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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병 고치는 의사들 애주법은 ‘속도 조절’

등록 2009-12-07 21:50수정 2009-12-07 21:58

술병 고치는 의사들 애주법은 ‘속도 조절’
술병 고치는 의사들 애주법은 ‘속도 조절’
[건강2.0]
“한창때 주량 믿지 말고 자기 관찰…말 많이 하면 알코올 분해 빨라져”
“폭탄주도 천천히 마시면 덜 취해…필름 끊기면 알코올의존증 의심”
고수에게 듣는 ‘건강하게 마시는 법’

“그래 난 취했는지도 몰라. 실수인지도 몰라. 아침이면 까마득히 생각이 안 나 불안해할지도 몰라.”

직장인 김낮술(35·가명)씨는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머리를 쥐어뜯었다. 3차까지 이어진 술자리, 하지만 그의 기억은 1차뿐이다. 마치 전람회의 노래 <취중진담>처럼. 집을 찾아온 것만 해도 기특할 뿐이다. ‘혹시 실수하지 않았나?’ ‘다른 사람과 싸우지는 않았을까?’ 김씨의 출근길은 바늘방석이다. 결국 김씨는 동석했던 동료에게 문자메시지를 남긴다. “어제 실수했어도 이해해줘. 취했나봐. 미안~.”

’아듀 2009!’ 송년회철을 맞아 부쩍 김씨 같은 경험을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적당히 마시자고 다짐해도 분위기에 취하다 보면 어느덧 자신의 주량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그러나 과음은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판단력마저 떨어뜨려 대인관계와 사회생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알코올질환 전문병원인 다사랑병원·한방병원 심재종 대표원장(한의사)과 전용준 원장(내과전문의)으로부터 ‘술 건강하게 마시는 법’에 대해 들어봤다.


심재종 한의사
심재종 한의사

기자 원장님들은 주량이 어떻게 되세요?

· 공식용이요, 비공식용이요? 하하. 공식적으로 소주 반병~한병입니다. 김 기자는 어때요?

기자 그때그때 달라요. 제 주량보다 많이 마셨는데도 멀쩡할 때도 있고, 주량보다 덜 마셨는데 술에 취해 제정신이 아닐 때도 많아요. 그래서 말인데, 덜 취하게 술 마시는 방법이 있나요? 요즘엔 거의 매일 술 생각이 나서 홀짝홀짝 마시곤 해요.

음, 그거 문제군요. 여하튼 이성을 잃지 않고, 자신의 주량을 조절해서 마실 수 있으면 알코올의존증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그러니 자신의 주량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해요. 주량에 맞게 마시면 만취할 일이 없으니까요.

네, 그럼요. 많은 사람들이 ‘나 한창때는 이만큼까지 마셨어!’라며 자랑삼아 말하곤 하죠. 주량은 나이가 들면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근데 세월이 흘러도 가장 잘 마실 때를 자신의 주량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결국 자신의 주량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거죠. 그러니까 필름도 끊기는 것이고요.

기자 실은 얼마 전에도 제 친한 친구가 술에 취해 필름이 끊겨 (자신이 품절녀임을 잊고) 택시 타고 친정집에 갔다고 해요. 필름 끊김 증상이 나타나면 문제가 있는 거죠? 필름이 끊겨도 집에 잘 찾아가는 건 왜인가요?

‘필름 끊김’(블랙아웃)은 뇌의 입출력 기능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알코올이 뇌의 단기기억 능력을 상실시키기 때문인데요. 반면 집의 위치는 오래전부터 저장된 정보가 출력되는 것이기에 무의식 중에도 찾아가는 겁니다. 필름이 자주 끊기고, 나쁜 술버릇이 집안·직장 문제로 번지면 알코올의존증 단계입니다.

기자 권장 음주량이 따로 있나요?

의학적으로는 남성의 경우 45g 남짓을 적정량으로 봅니다. 알코올 12g을 한 잔으로 정의하니까 양주, 소주, 포도주 등은 3~4잔 정도겠네요. 맥주는 1병(캔) 정도고요. 여성과 노약자는 남성의 2분의 1 정도가 적정량입니다. 여성은 생리·임신과 출산 등을 고려해 덜 먹는 게 좋아요.

기자 술 마실 때 반드시 밥을 먹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안주조차 먹지 않는 이들이 있어요. 이런 습관이 숙취에 영향을 주나요?

운동을 하기 전 몸을 풀어주듯 음주 1~2시간 전 식사를 간단히 하면 좋아요. 포만감에 술도 덜 먹게 되죠. 죽 같은 유동식도 좋고, 우유는 위 점막을 보호해주니까 좋아요. 빈속에 마시는 술은 독주입니다. 복부 비만의 원인이기도 하고요.

기자 술 마실 때 좋은 안주가 있나요?

고단백·저열량 안주가 좋아요. 전 생선회 좋아합니다. 항상 먹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튀김류나 돈가스 등 기름기가 많은 안주보다는 김, 고기와 생선, 치즈, 두부, 채소와 과일을 권합니다. 맵고 자극적인 무침류나 볶음류, 콜레스테롤이 높은 오징어(육포)·땅콩은 안 권합니다. 술 마실 땐 안주를 꼭 챙기십시오.

