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나 영화에서 윤여정을 본 적은 있지만, 예능 프로에서의 모습이 훨씬 친숙했다. 〈윤스테이〉에서 배우 윤여정은 한옥으로 지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능숙한 영어로 외국인 손님을 접객했다. 세련되면서도 귀여운 할머니의 모습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같은 시기 영화 〈미나리〉의 성공과 윤여정의 연이은 국제영화제 수상 소식으로 떠들썩해지자, 그의 영화 인생을 조명하는 기사와 인터뷰도 쏟아졌다. 김기영 감독의 〈화녀〉와 〈충녀〉에서 보인 파격적인 연기가 자주 언급됐는데, 70년대에 만든 이 흑백영화의 정체가 몹시 궁금해졌지만 볼 방법을 몰랐다. 아마 유튜브가 없었다면 시도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윤여정 화녀’를 검색하자 보석 같은 영상이 나왔다. 한국영상자료원이 만든 채널 〈한국고전영화〉에는 무려 190여 편의 옛 영화가 무료로 공개되어 있다. 〈소나기〉, 〈메밀꽃 필 무렵〉 같은 소설 원작 영화부터 〈영자의 전성시대〉, 〈별들에게 물어봐〉, 〈고래사냥〉처럼 제목과 패러디는 숱하게 보았지만 제대로 접한 적 없는 명작이 가득했다. 〈홍길동〉과 〈로보트태권V〉 같은 만화영화도 있다. 디지털 복원 작업을 거쳤기에 화질도 선명하다. 파마 머리에 작은 안경을 쓴 70대 윤여정이 아니라 개성과 카리스마 넘치는 20대 윤여정의 연기를 보는 경험은 매우 새롭고 즐거웠다. 최고운(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