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기를 앞둔 가물치가 살이 올랐다. 슬슬 보양을 위해 가물치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가물치. 영어로는 뱀 대가리(Snakehead). 구렁이를 좀 닮긴 닮았지만 너무한 이름이다.
근데 가물치의 생태를 관찰하면 뱀보다 더하다. 먹이사슬 최상위에 있는 육식 담수어 종인 데다 성질이 사납다. 선제공격한다. 게다가 먹잇감을 꿀떡 삼키는 뱀과는 달리, 강력한 턱과 이빨로 다른 물고기를 ‘베어’먹는다. 한입 먹고 근처를 배회하다 다시 한입 먹고…. 무시무시한 어족이다.
천적도 별로 없다. 배스(큰입우럭)와 블루길(파랑볼우럭) 등 강력한 외래종 육식어종이 토종 물고기의 생태를 교란한다지만, 가물치는 이들을 오히려 잡아먹고 산다. 수달이나 인간만이 가물치의 천적이다.
식재료로서는 보양용으로 즙을 내거나 매운탕을 끓인다. 수술 직후 환자 보양식이나 임산부 산후조리용으로 고아 먹기도 한다. 크고 살집이 많아 탕을 끓이면 집어 먹을 건더기가 메기만큼 많이 나온다.
‘한탄강’을 내세우며 매운탕으로 유명한 연천군에는 가물치로 불고기를 하는 집이 있다. 한탄강오두막골 식당은 아마도 국내 유일 ‘가물치 구이’ 메뉴를 내는 집일 것이다. 복불고기처럼 살점을 발라내 칼칼한 양념과 양파에 함께 재웠다가 불판에 볶아먹는다. 다른 민물고기와는 달리 살점이 단단해 쉽사리 부서지지 않는다. 가물치는 양식도 가능하기에 흙내도 나지 않는다. 부드러운 가물치 살이 철판에 익으면 좀 더 존득해지고 키조개 관자처럼 기분 좋은 식감을 낸다. 복불고기보다는 얌전(?)한 식감에 포식자 특유의 지방이 내는 감칠맛까지 두드러진다. 곁들인 양파의 아삭함과 달달함이 느끼함을 사전에 차단한다.
민물새우를 넣고 매콤 시원하게 끓여낸 민물새우탕도 맛이 좋아 곁들이면 좋다. 수제비까지 넣으면 한 끼 식사로도 거뜬하다. (한탄강오두막골식당: 민물새우탕 9000원. 가물치구이 4만5000원. 연천군 청산면 청창로141번길 92. 031-832-4177)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