전용준 내과전문의
전용준 내과전문의

저도 생선회 좋아해요. 달달한 곶감이나 고구마가 있으면 그것을 먹고요. 술을 마시면 간의 당 생성작용이 떨어져 저혈당 증상이 오는데, 이를 예방할 수 있어요. 초콜릿은 달긴 하지만 열량이 높아 잘 안 먹죠.

기자 젊을 때는 술을 마셔도 얼굴색 하나 안 변했는데, 지금은 조금만 먹어도 빨개집니다.

알코올 대사의 1차 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가 축적되어 그렇습니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숙취를 일으키고 신체 장기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건강 주의해야겠어요. 혈액순환이 잘돼서 그런 것이 결코 아닙니다.

기자 술자리에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거나, 노래방에서 신나게 춤추고 노래 부르면 술이 금방 깨던데요?

입과 숨을 통해 알코올이 날아갈 뿐 아니라 술 마시는 양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칼로리 소모도 되니, 일거양득이죠.

기자 술과 물을 섞어 마시거나 중간에 물을 마시면 좋은 건가요?

술에 물을 타서 먹거나, 중간중간에 마셔주면 효과가 있죠. 술이 대사되는 과정에서 많은 물이 필요한데, 그걸 보충할 수 있으니까요. 또한 포만감 때문에 술도 덜 먹게 되고요. 아 참! 기왕이면 도수 낮은 술을, 천천히 마실 것을 권합니다. 소주 1잔 분해에 걸리는 시간이 1시간20분이라는 사실 명심하세요.

전 물보다 이온음료가 흡수도 빠르고, 갈증 해소에도 더 좋더라고요.

기자 폭탄주를 먹으면 주량과 상관없이 마시게 되던데, 폭탄주를 마시면 더 취한다는 속설이 맞나요?

술을 섞어 마신다고 해서 더 잘 취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음주량이 더 많아지고 빨리 마시게 돼 더 쉽게 취하는 것이죠. 폭탄주 3잔을 연거푸 마시면 소주 한 병의 알코올 함량과 맞먹는 술을 마시는 셈이니까요. 제가 아는 분은 폭탄주 마실 때마다 파인애플 안주에 이쑤시개를 한개씩 꽂더라고요. 몇 잔 마셨나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죠. (웃음)

기자 어~ 그거 좋은 방법이네요. 저도 다음부터는 그 방법을 써봐야겠어요. 하하. 폭탄주를 잘 마시는 요령 같은 게 있나요?

술 마시는 속도와 알코올 도수가 취하는 속도를 결정합니다. 그러니 폭탄주도 천천히 마시는 게 좋아요. 또한 도수 낮은 술에서 도수 높은 술의 순서로 마시는 것이 더 낫습니다. 독한 술에서 약한 술로 가면 ‘술이 술을 먹게 할’ 가능성이 높아요.

기자 네. 잘 알았습니다. 올해 송년회 때는 알려주신 요령들을 꼭 실천해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술병 고치는 의사들 애주법은 ‘속도 조절’
술병 고치는 의사들 애주법은 ‘속도 조절’

위험한 ‘주당 상식’

“억지로 토하다간 식도염 일으켜”

“나도 예전에는 맥주 한 잔 못 넘겼는데, 지금은 소주 한 병도 거뜬해.”

술을 못 마시는 사람에게 우리는 ‘술은 마실수록 느는 법’이라며 술을 권하곤 한다.

정말 그럴까? 전문가들은 근거가 있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몸속 유전자가 ‘이 사람은 알코올 분해효소가 더 필요하다’고 인식해 알코올에 대한 내성을 키운다는 것. 이정권 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2주일 동안 술을 매일 마시면 간의 에탄올 분해 능력이 30% 증가한다”고 말했다.

술을 깨기 위해 일부러 구토를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도 못했던 사람이 구토 뒤 멀쩡해져 돌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구토로 알코올이 몸속에 더 이상 흡수되지 않거나, 앞서 흡수됐던 알코올이 몸 밖으로 배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가락을 입에 넣어 억지로 구토를 유도하는 것은 좋지 않다.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는 “구토는 식도 점막을 자극해 염증을 일으키거나 식도와 위 사이의 괄약근을 약하게 만들어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자리를 즐기는 가장 큰 이유로 ‘솔직하고 친근한 분위기’를 주로 꼽는다. 회사 업무나 사업 목적으로 만나도 ‘술이 빠지면 어색하고 허전하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다. 이는 알코올이 뇌의 사고·논리·지각 판단력을 저하시켜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하고 긴장을 풀게 하기 때문이다. 평소 말이 없던 사람이 수다스러워지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준희 세란병원 소화기내과 과장은 “알코올 농도가 0.1% 이상이면 판단력·집중력·기억력이 둔화되고 감정의 기복이 심해져 극한 감정의 변화가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술 마실 때 폭음을 하게 되는 원인 역시 ‘술 취했으니 그만 마셔!’라고 지시하는 뇌의 기능이 마비되기 때문이다.

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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