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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일요일엔 ‘한사랑산악회’

등록 2021-02-04 07:59수정 2021-02-04 09:12

유튜브 계정 ‘피식대학' 화면 갈무리.
유튜브 계정 ‘피식대학' 화면 갈무리.

일주일에 한번, 전국 명산 중 하나를 골라 등반하는 ‘한사랑산악회’를 아는지. 산악회원들을 소개하자면, 회장 김영남씨는 항상 ‘열정’을 외치는 기운 넘치는 경상도 아저씨다. 삼천리 자전거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리더십, 꼰대 기질, 급한 성격, 큰 목소리까지 두루 갖춘 진한 경남 사투리를 구사하는 이다. 부회장 이택조씨는 영등포상가번영회 부회장을 겸직하는 인테리어 사업자다. 위생 개념이 철저해서 약수터 세수를 즐기고 자기만의 유머에 자부심이 있다. 종종 회장과 대립해 거칠게 욕을 하기도 하지만, 속은 다정하여 딸 사랑이 유난하다. 회원 배용길씨는 1970년대에 미국에서 살다 귀국하여 영어가 유창하며 ‘엘비스프레슬리’라는 엘피(LP) 바를 운영 중이다. 잡학 다식에 온화한 성품으로 모임의 중재자 역할을 한다. 정광용씨는 배재고등학교 물리 교사이다. 조용하고 느릿한 말투 때문에 별명이 제물포다. 평소엔 점잖다가 술을 마시면 다소 거칠어진다.

사실 이들의 정체는 개그맨 김민수, 이창호, 이용주, 정재형인데, 공중파 개그 프로그램이 없어진 뒤 유튜버로 변신했다. 실제 나이는 30대지만 50대 중년 남자로 착각할 만큼 뛰어난 연기를 펼쳐 과연 ‘희극인’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들의 유튜브 계정 ‘피식대학'의 콘텐츠 가운데 하나인 ‘한사랑산악회’는 회당 10분 정도 분량의 시트콤으로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를 꾸준히 이어간 덕에 점점 팬이 늘어나고 있다. 과한 분장과 자극적인 개그에 질린 이들에게 편안한 웃음과 진한 여운을 주는 게 인기 비결이다. “처음엔 ‘등산 아재’ 묘사 능력에 배꼽을 잡다가 문득 아빠가 생각나 뭉클했다”, “이제 일요일만 기다린다”는 댓글들이 눈에 띈다. 나도 어린 시절엔 개그콘서트를 보면서 일요일을 마무리했지만, 이제는 ‘한사랑산악회’를 본다.

최고운(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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