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일 땐 어디든 들어가기만 하면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막상 회사에 들어가면 위아래로 치이며 골치가 아프기 시작한다. 연차가 쌓이면서 가슴에 사표 하나씩은 품고 다닌다. 그런데도 하루하루 또 출근길에 오르며 마음을 다잡아 본다. 직장인이라면 어디서 어떤 일을 하고 있든 일상 속에서 품어 보는 생각일 것이다.
만화경에 연재된 이모세 작가의 〈순환하는 시간 : 2호선 5-3〉은 매일 똑같은 일상을 같은 심정으로 보내는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 순환선을 소재로 삼은 만화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예사’와 늘 같은 열차에 오르던 다른 사람들은 지하철이 멈춰서는 사고(?)를 계기로 말을 섞으며 애환과 고민을 나누게 된다. 작품은 또, 사람들 사이에 자리한 작은 즐거움과 공감들을 나누는 모습들도 그린다.
다분히 유튜브 세대에 익숙한 밈(meme)적 연출과 개그를 가미하며 9화로 깔끔하게 완결하는 과정에서 군더더기 하나 느껴지지 않게 만든 작가의 솜씨가 그야말로 ‘예사’롭지 않다.
작 중의 지명은 조금씩 바뀌어 있지만, 합정~당산 사이의 철교 위 아침 햇살 장면 등은 서울 지하철 2호선을 타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 거기!’라며 탄복할 만하다. 서찬휘(만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