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건리의 집’으로 알려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의 펜트하우스. 사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제공
호텔에서 바캉스를 즐기는 ‘호캉스’는 가장 트렌디한 여행 형태다. 엠제트(MZ)세대를 중심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지친 마음을 달래는 힐링 방법으로도 인기가 높다. 최근 호캉스족의 마음을 사로잡은 수도권 ‘신상 호텔’들이 주목 받고 있다.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페어몬트 서울 여의도, 그래비티 판교 호텔. 독특한 공간 구성과 디자인으로 눈길을 사로잡은 곳이다. 그 호텔들의 최상급 객실은 얼마나 다를까. 신상 호텔 3곳의 스위트룸을 여행했다.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의 카바나 스위트. 사진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제공
이국적이고 힙한 기운이 가득한 서울 이태원에 있는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은 입구부터 독특하다. 동아줄을 이용한 설치 미술 작품이 1층과 2층에 연결돼 있다. 전래동화 〈해님 달님〉과 〈선녀와 나무꾼〉에 영감을 받아 만든 이광호 작가의 작품이다. 호텔 곳곳에는 인테리어의 모티브가 된 전래동화를 떠올리게 하는 독특한 설치물이 가득하다. 공간 디자인을 맡은 싱가포르의 디자인 업체 어사일람(Asylum)이 기획한 것이다.
호텔의 주요 고객층은 20대 초반에서 30대 중반이다.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의 차신혜 매니저는 “이태원을 찾는 젊은층이 주로 이용하다 보니 이들의 ‘나이트 라이프’를 위한 시설에 주력했다”라며 “로비, 야외수영장, 옥상 등에 바 4곳을 마련했다”라고 말했다. 호텔에 도발적이고 유니크한 감각의 그림들이 많은 것도 젊은 취향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호텔의 최상급 객실인 스위트룸은 코너 스위트, 스튜디오 스위트, 카바나 스위트, 몬드리안 스위트 등 4개 타입이 있다. 그중 카바나 스위트가 가장 인기가 높다. 열대우림에 있는 듯한 실내 장식과 야외수영장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욕실 벽면에는 파란색 타일이 있어 청량감을 준다. 방 한쪽 벽면에는 테즈 킴 아티스트가 만든 독특한 일러스트가 부착돼 있다. 침대에 누우면 바로 위 천장에 열대 나무, 새, 표범 등 그림이 있다. 객실에서 이국적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의 펜트하우스 침실. 사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제공
붉은색 기둥이 눈에 띄는 서울 여의도의 페어몬트 호텔은 올해 2월에 문을 연 신상 호텔이다. 하이테크 건축가로 유명한 리처드 로저스가 만든 파크원 단지에 있다. 장소 협찬을 한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로건리 집’으로 알려져 있다. 드라마에 나온 방은 28층에 있는 스위트룸 펜트하우스(335㎡)이다. 원래는 객실 이름이 프레지던스 스위트룸이었는데 드라마 방영 이후 “로건리 펜트하우스가 어디냐”고 묻는 이들이 많아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다른 나라의 정상, 재벌 총수 일가 등 VIP 고객을 대상으로 예약을 받고 1박에 1500만원이다.
이곳에 로건리만 머문 게 아니다. VIP 고객으로 방탄소년단이 있다. “(방탄소년단이) 지난 3월에 ‘그래미 어워즈’ 공연을 호텔 옥상에서 촬영하고 펜트하우스에서 잠시 쉬었다”고 호텔 관계자는 귀띔했다.
펜트하우스는 럭셔리한 분위기다. 대리석 바닥, 진블루 벽지, 금속 장식물 등이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전면 통창으로 여의도 도심, 한강, 국회의사당이 보인다. 밤에는 화려한 도심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고객을 위한 다양한 편의공간이 있다. 방 한쪽에는 피트니스 공간이 있고 로건리가 탔던 실내 자전거, 짐볼 등이 설치돼 있다. 장기 투숙객을 위한 주방도 있다. 개수대, 전자레인지, 인덕션, 양문형 냉장고를 두어 간단한 요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회의를 할 수 있는 넓은 ‘미팅룸’도 있다.
공간의 물품을 꾸민 세심한 디테일이 눈에 띈다. 벽걸이 텔레비전을 테두리 부분에 검은 프레임을 댔다. 욕실용품을 감싼 가죽과 침실 아랫부분 가죽은 스티치로 꾸몄다.
