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ESC] 탄산 타고 날아온 산타 술, 골라볼까요

등록 2020-12-24 07:59수정 2020-12-24 11:41

코로나19로 우울한 크리스마스
성탄 에디션 전통주로 잠시 벗어나길
홈술족을 위한 전통주 추천
산타 모자 쓴 탁주, 딸기 만난 스파클링 등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옷을 갈아 입은 우리 술들. 사진 왼쪽부터 ‘폭스앤홉스’, ‘별산 오디 스파클링’, ‘호랑이배꼽 미니’, ’술예쁘다’. 박미향 기자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옷을 갈아 입은 우리 술들. 사진 왼쪽부터 ‘폭스앤홉스’, ‘별산 오디 스파클링’, ‘호랑이배꼽 미니’, ’술예쁘다’. 박미향 기자

서점엔 옷을 갈아입은 윤동주 시집이 연말 선물용으로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표지만 바꿨는데도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윤동주 시 ‘별 헤는 밤’ 중) 시구가 달나라 속삭임으로 느껴진다. 비단 윤동주 시집만 그런 건 아니다. 수많은 스테디셀러가 새 외투를 입고 출간 당시와 다른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 나선다. 알맹이는 같지만, 감흥은 다르다. 먹거리로 비슷하다. 올해 전통주는 산타 옷을 입고 쓸쓸한 크리스마스를 홈술로 탈출하려는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척박한 광야의 풀도 잠시 스치는 모래바람에 미소를 짓듯이, 코로나19로 피폐해진 우리도 전통주 크리스마스 에디션을 골라 잠시 코로나 블루를 내려놓으면 어떨까. 전통주 콘텐츠 플랫폼 대동여주도 이지민 대표의 도움을 받아 ESC가 9가지 산타 전통주를 준비했다. 취향대로 고르시라.

으라차차! 호랑이와 여우가 빚은 산타 술!

충북 괴산군과 문경시에 걸쳐 있는 희양산. 해발 999m 돌산 자락엔 작은 양조장 ‘두술도가’(문경시 소재)가 있다. ‘으랏차차 희양산 막걸리’(750㎖·약 8000원·9도)와 ‘희양산 막걸리’, 오미자막걸리(2021년 봄 재출시 예정) 등을 양조하는 두술도가. 김두수(51) 대표는 “코로나에도 힘내서 쌀농사 짓고”, 그 쌀로 술을 빚는 걸 원칙으로 말한다. 희양산 유기농 우렁쌀과 우리 누룩 진주곡자로 빚은 ‘으랏차차 희양산 막걸리’ 라벨엔 최근 산타 모자를 쓴 ‘차차씨’가 등장했다. 차차씨는 두술도가의 캐릭터다. 라벨은 김 대표의 마을 친구인 동화작가 전미화씨의 작품이다. 마을엔 농부와 예술가들이 모여 산다. 16년 전 귀농한 김 대표는 쌀 소비가 줄어드는 게 안타까워서 2차 가공물인 술을 빚게 되었다고 한다. “이제는 인스타그램 등에 라벨 소문이 나서 인기가 많답니다.” 껄껄 웃는 그의 웃음소리에 달콤하고 새콤한 ‘으랏차차’ 맛이 전해온다.

경기도 평택에 있는 양조장 ‘밝은세상영농조합’의 술 ‘호랑이배꼽’에도 술맛 나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름하여 ‘꼬비’. 오동통한 새끼 호랑이처럼 생긴 꼬비가 최근 루돌프처럼 뿔이 나고 코가 빨개졌다. 크리스마스용 ‘호랑이배꼽 미니’(350㎖·약 4000원/4개 묶음 약 1만4000원·6.5도)가 출시된 것이다. 물론 백미(60%)와 현미(40%), 직접 빚은 누룩을 섞어 만든 기존 ‘호랑이배꼽’과 맛은 같다. 하지만 꼬비가 루돌프 스타일 호랑이로 변신하자 그 맛은 다른 경지로 우리를 이끈다. 살짝 도는 단맛이 발랄하다. 이혜인(40) 대표는 “현미 껍질에 독특한 아로마가 있다고 믿는다”며 다만 술 빚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한다.

