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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11월19일, 이날은 ‘햅쌀 막걸리의 날’

등록 2020-10-29 08:59수정 2020-10-29 09:12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생산한 햅쌀 막걸리들. 각 업체 제공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생산한 햅쌀 막걸리들. 각 업체 제공

코로나19 방역이 1단계로 낮아졌다. 낮아진 방역 단계의 자유를 즐기기 위해 외출에 나서는 이들이 늘고 있다. 10월은 알록달록 단풍철이기도 하지만, 황금색 벼를 볼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바람에 흔들리는 황금색 벼는 단풍만큼이나 멋진 풍경이다. 황금 들판은 곧 수확을 의미한다.

가을에 수확한 쌀을 우리는 ‘햅쌀’이라 부른다. 햅쌀의 공식적인 정의는 이듬해 쌀이 생산되기 전까지 쌀을 말한다. 과거 쌀 저장 기술 부족하던 시절에 햅쌀은 맛있는 쌀을 의미했다. 하지만 지금은 저장 기술이 발달해 저장 기간에 따른 맛 차이는 적은 편이다. 하지만 아직 소비자들은 여전히 햅쌀을 ‘맛있는 쌀’로 여긴다.

한때 햅쌀의 의미를 강조한 막걸리들이 유행한 적이 있다. 시작은 2009년 막걸리 붐이 불기 시작했을 때다. 당시 양조장 대부분은 수입쌀을 이용해서 막걸리를 만들고 있었다. 한 통계에 따르면 탁·약주의 92.9%가 수입쌀과 밀로 빚었다고 하니 ‘우리 술’이라 부르기에는 다소 민망했을 정도였다. 이런 문제를 인식한 ‘막걸리학교’ 허시명 대표는 전국 15개 양조장에게 “국내산 햅쌀로 막걸리를 빚어 달라”고 부탁했다. 양조장들은 햅쌀로 술을 빚어 출시 행사를 가졌다. 2009년 출시 행사 날을 11월19일로 잡았고, 행사 이름을 ‘누보 막걸리 데이’로 했다. 19일은 프랑스의 ‘보졸레 누보’ 와인이 출시되는 날이기도 하다.

보졸레 누보는 프랑스의 보졸레 지방에서 생산하는 와인 중, 그해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진 햇와인을 말한다. 보졸레 지역에서는 그해에 갓 생산한 포도주를 마시는 전통이 있었다. 보졸레 지역 와인 생산자들은 이런 전통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했다. ‘그해에 가장 먼저 마시는 신선한 햇와인’이라는 이미지를 보졸레 누보에 입혀 와인을 팔았다. 이 마케팅은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뒀다. 프랑스 정부는 1985년부터 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 자정을 보졸레 누보 판매 개시일로 지정했다.

우리도 보졸레 누보의 햇와인 축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그해에 수확한 햅쌀로 빚은 막걸리 행사의 이름을 ‘누보 막걸리 데이’로 정한 것이다. 11년 전 당시 기사를 보면 햅쌀 막걸리의 열풍이 보졸레 누보의 인기를 넘어섰다고 한다. 보졸레 누보 판매량보다 2~3배 많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2010년에는 햅쌀 막걸리 30종이 출시되었고, 2011년 52종, 2012년 60여종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매년 출시되는 햅쌀 막걸리가 특별한 행사로 이어진 것이다. 2013년에는 일본에서도 햅쌀 막걸리 출시 행사를 개최했다.

하지만 이후 막걸리의 소비 감소와 맞물려 햅쌀 막걸리를 생산하는 업체가 매년 감소했다. 현재는 몇몇 업체만 햅쌀 막걸리 출시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2009년부터 현재까지 햅쌀 막걸리 한정판을 생산하는 양조업체들이 있다. 10월이면 소비자들이 햅쌀 막걸리의 생산을 기다릴 정도다. 당연히 생산 물량은 완판이 된다. 햅쌀 막걸리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은 여전한 것이다.

한동안 침체했던 막걸리 산업을 되살리려는 여러 사업이 시도되고 있다. 새로운 사업들이 정착하는 데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햅쌀 막걸리는 다르다. 이미 햅쌀이라는 좋은 이미지가 있다. 햅쌀 막걸리 시즌 행사에 소비자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내년에는 더 많은 업체가 참여하는 햅쌀 막걸리 행사가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대형((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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