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없어진 야후코리아에서 연재했던 작품 가운데 주목할 만한 작품이 뭐였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나는 바로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을 꼽곤 했다.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의 주인공 한가연은 혼인식을 얼마 안 남겨두고 부모님과 가족여행을 떠났다가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본인도 온몸에 심한 화상을 입는다. 약혼자는 유학을 핑계로 도망가고, 동네 아이들은 화상 입은 가연을 “사람 잡아먹는 괴물”이라고 놀리기 일쑤다. 하루하루 절망에 진저리치던 가연의 옆집에 새로운 인연이 이사를 온다. 살아갈 이유를 모두 잃고 절망하던 가연에게 이 인연은 희망이 될까, 또 다른 절망이 될까.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은 2010년 야후코리아 카툰세상에서 19회까지 공개한 작품으로 당시 스물한살이었던 작가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원숙한 솜씨를 보여준 바 있다. 당시 작품은 웹툰으로서는 독특하게 흑백 대비를 잘 활용했고, 삶의 소중함과 행복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돋보였다. 삶에서 중요한 건 외적인 조건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잘 담아낸 점도 눈길을 끌었다. 야후코리아 철수 이후 볼 방법이 없던 이 작품이 봄툰을 거쳐 지난달 10일 네이버 웹툰에서 ‘24시간마다 무료’로 공개되고 있다. 가연의 쌍둥이를 그린 2부도 포함되어 있으니 아직 못 본 독자분이라면 꼭 일독하시길 권한다.
서찬휘(만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