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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충청도 밴댕이, 소갈머리 좁아도 맛은 깊더라

등록 2020-11-05 06:59수정 2020-11-05 10:24

밴댕이 조림. 사진 이우석 제공
밴댕이 조림. 사진 이우석 제공

충남 보령 대천역 인근 수정식당의 ‘빈뎅이 조림’, 원래 밴댕이지만 빈뎅이라 부른다. 쭈께미(주꾸미)처럼 충남 해안가 사투리다. 밴댕이는 청어목 청어과에 속하는 고기로 서남해안에서 많이 난다. 성질이 급하고 속이 좁다는 오명을 갖고 있다. 청어과 고기의 특성인데 잡히자마자 제 성질에 펄펄 뛰다 어느새 죽어버린다. 크기도 잘기 때문에 소갈머리 좁은 사람에 곧잘 비유된다.

예전부터 즐겨 먹었단 기록이 있다. 조선에는 밴댕이를 조달하는 관청이 따로 있었을 정도며 충무공이 어머니께 선물했다는 글도 후대에 전해지고 있다. 쌈을 싸먹었다는 기록엔 고기보단 밴댕이가 더 자주 나온다.

수정식당은 쌈 싸먹는 밴댕이 조림 맛이 좋기로 유명한 곳이다. 대천하면 바다가 유명한데 바다 근처는 얼씬하지 않고도 맛좋은 식사를 하기 좋은 곳이다. 냄비에 가로누운 밴댕이 위에 대파와 마늘, 고춧가루 양념을 잔뜩 얹고 짜글짜글 조려낸 그 맛이 썩 훌륭하다. 비린내 하나 없이 생선 맛이 잘 녹아들었다. 산란기를 앞둔 늦봄 맛을 최고로 치는데 이 집에선 횟감 아닌 조림만 하니 상관없다. 맛이 들 때 잡아 냉동해 놓은 것을 1년 내도록 쓴다.

최고의 압권은 사장님의 비기(祕技)인 뼈 바르기 솜씨다. 칼칼한 양념과 함께 어우러진 부드러운 밴댕이 살맛이야 물론이다. 작은 대가릴 젓가락으로 집어 두어번 휘휘 저으면 대가리와 등뼈가 살과 뚝 떨어져 나간다. 뽀얀 살만 남은 밴댕이를 양념에 적셔 쌈을 싸면 된다.

덜 바쁠 때는 죄다 발라주고 한창 바쁜 시간에는 몇 마리 발라낸 다음 한마디 툭 던진다. “봤쥬?” 이 말이 떨어지면 스스로 해야 하니 잘 봐둬야 한다. 콩나물이며 장아찌니 곁들인 반찬 면면도 훌륭한 ‘밥도둑 집’다. 감칠맛 제대로 든 조개젓만 먹어도 남는 장사다. 디포리는 밴댕이 말린 것을 부르는 이름이다. 밴댕이의 주산지 전남에선 말린 것이나 생물이나 죄다 디포리다. 강화도에서 주로 밴댕이라고 파는 것은 사실 반지다. 반지는 멸치과에 속하는 것으로 청어과인 밴댕이와는 다른 종이다. 뭐 가격 차가 그리 나는 것도 아니니, 속이려 한 건 아닌 것 같고 그냥 반지를 오랜 동안 밴댕이라 불러왔을 뿐이다.

이우석(놀고먹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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