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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여름의 맛’, 클릭 몇 번으로 대령이오

등록 2020-09-03 09:28수정 2020-09-03 14:02

최근 다양한 배달음식 플랫폼 생겨
수산물만 배달하는 ‘오늘회’
유명 요리사 막국수 출시도
탈북 출신 요리사 윤선희도 ‘평냉’ 출시해
회 배달 플랫폼 '오늘회'에서 배송 받은 ‘구국집’ 물회. 박미향 기자
회 배달 플랫폼 '오늘회'에서 배송 받은 ‘구국집’ 물회. 박미향 기자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팔리는 평양냉면 개수가 달라진다는 외식업계 얘기가 있다. 그만큼 날씨는 외식업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올해는 폭염이 몰아쳐도 얼음이 찰랑거리는 평양냉면 한 그릇 먹기가 녹록지 않다. 코로나19의 습격 때문이다. ‘여름의 맛’은 닿지 않는 곳에 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최근 유명한 요리사나 평양냉면집 주인이 배달식 ‘여름의 맛’을 준비했다. 랜선 클릭 몇 번이면 집에서도 근사한 ‘여름의 맛’을 즐길 수 있다.

회 배달 플랫폼 '오늘회'에서 배송 받은 ‘딱새우물회.
회 배달 플랫폼 '오늘회'에서 배송 받은 ‘딱새우물회.

■ 내 식탁에 물회, 맛집 저리 가라네

본래 물회는 노동의 대가로 먹은 음식이다. 어부가 땡볕에 한나절 생선을 잡고 난 후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흠 있는 생선 쪼가리를 밥과 함께 비벼 먹으면서 탄생했다. 애초 물회의 꼴은 1970~80년대를 거치면서 변했는데, 어부의 선택 사항이었던 육수가 보편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밥보다 면이 더 친숙한 젊은 층 때문에 국수를 만 물회를 내는 식당도 늘었다. 속초, 제주, 포항, 장흥 등 바닷가 마을에나 가야 진짜배기 물회를 먹을 수 있는데, 배달음식 플랫폼이 발달하면서 최근엔 집에서도 즐기게 됐다. 대표적인 플랫폼이 3년 전 문 연 ‘오늘회’다. 오늘회는 4가지 생선 물회를 배송한다. ‘딱새우 물회’(1만8900원) ‘해물모듬물회’ ‘송어물회’ ‘꼬막물회’ 등이다. 지난달엔 속초의 유명한 물회집 ‘구구집’ 물회도 한시적으로 팔았다.

회를 배송한다고? 회는 신선도가 생명이다. 배달 과정에서 문제는 없을까? 플랫폼 오늘회를 운영하는 오늘식탁 김재현(37) 대표는 “배송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것으로 해결하려고 한다”고 말한다. 소비자가 배송받을 날을 미리 지정해 당일 받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수산물만 취급하는 오늘회 론칭에는 김 대표의 과거 이력이 바탕이 됐다. 생활디자인을 전공하고 위메프, 홍보 대행사 등에서 온라인 마케팅 업무를 했던 그. “거제의 한 선장님을 돕게 되었다. 서울에 생선을 팔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는 이였다.” 거제 한 선장과의 인연이 지금에 이르게 했다고 한다.

오늘회에 열광하는 소비자층은 주로 20~30대다. “1인 가구가 많은 20·30세대의 소비 패턴에 맞게 1인분씩 소분해 메뉴를 개발한 게 인기의 요인”이라고 한다. 부동의 인기 메뉴는 ‘딱새우 물회’. 제주 딱새우가 재료다. 먹기 좋게 껍질을 깐 새우살은 새큼하고 달콤한 육수를 호령하면서 혀를 부추긴다. ‘이래도 맛있다고 안 할 거냐!’라고 말이다. ‘구구집 물회’는 젖살 오른 아이 뺨처럼 댕댕한 회가 구구집만큼 넉넉하다. 후루룩 물회를 마시듯 먹게 되는데, 식탐을 욕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배달음식. 요리사 정호영의 막국수. 박미향 기자
배달음식. 요리사 정호영의 막국수. 박미향 기자

■ 강원도의 맛, 메밀국수가 안방에!

