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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싱그러운 여름의 맛, 막국수 명가를 가다

등록 2020-08-20 09:25수정 2020-08-20 09:41

이우석의 밥방곡곡
‘춘산메밀꽃’. 사진 이우석 제공
‘춘산메밀꽃’. 사진 이우석 제공

메밀. 이제 곧 순백의 소금 같은 꽃잎을 틔울 게다. 수확은? 아직 멀었다. 충남 공주시. 메밀과는 별로 상관없는 지역이다. 평창군 봉평면이 유명하지만, 국내산 메밀 대부분은 제주에서 난다. 하지만 공주시에는 메밀막국수를 파는 아주 유명한 집이 있다. 이름하여 ‘춘산메밀꽃’이다. 참고로 메밀꽃은 ‘춘산’(春山)이 아니라 ‘추야’(秋野)에 핀다. 이 집은 인근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맛있다고 소문났다. 얼마 전 지인 한 명이 “소문난 막국숫집을 많이 다녔지만 난 그 집이 제일 입에 맞는다”고 당당히 말하는 것을 들었다. 동의한다. 지난여름 맛본 그 집 막국수, 참 맛있었다.

모양새나 담음새, 그리 특별할 것 없다. 특별한 제면과 양념을 강조하는 몇 집을 제외하고 강원도권이나 수도권 국숫집에서 내는 막국수는 대부분 그리 생겼다. 얼룩박이 메밀 면에다 김 가루에 참깨에 메밀 싹까지. 맛은 다르다. 입술을 동그랗게 말고 호로록 빨아들이면 거친 메밀이 차가운 육수를 품고 매끄럽게 타고 올라온다. 목구멍까지 금세 빨려들지만, 우물우물 씹으며 향을 즐겨야 한다. 김 가루도 참깨도 도저히 해치지 못하는 육수의 육향은 싱그러운 여름을 닮은 맛이다. 비빔국수도 양념 맛이 좋다. 꽤 화끈하지만, 차가운 온도에 밀려 적당히 느껴진다. 차갑게 먹는 것을 고려했음이 틀림없다. 살얼음 살짝 낀 육수를 따로 주는데 반쯤 먹다 물국수로 먹어도 된다.

‘춘산메밀꽃’. 사진 이우석 제공
‘춘산메밀꽃’. 사진 이우석 제공

냉면용 무김치와 백김치를 따로 주는데, 이것도 별미다. 겨울도 아닌데 무맛이 꽤 구수하다. 약간 새큼한 김치가 입맛을 돋운다. 차가운 육수 속에서도 제 목소리를 단단히 낸다. 양은 많은 편이지만 기름기 별로 없이 담백하기에, 삼겹살을 폭신하게 삶아낸 수육과 곁들여도 좋다. 구수하고 바삭한 빈대떡이나 매콤한 김치가 든 메밀전병을 함께 맛봐도 균형이 맞다. 최소한 둘이 전병 한 접시쯤은 곁들여야 배가 쉬 꺼지지 않는다.

막국수나 전병, 빈대떡 모두 8000원이라서 계산서도 시원하다. 나오다 2000원 더 싼 메밀왕만두를 발견하면 문득 싸가고 싶어질 듯하다. 메밀이 메밀을 부른다. (춘산메밀꽃 막국수/041-858-5506/충남 공주시 반포면 금벽로 1336)

이우석(놀고먹기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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