뜨리고 혈관벽에 붙어 있는 오래된 지방을 씻어내 피를 잘 통하게 하므로 신체 각 부분이 건강해질 수 있다. 특히 호두가 심장 건강에 크게 도움이 되는 이유는 오메가3지방산으로 심장과 순환 계통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비타민 E가 풍부해 피부의 수분 손실을 막고 피부막을 재생시켜 탄력 있는 피부도 만들어준다.
비타민 C와 같이 섭취하면 호두의 비타민 E 흡수율이 높아진다. 또한 호두의 지방질은 녹황색 채소에 풍부한 카로틴의 흡수를 돕는다.
■ 과일즙나박김치
재료: 배추 200g, 무 200g, 연근 100g, 미나리 10줄기, 사과 1개, 배 1개, 귤 2개, 청피망, 홍피망 1/2개씩, 소금 약간, 고춧가루 1작은술, 생수 1컵
① 배추, 무, 연근을 깨끗이 손질해서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소금에 살짝 버무려 놓는다.
② 사과, 배, 귤을 강판에 갈아서 체에 걸러 즙을 준비한다.
③ 준비된 과일즙에 생수를 섞고 고운 면보에 고춧가루를 싸서 손으로 비벼주며 국물에 고춧가루물을 들인다.
④ 고춧가루물 들인 김치 국물에 소금으로 간을 하고 소금에 버무려 놓은 배추, 무, 연근에 부은 뒤 잘 섞고 알맞게 썬 미나리와 채를 썬 피망을 조금 띄운다.
밥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 음식에서 무는 설 음식으로 제격이다.
◎ 밥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 음식에서 무는 설 음식으로 제격이다. 무에는 전분을 분해하는 효소인 아밀라아제가 풍부해 소화력을 좋게 한다. 이뿐 아니라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인 리파아제, 단백질을 분해하는 프로테아제까지 있다. 기름진 음식은 소화가 안되지만 무와 곁들인다면 무에 다양한 소화 효소가 있어 소화가 잘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과식을 하여 소화에 부담이 될 때 더욱 좋다. 다른 과일과 함께하니 더욱 효과적이다.
■ 고사리나물
재료: 말린 고사리 크게 한줌, 들기름 2큰술, 집간장 2큰술, 통깨 1큰술, 물(양념그릇 씻은 물) 1/3컵
① 말린 고사리를 씻어서 찬물에 담가 놓았다가 부드러워질 때까지 푹 삶는다.
② 삶은 고사리를 그대로 식혀 찬물에 헹궈 물기를 짠다.
③ 물기 짠 고사리에 들기름, 집간장을 넣어 골고루 양념이 배게 무친다.
④ 달구어진 냄비에 고사리를 넣어 볶다가 양념한 그릇 씻은 물을 넣고 뚜껑을 덮어 한김 올린 후 뚜껑을 열고 국물이 자작해지면 통깨를 비벼 넣고 무친다.
◎ 고사리는 ‘산에서 나는 쇠고기’로 불린다. 그만큼 단백질이 풍부하고 칼슘과 칼륨 등 생체 유지에 필수적인 무기질 성분도 많이 함유돼 있다. 섬유소가 강한 나물을 볶거나 무칠 때 들기름을 넣으면 섬유소를 부드럽게 하고, 특유의 향이 있어 조리할 때 소금을 적게 넣어도 음식의 맛을 살릴 수 있다.
■ 찹쌀수수 부꾸미
재료: 찹쌀가루 1컵, 찰수수가루 1컵, 팥고물 1컵, 꿀 약간, 식용유
① 찹쌀과 찰수수를 물에 불려 방앗간에서 가루를 낸다. (수수는 물을 여러번 갈아주어 붉은 물과 떫은맛을 빼야 한다.)
② 찹쌀가루와 수숫가루에 각각 끓는 물을 부어 익반죽을 하고 고루 치댄다.
③ 각각의 반죽을 적당한 크기로 떼어 기름을 살짝 두른 팬에서 꼭꼭 누르며 지진다.
④ 한쪽 면이 익으면 뒤집어 가운데 꿀에 버무린 팥고물 소를 놓고 반으로 접어 끝을 벌어지지 않게 꼭꼭 누르며 반달 모양으로 지진다.
글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사진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