먹거리는 지역의 식재료 생산 조건에 영향을 받는다. 생산량이 많은 식재료가 음식 태동에 주요한 요인이 되는 것이다. 막국수라고도 부르는 메밀국수가 대표적이다. 메밀국수의 고향은 강원도다. 메밀 생산에 적합한 기후 조건을 갖춘 강원도에서 메밀을 주재료로 하는 메밀국수가 태어난 건 당연한 일이다. 익반죽한 메밀가루 덩어리를 숭덩숭덩 썰어서 시원한 김칫국물에 말아 먹는 메밀국수. 명태식해 등을 올려 국물 없이 비벼 먹기도 한다. 명태식해의 고향도 강원도다. 여름철 시큼한 국물에 뚝뚝 끊기는 메밀 한 젓가락이면 땀방울이 어디론가 사라진다. 강원도 양양군 일대엔 막국수 촌이라고 부를 정도로 전문점이 모여 있다. 가고 싶으나 갈 수 없는 먼 나라가 되어버린 지역. 유명한 요리사들이 나섰다.

요리사 이유석이 만든 비빔막국수. 박미향 기자
요리사 이유석이 만든 비빔막국수. 박미향 기자

일식 요리사 정호영(44)씨가 배달식 ‘봉평 메밀막국수’(4인분·9900원)를 출시했다. 그는 “강원도에 있는 지인을 돕겠다는 생각에 시작했다”고 말한다. 강원도에 있는 메밀 면 제조 공장에 국산 메밀 함량을 50%로 올린 레시피를 전달했다고 한다. 프랑스 음식 전문가인 이유석(39) 요리사도 ‘명태회 비빔 막국수’를 출시했다. 6월 출시한 ‘명태회 비빔 막국수’(6900원)는 그가 운영하는 식당 ‘유면가’의 막국수와 조금 다르다. “업장에서는 30초 만에 익게 하기 위해 면의 두께를 0.9㎜로 했지만, 배달 음식용 막국수는 두께를 1.3㎜ 정도로 만들었다. 2분 정도 삶아도 식감이 떨어지지 않게 했다.” 국수 위에 올라간 명태식해는 속초 한 생산업체를 섭외했다고 한다. 이 둘은 강원도의 맛을 그대로 배달 막국수에 녹여냈다. 판매 플랫폼은 마켓컬리다.

‘삼원가든 서울식 물냉면'. 박미향 기자
‘삼원가든 서울식 물냉면'. 박미향 기자

■ 평양냉면도 배달되네!

<100년 전 우리가 먹은 음식>엔 백석, 김랑운, 김소저 등 글쟁이들의 음식 얘기가 가득하다. 월급날이 5일이나 지나고서야 겨우 받은 쥐꼬리만 한 돈 봉투를 들고 외상값보다는 냉면 한 그릇을 먼저 떠올린 에스(S)신문사 기자를 그린 단편 <냉면>과 ‘여름날 열기가 상당히 높은 평양에서 더위가 몹시 다툴 때 흰 벌덕대접에 주먹 같은 얼음 덩어리를 속에 감추고 서리서리 얽힌 냉면!’이라고 쓴 김소저의 시 ‘사철 명물 평양 냉면’은 우리 민족이 냉면에 얼마나 천착하는지를 보여준다. 분명 우리 몸엔 냉면이 유전되고 있으리라.

2008년 탈북한 윤선희(55)씨는 고향에서 익힌 평양냉면 맛을 남한에서 재현한 이다. 경기도 일산 백석동에 있는 그의 가게 ‘양각도’는 평양냉면 성지로 알려진 곳이다. 그는 배달음식 ‘양각도 평양냉면’을 재작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첫선을 보였다. 올해 마켓컬리를 통해 본격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윤씨는 “캠핑용으로 구입하는 이가 많은 거로 안다. 흔히 캠핑장에서 고기 많이 먹지 않나. 냉면 생각이 절로 난다는 손님이 많아서 출시를 계획했다”고 말한다.

윤선희 ‘양각도 평양냉면’. 박미향 기자
윤선희 ‘양각도 평양냉면’. 박미향 기자

고깃집에서 마무리 식사로 냉면을 먹는 이가 많다. 이런 이유로 창업한 지 오래된 장안의 유명한 고깃집의 마무리용 냉면은 나름의 명성을 쌓기도 한다. 4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삼원가든의 마무리용 냉면도 그런 축에 든다. 마켓컬리에서 파는 ‘삼원가든 서울식 물냉면’(6715원)은 삼원가든 마무리용 냉면이다. 삼원가든을 운영하는 에스지(SG)다인힐 박영식(40) 사장은 “본래 업장은 동치미 국물인데, (배달음식이라서) 여의치 않아 대신 시큼한 무채와 오이무침이 맛을 보완했다”고 말한다.

여름이 속절없이 가는데, 그저 코로나19를 탓하며 넋 놓고 있을 순 없다. 식도락은 포기할 수 없는 일상의 기쁨이다. 고육지책이지만 ‘랜선 배달음식’ 밥상이라도 차려보면 어떨까.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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