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손가락으로 컴퓨터 자판기를 두드려 이메일을 보내고 휴대전화 메시지 앱을 이용해서 엄지손가락만으로 대화한다. 일기를 쓰거나 메모를 적는 것 역시 다양한 앱을 이용하고, 가끔은 글자로 옮겨 적는 것조차 생략한 채 휴대전화 카메라를 열어 찍어 둔다. 혹시 마지막으로 글씨를 써 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하는지? 영국의 한 메일링 서비스 업체의 연구에 따르면 2000명의 응답자 중에서 ⅓은 지난 6주 동안 종이에 무언가를 써 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손으로 글을 쓰는 ‘핸드 라이팅’을 죽어가는 기술로 예측하기도 하지만, 손글씨와 타이핑에는 큰 차이가 있다. 타이핑에 견줘 속도가 느린 손글씨는 우리의 뇌가 생각을 처리할 충분할 시간을 주어 더욱 집중하게 하고 더 오래 기억하게 한다고 한다. 타이핑하듯이 급하게 흘려 쓰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얼마 전 장문의 손글씨를 쓸 일이 생겨 오랜만에 볼펜을 잡았다가 깜짝 놀랐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소통을 처리하는 사이 글씨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못생겨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찾아보게 된 손글씨 유튜브 채널 ‘NAIN 나인’을 소개한다. ( ▶바로가기 : NAIN나인의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channel/UCKG_mmhxqmAKlq-TX03_55w ) 채널의 주인은 친구들과 공부 계획서를 공유하기 위해 노트를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가 글씨에 대한 반응이 쏟아지자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디지털 시대로 급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손글씨를 잘 쓰고 싶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글씨를 또박또박 예쁘게 쓰는 자신만의 방법을 찍어 올렸다. 그 밖에도 책 속의 한 구절이나 영화 명대사를 옮겨 적기도 하는데, 아름다운 문장이 정갈한 글씨로 하나하나 완성되어 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최고운(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