그래비티 서울 판교의 밸리 스위트. 사진 그래비티 서울 판교 제공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경기 판교에 자리한 ‘그래비티 서울 판교, 오토그래프 컬렉션’(그래비티 판교)은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 신세계조선호텔이 처음 선을 보이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잠들어 있는 일상을 깨우는 에너지’라는 브랜드 철학을 추구하는 곳이다. 306개 객실과 3개의 식음업장, 연회장 ‘스페이스 볼룸’, 실내수영장과 피트니스와 지엑스(GX)룸 등 ‘그래비티 클럽’으로 구성됐다.
그래비티 판교는 ‘공중부양(levitation)’과 ‘균형(balance)’이라는 키워드로 감각적인 디자인과 공간 구성을 핵심으로 했다. 호텔 디자인은 스페인 출신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라자로 로사 비올란(Lazaro Rosa Violan Studio)’이 맡았다. 객실에는 빨간색, 녹색, 회색 등 세련된 느낌을 주는 색깔을 사용했다. ‘그래비티’(중력)라는 이름에 맞게 호텔 곳곳에는 우주인 모형이 설치돼 있다.
그래비티 판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위트룸은 밸리 스위트다. 밸리 스위트에 들어가면 벽에 칠한 진한 녹색이 주는 아늑함을 느낄 수 있다. 침실은 ‘시몬스’의 뷰티레스트 컬렉션과 이탈리아 럭셔리 침구 브랜드인 ‘프레떼’(Frette)로 구성돼 있다. 통창으로 된 창가 쪽에는 직장인을 위해 마련한 사무용 책상이 놓여 있다. 그래비티 판교 김진우 디렉터는 “당일 예약을 하고 다음 날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가장 비싼 객실이자 그래비티 판교에 단 한 곳만 있는 그래비티 스위트는 다이닝 공간에 칵테일바가 있다. 여럿이서 소규모 파티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가격은 1박에 100만원선이다.
그래비티 판교에 가면 독특한 향기를 맡을 수 있다. 호텔에서 자체 개발한 ‘어웨이큰 트웬티’(AWAKEN20)향이 나기 때문. ‘어웨이큰 트웬티’는 베르가모트 향과 청량한 그린 시트러스의 향을 조합한 것이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각 지역 신상 호텔 가봤니
일상 탈출을 꿈꾸는 ‘호캉스족’을 위한 제주, 부산, 여수 지역의 신상 호텔을 소개한다. 일단, 눈으로 ‘체크인’하시라!
시그니엘 부산 ‘시그니엘 부산’(2020년 6월 개관)은 해운대의 랜드마크 엘시티(LCT) 타워 3~19층에 있는 호텔이다. 스위트룸은 디럭스 스위트 미포하버뷰(72.1~78.2㎡), 로얄스위트 오션뷰(189.9㎡) 등 4개 타입으로 구성돼 있다. 객실에서 드넓은 해운대 바다를 볼 수 있다. 아이와 함께 온 가족들은 놀이터 ‘키즈라운지’와 패밀리 라운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리워즈 회원 대상으로 스위트룸 특별요금(1박 50만원대) 행사를 6월까지 진행한다. (051-922-1000)
그랜드 하얏트 제주 ‘그랜드 하얏트 제주’(2020년 12월 개관)는 제주 공항에서 차로 10~15분 거리에 있는 제주 시내에 자리 잡고 있다. 오후 늦게 제주도에 도착하거나 이른 아침 비행기를 타는 관광객들이 이용하면 좋을 듯하다. 133개의 스위트룸은 그랜드 스위트 킹, 프리미어 스위트 킹 오션뷰, 코너 스위트 킹 오션뷰 등 객실 타입이 다양하다. 특히 최고층에 있는 프레지덴셜 스위트에서는 한라산과 제주 바다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숙박과 뷔페 조식, 제주 관광지 입장권 등을 제공하는 ‘키즈 펀 데이’ 패키지를 선보인다.(064-907-1234)
여수 유탑마리나 호텔 여수 유탑마리나 호텔(2019년 5월 개관)은 389개 객실 모두 여수 바다 전망이다. 그중 최상급 객실인 로얄 풀빌라는 가장 높은 23층에 있고 복층 구조이다. 최대 8명까지 입실이 가능해 친구들이나 가족 고객들이 묵기 좋다. 객실에는 풀장, 스크린 골프장과 스크린 노래방이 있어 ‘호텔콕’하며 휴가를 즐길 수 있다. 가격대는 비성수기 100만원, 성수기 130만원, 극성수기 180만원.(061-690-8000)
허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