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의 딸로 환생, 악녀에 빙의한 여주인공이 좌충우돌하며 성장하는 로맨스 판타지 웹소설이 있다. 그 ‘매운 맛’에 중독된 독자가 많다. 하지만 그들도 거론하는 ‘순한 맛’ 로맨스 판타지 웹소설이 있다. 묵직하고 깊은 맛이 제대로다. 지난해 3월 완결된 이보라 작가의 소설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다.
‘막내’, ‘아기’, ‘폭군’ 등 육아물 (주인공이 기억을 가진 채 아기로 환생 혹은 빙의되어 다른 캐릭터 손에 길러지는 클리셰)이 대세인 로맨스 판타지 웹소설 세계에서 이 작품은 특이하게 두 주인공의 몸이 서로 바뀌는 설정을 취한다. 국가의 빚을 갚기 위해 정략결혼을 선택한 귀족 가문의 왕녀 ‘바이올렛’은 사생아 출신의 공작 ‘윈터’와 결혼했지만 결국 불행한 삶을 버티지 못하고 자살한다. 그런 그에게 다시 주어진 삶은 ‘윈터’로서 살아가는 것. 왕실의 해체로 사기 결혼을 당한 ‘윈터’ 역시 ‘바이올렛’의 삶을 살아야 하는 기구한 운명에 맞닥뜨리며 둘은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태생과 삶의 이유가 달랐던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어른의 성숙한 사랑이란 이런 것일까’라고 상상하게 만드는 매력이 남다르다. 타인의 인생을 살게 된 두 주인공이 서툴지만 진지한 태도로 사랑을 이루어가는 모습을 통해 우리는 위로를 얻는다. 더불어 타인으로부터 이해 받는 듯한 감정을 느낀다.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바이올렛과 윈터가 만들어가는 사랑의 방식은 모두에게 필요한 미덕과 노력인지도 모른다.
이수현(웹소설 엠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