왜 브랜드 이름이 ‘호랑이배꼽’일까? “우리 양조장이 딱 호랑이 배꼽 위치에 있거든요.” 이 대표는 1908년 최남선이 잡지 <소년> 창간호에 실은 표지를 언급했다. 표지는 한반도를 호방한 호랑이에 비유해 그린 지도였다. 웅장한 기상이 서린 양조장에서 빚은 ‘성탄 꼬비’ 맛은 더 웅건하다.

‘호랑이배꼽’이 호랑이로 술꾼을 유혹한다면, 양조장 ‘문경주조’는 여우로 우리를 홀린다. 술 ‘폭스앤홉스’(Fox & HOPS·500㎖·약 1만4000원·9도)는 언뜻 보면 우리 술이 아니라 서양 수제맥주처럼 보인다. 문경주조 직원들이 3~4년간 연구해 개발한 보기 드문 국내산 홉이 재료다. 홉은 통상 맥주 재료로만 아는 이가 많은데, 폭스앤홉스를 마시며 우리 술과 만난 홉 맛을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우렁이농법으로 생산하는 친환경 쌀과 홉, 효모 등으로 빚은 술은 구수하면서도 세련미가 넘친다. 문경새재 도립공원에서 양조장으로 향하면 여우목 고개에 도착하게 되는데, 술 이름이 ‘폭스’(여우)가 된 이유다.

홍승희(62) ‘문경주조’ 대표는 본래 민속주 유통업자였다. 우리 술이 사양길에 접어드는 게 안타까워 직접 양조에 나섰다고 한다. 김태환 실장은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국내뿐만 아니라 프랑스, 일본 등에서 견학을 왔는데, 올해는 대부분 취소됐다”며 내년엔 나아지길 염원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옷을 갈아 입은 우리 술들. 사진 왼쪽부터 ‘호랑이배꼽 미니’, 두술도가의 ‘오미자막걸리’, ‘티나’, ‘으릿차차 희양산 막걸리’, ‘그랑꼬또 랑’, ‘미희’, ‘ ‘편백숲 산소막걸리 딸기 스파클링’. 미향 기자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옷을 갈아 입은 우리 술들. 사진 왼쪽부터 ‘호랑이배꼽 미니’, 두술도가의 ‘오미자막걸리’, ‘티나’, ‘으릿차차 희양산 막걸리’, ‘그랑꼬또 랑’, ‘미희’, ‘ ‘편백숲 산소막걸리 딸기 스파클링’. 미향 기자

“호호호~” 산타 할배보다 더 붉은 맛!

술 ‘술예쁘다’(500㎖·2만원·13도)를 잔에 따르면 옅은 붉은색이 쭈르륵 흐른다. 지난해 11월10일 문재인 대통령과 5당 대표의 청와대 만찬, 그해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만찬주로 선택된 ‘천비향(천년의 비밀을 간직한 향기) 약주’를 생산하는 양조장 ‘좋은술’에서 생산하는 술이다. 붉은색은 홍국쌀이 재료이기 때문이다. 7~8년간 전통주 연구에 몰입한 이예령(54)씨가 대표다. 남편인 김승우(57) 부사장은 “붉은색 전통주는 전국에서 우리 술 포함 두곳밖에 없다”고 말한다. 찌르는 듯한 직선의 신맛이 없다. 은은한 단맛과 부드러운 산미가 조화롭다.

길쭉한 피라미드 모양의 술 ‘티나’(750㎖·5만4000원·16도)도 붉다. 퓨전 리큐어 계열이다. 주로 홈파티용 또는 홍대 지역, 이태원, 강남의 클럽용으로 유통됐다. 술병 바닥에 엘이디 조명이 부착되어 있어 성탄 분위기 내기 충분하다. 술을 개발한 추성고을(전남 담양)의 양대수(63·식품명인 제22호) 명인은 “우리 술도 이런 게 있다는 걸 20~30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개발했다”고 한다. 티나도 청와대와 인연이 있다. 올해 9월께 그가 만든 ‘대잎술’이 대통령의 한가위 선물로 선정됐다. 탄산수나 사이다와 섞으면 꽤 맛난 칵테일이 완성된다.

