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잘 모를 때 눈 감고 저지르고 삽질을 거하게 치른 끝에 살림의 용사로 거듭나는 게 자취의 왕도라면 왕도다. 네이버 웹툰에서 6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자까 작가의 <독립일기>는 바로 그런 왕도에 엉겁결에 내던져진 만화가의 일상을 잘 드러나는 만화다.
자까 작가는 전작 <대학일기> <수능일기>에 이어 자신이 겪었던 일상을 개그 터치를 통해 예의 극사실주의(?)로 보여준다. 어떤 댓글이 말해주듯 방송 <나 혼자 산다>보다는 젊은이 판 <미운 우리 새끼>에 가까운 이야기라는 점이 1차적인 개그 포인트인데, 조금 읽다 보면 문득 이런 자취 이야기가 그간 없었던 게 아님에도 어째서 <독립일기>가 신선한지 알게 된다. 젊은이가 맞닥뜨리는 첫 독립생활의 풍경이란, 세대를 거듭해도 달라질 게 없는 듯하면서도 또 세대와 시대마다 적잖게 다를 수밖에 없다. 중요하게 여기는 대목, 목표, 소품 등 하다못해 위험 요소와 그에 대한 방비책도 말이다.
자취력 만렙인 주인공이 팁을 알려주는 형태와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팁을 댓글을 통해 받고 싶어 하는 작가의 의도(?)가 보인다. 하지만 그 과정 하나하나가 자취를 고민하는 이들과 이미 독립을 쟁취한 이들의 공감과 자발적 수발을 부추기는 점도 이 작품이 주는 소소한 재미다. 작가의 즐겁고 유쾌하며 더없이 안전한 독립생활을 기원한다.
서찬휘(만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