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고품질 영상 방송을 개인이 능히 해내는 시대가 되었다. 대중이 지상파나 케이블 티브이(TV) 채널보다도 유튜브를 더 많이 보는 요즘 세태에서 ‘스트리머’(스트리밍을 통해 인터넷 방송을 하는 사람)라는 직업에 대한 관심은 당분간 계속 높아질 것 같다. 오늘 소개하는 <현세이의 보이는 라디오>는 이러한 세태를 고스란히 반영한 웹툰이다.
다음 웹툰 연재작인 <현세이의 보이는 라디오>는 급성 백혈병에 걸린 현세이가 항암치료를 받으며 겪었던 이야기들을 1인 방송을 통해 술회하는 구조다. 작중 현세이는 백혈병 진단부터 치료 과정에서 겪은 고통까지 1인 방송을 통해 소개한다. 의지가 되어준 병실 동료와의 일화도 진솔하게 전달한다. 읽다 보면 1주일에 한 번 연재하며 댓글 받는 웹툰이 스트리머들의 방송과 제법 닮았다는 생각도 든다.
한데 처음엔 색다른 암 투병기인가 했던 이야기는 어느 틈에 스트리머로서 겪은 일화들로 넘어간다. 작정한 음해에 증거자료로 해명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는 주인공의 모습은 근래 인터넷 문화에서 그리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음해를 주도하는 악역의 사고 전개 방향이나 낮은 입체성은 다소 볼썽사납지만, 실상 그런 인물상마저 현실에 많이 실재한다는 점에서 쓴웃음을 짓게 된다. 주인공 세이가 이 재난 같은 상황을 그나마 덜 힘겹게 극복해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서찬휘(만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