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오픈마켓인 딜리헙에 유료 연재 중인 <얼렁뚱땅 병상일기>는 다드래기 작가의 만화다. 2015년 하반기부터 2016년까지 발표한 이 작품은 <달댕이는 12년차>의 외전으로 <달댕이> 시리즈의 고정 독자들 이외엔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다.
서른두살 독신 여성이자 콜센터 근무자인 조기순씨는 지독한 변비를 겪는다. 매번 변을 볼 때마다 몇 시간을 고통에 몸부림치지만, 변이 잘 나오지도 않아 괴로워했다. 한데 병원에 가 보려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니, 친구는 대장내시경 말고 부인과 진료를 받아보라는 조언을 건넨다. 생리를 시작한 이래 너무나 아팠지만 이해받지 못하고 참으란 말만 들었던 본인의 경험에 빗대어서 하는 조언이었다.
작품은 지독한 변비인 줄 알았던 병이 사실은 난소의 혹임을 알게 되어 수술받는 이야기다. 병상일지는 의인화한 동물 캐릭터를 통해 풀어낸다. 한데 읽고 있노라면 이 작품이 드러내고자 바가 단순한 부인과 수술 투병기라거나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된다.
작품은 여성의 질병에 관해 남성은 물론 사회 전반이 정말 무지하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여기에 남성들이 여성을 향해 저지르는 몰이해와 눈치 없음, 위계 폭력이 어떤 형태로 일어나는지를 콜센터를 무대로 드러낸다. 콜센터는 근무자 모두 여성인데, 관리자만 남성인 조직이다. 읽고 있자면 병에 관한 이야기를 넘어 이 땅의 여성들이 이 사회에서 느끼고 있는 압박의 무게가 보인다.
서찬휘(만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