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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내 취향대로 조립하는 ‘모듈 가구’의 세계

등록 2021-04-30 04:59수정 2021-04-30 11:50

코로나로 재택 늘자 모듈 가구에 관심
유에스엠과 비초에 브랜드 SNS서 인기
집안 포인트 주고 공간 활용에 도움
공구 없이 누구나 쉽게 조립 가능
다양한 패널과 다채로운 색상의 모듈을 보유한 몬타나의 시스템 가구. 사진 에스하우츠 제공
다양한 패널과 다채로운 색상의 모듈을 보유한 몬타나의 시스템 가구. 사진 에스하우츠 제공

가구를 구입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고려하게 된다. 어디에 놓이며, 어떻게 쓰일지는 물론이고 가격과 색상, 기존 가구와의 어울림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신중히 구입하더라도 사용 중에 집안 환경이나 가족 구성원에 변화가 생기면 본래의 용도와 실용성이 빛을 바래기도 한다. 하지만 인생의 유동적인 순간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가구가 있으니, 바로 모듈 가구다.

모듈 가구는 ‘모듈러(Moduler)’라는 단어에서 시작됐는데, 브랜드마다 각기 다른 소재와 크기로 규격화된 틀과 부품을 사용해서 소비자의 스타일에 따라 원하는 형태의 가구로 제작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 모듈 가구는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재택 생활이 시작되고 1인 가구가 많아지는 요즘, 모듈 가구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모듈 가구가 이처럼 사람들의 인기를 얻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 수 있다는 것. 같은 브랜드라도 어떻게 조합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르고 개성 있는 디자인을 연출할 수 있다. 둘째, 사용 중에도 용도에 맞게 가구의 부피를 더하거나 줄일 수 있다는 것. 대부분의 모듈 가구는 규격화된 패널과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용도를 변경하고 싶으면 추가 주문을 통해 쉽게 변경할 수 있고, 반대로 부피를 줄이고 싶다면 부분적으로 분리해서 별도로 보관하면 된다. 셋째, 같은 공간이라도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는 것.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크기와 형태의 아파트에 거주한다. 하지만 똑같은 사각형의 주거 공간이라도 모듈 가구로 포인트를 준다면 색다른 느낌을 더할 수 있다.

몬타나의 시스템 가구. 사진 에스하우츠 제공
몬타나의 시스템 가구. 사진 에스하우츠 제공

요즘 에스엔에스(SNS)에서 가장 많이 시선을 사로잡는 모듈 가구는 단연 유에스엠(USM)과 비초에(Vitsoe)다. 1885년에 설립된 최초의 모듈 가구 브랜드인 유에스엠은 3대 대표인 파울 셰러(Paul Schaerer)가 건축가인 프리츠 할러(Fritz Haller)에게 새로운 가구 설계를 의뢰하면서 모듈 시스템과 다양성을 갖춘 ‘할러 시스템(Haller System)’이 완성됐고 이는 지금의 컬러풀하고 예술적인 유에스엠 가구의 초석이 됐다.

비초에는 1959년, 가구 판매업자인 닐스 비초에(Niels Vitsoe)와 디자이너 오토 자프(Otto Zapf)가 설립한 영국 브랜드로, 간결하면서도 미니멀한 가구를 지향한다. 1960년에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디터 람스(Dieter Rams)가 합류해 비초에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606 유니버설 쉘빙 시스템(606 Universal Shelving System)’을 만들었는데, 이 제품은 벽에 고정하는 월 시스템이 메인이지만 벽 고정식, 세미 고정식, 직립식 중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월 시스템보다 설치에 대한 부담감이 적은 편이다.

스웨덴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닐스 스트리닝(Nils Strinning)이 1949년에 설립한 스트링(String)도 빼놓을 수 없다. 스트링 시스템은 그가 스웨덴의 가장 큰 출판사인 보이너(Boinner)의 의뢰를 받고 프레임과 선반 수납장을 모듈화해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것이 그 시작이었는데, 철제와 나무 소재를 적절히 섞을 수 있고 모듈 중에 책이나 매거진을 눕히듯이 전시할 수 있는 매거진 쉘프와 접이식 테이블이 있는 것이 장점이다. 덴마크의 몬타나(Montana)는 1982년에 프리츠 한센의 최고 경영자 출신인 피터 제이 라슨(Peter J. Lassen)이 설립한 모듈 가구 브랜드다. ‘여러 개의 산이 중첩된 산악 지방’을 뜻하는 스페인어인 브랜드 이름에서도 그 콘셉트를 명확히 알 수 있다. 선반, 도어, 서랍, 트레이 등 36가지 기본 모듈에 4가지 깊이, 42가지 색상이 있으며 욕실에도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점이다.

비초에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606 유니버설 쉘빙 시스템. 사진 비초에 제공
비초에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606 유니버설 쉘빙 시스템. 사진 비초에 제공

국내에도 컬러풀하고 디자인이 뛰어나며 환경까지 생각한 모듈 가구 브랜드들이 존재한다. 빌드웰러(Builddweller)는 건축학도 두 명이 설립한 모듈 가구 브랜드다. 빌드웰러 제품이 여느 모듈 가구와 가장 다른 점은 기본 소재가 아크릴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모듈 가구가 스틸이나 나무 소재인 것을 감안하면 아크릴은 그보다 가볍고 안전하며, 조명을 적절히 사용하면 아크릴 특유의 은은한 반투명 효과를 또렷이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안료를 섞어 제작하기 때문에 아크릴의 색상도 제법 다양한 편이다.

2014년에 시작된 레어로우(Raewraw)는 금속과 철물 업체로 유명한 ‘심플라인’ 대표의 자녀가 만든 브랜드다. 모회사의 30년 노하우를 바탕으로 철재를 기반으로 한 모듈 시스템 가구를 제작하고 있다. 자유롭게 선반을 탈부착할 수 있는 구조의 찬넬 스타일이 특징이며 가정은 물론 기업과 오피스 공간에서도 인기 있는 브랜드다.

서랍 안쪽까지 수납할 수 있는 유에스엠의 할러 시스템. 사진 스페이스 로직 제공
서랍 안쪽까지 수납할 수 있는 유에스엠의 할러 시스템. 사진 스페이스 로직 제공

2015년에 설립된 몬스트럭처(Monsructure)는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스틸 등 재활용이 가능한 메탈 소재를 주로 사용한다. 알루미늄 패널 17장으로 200가지가 넘는 구성이 가능하며 별도의 공구나 볼트 없이 누구나 쉽게 끼워 조립하는 방식이 특징이다. 펀잇쳐스(Furn-it-Urs)는 책상, 테이블, 파티션, 수납장, 침대 등 제법 다양한 아이템을 모듈화한 브랜드로 주거와 오피스 공간에서 모두 활용이 가능하다. 공원 컴퍼니(Gongone Company)는 스틸과 강도 높은 강화유리를 사용해 감각적인 모듈 가구를 제작하는 브랜드다.

우리는 패스트푸드, 패스트패션처럼 모든 것이 빠르게 소비되고 사장되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가구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환경 보호와 더 나은 미래를 생각한다면 마치 오랜 친구처럼 가구를 꾸준히 사용하며 아끼고 보듬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끊임없이 해체하고 결합하며 생성될 수 있는 모듈 가구는 동시대의 새로운 가구 선택의 기준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정윤주(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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