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신구의 “4주 후에 뵙겠습니다”라는 유행어로 유명한 부부 불화 소재 드라마를 기억하시는가. 끝내 헤어지기로 결심한 이들이 겪는 온갖 일화를 담아 ‘국민 막장 드라마의 원조’라는 애칭마저 얻은 이 드라마는, 단지 그 소재의 생생함 때문만이 아니라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 때문에 선정성 논란에도 10여년 장수를 누렸다.
최유나 변호사가 인스타그램 계정(@coeyunabyeonhosa)에 발표하고 있는 <메리지 레드>(출판명 <우리 이만 헤어져요>·그림 김현원)는 그 드라마를 떠올리게 한다. 동시에 한층 더 내밀하고 생생한 묘사에 놀란다. 최 변호사가 이혼 소송 전문 변호사로서 직접 맞닥뜨린 일화가 소재이기 때문이다. 이혼 소송 전 변호사와 상담하는 과정부터 부부가 맞닥뜨린 갈등과 충돌 지점들을 비교적 정제된 그림에 담았다. 독자들이 상황에 과도하게 자신을 이입하지 않도록 다양한 장치도 마련했다. 사건의 시사점, 변호사이지만 일상을 꾸려가는 한 인간으로서 관점, 일말의 성찰 등을 만날 수 있는 건 이 작품의 미덕이다. 이혼 전문 변호사가 다루는 평범하지 않은 이혼 이야기인데도 이 작품에는 ‘#공감툰 #일상이야기’라는 해시태그가 붙는다. 누군가는 이런 추천 댓글을 달았다. ‘헤어지고 싶다면 읽어보기. 헤어지고 싶지 않다면 읽어보기.’
서찬휘(만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