경기도 대부도에 있는 한국 와인 명가 ‘그린영농조합’의 ‘그랑꼬또 랑’(750㎖·3만3000원·9도)도 성탄용 와인이다. 포도품종 캠벨얼리 100%로 만든 로제 와인의 색이 성탄 기분을 돋운다. 1993년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청포도 품종 청수로 만든 화이트와인이 호평을 받으면서 한국 와인 업계의 대표 선수가 된 와이너리 ‘그랑꼬또’. 1991년께 엔에치(NH)농협(당시 농협)을 퇴직한 김지원(55)씨가 가업인 포도 농사를 이은 뒤 2001년께 지역 농가 40여곳과 ‘그린영농조합’을 설립했다. 김씨의 아내이자 영농조합의 이사인 박영화씨는 “‘그랑꼬또 랑’은 달콤해서 성탄 케이크와 잘 어울린다”고 말한다.

술 색은 친근한 우윳빛이지만, 라벨은 붉은 ‘미희’(375㎖·약 1만2000원·12도). 붉은 바탕에 크리스마스트리가 그려진 ‘미희’는 부친 김영기 선생(작고)의 ‘무형문화재 청명주 명인’ 지정을 이어 받은 김영섭(45) 중원당 대표가 만든 술이다. 크리스마스용 전통주로 만든 ‘미희’는 계절마다 카네이션 등 다른 꽃 라벨로 바꿔가며 변신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미희’는 플라워 숍 ‘메이플라워’를 운영하는 정미희 대표의 이름”이라며 “협업해 만든 술”이라고 설명한다.

뽀글뽀글 산타도 반한 탄산!

딸기가 탄산을 만나 일냈다! ‘별산 오디 스파클링’(800㎖·약 1만3000원·6도·양주도가)과 ‘편백숲 산소막걸리 딸기 스파클링’(940㎖·약 1만3000원·6.8도·청산녹수) 얘기다. 샴페인처럼 기포가 올라오는 모양새가 신기하다. 홈술의 외로움을 덜어준다. 별산은 ‘특별한 산(신맛)’, ‘별이 내리는 산’(양조장이 있는 양주엔 해발 470m 불곡산이 있다), 양주 별산대놀이(국가무형문화재 제2호)의 ‘별산’ 등 세가지 뜻을 함축한다. 6년 숙성한 감식초, 지역 쌀과 오디가 재료다. 25년간 막걸리 양조업계에 몸담았던 김기갑(50) 대표는 “어릴 때 오디 먹으면 입술이 보랏빛으로 변했던 추억을 생각하며 제조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청산녹수가 있는 장성은 딸기 생산으로 유명한 곳이다. 송충성 이사는 “‘편백숲 산소막걸리 딸기 스파클링’은 딸기 품종 설향이 재료인데, 향이 풍부하다”며 “코로나19로 급식용 주문이 끊긴 지역 농가와 상생하기 위해 개발했다”고 한다. 김진만(61) 청산녹수 대표는 전남대 생명산업공학과 교수로, 자신의 미생물 연구를 양조에 도입했다. 많이 마실수록 농가 생존에 작은 도움이 되는 술인 셈이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밸런타인데이, 한 커플 뽑아 에버랜드 ‘하룻밤 무료 전세’ 준다 1.

밸런타인데이, 한 커플 뽑아 에버랜드 ‘하룻밤 무료 전세’ 준다

결혼을 약속한 남친이 있는데 다른 남자와 자고 싶어요 2.

결혼을 약속한 남친이 있는데 다른 남자와 자고 싶어요

[ESC] 사랑·섹스…‘초딩’이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3.

[ESC] 사랑·섹스…‘초딩’이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ESC] 양배추 주스 만드는 법 4.

[ESC] 양배추 주스 만드는 법

세상에서 가장 긴 이름, 746자 5.

세상에서 가장 긴 이름, 746자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