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왠지 올 것 같지 않던 미래였다. 수십년 전 사람들은 2020년을 다양한 코드로 그렸다. 유토피아이거나 디스토피아이거나 말이다. 지금 2020년은 그 사이 어디쯤 있는 걸까? 코로나19 여파로 더 가늠하기 어려워진 시대다.
웹소설도 시대적 상황이 반영되어 경계가 넓어지고 있다. 지친 현실을 탈출해서 생경한 먼 세계로 가거나 과거 어느 시점으로 회귀하는 이야기들은 이제 조금 더 구체적이고 가까운 미래의 시공간으로 뻗어 나가는 중이다.
이지아 작가의 <버려진 우주선의 시간>도 이런 웹소설 트렌드에서 발맞추는 듯 새롭고 흥미롭다. 판타지 웹소설이 주로 다룬 주술, 마법 등의 초현실적인 내용에 익숙한 이라면 이 작품은 낯설 수도 있다. 머지않은 미래의 토성을 배경으로 한 본격 에스에프(SF) 웹소설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캐릭터도 빙의하거나 레벨업 하는 인간과는 사뭇 다르다.
토성을 정찰하던 중 주인에게 버려진 우주 정찰선 티스테가 주인공이다. 티스테는 인간과 흡사한 감정을 느끼는 인공지능(AI) 우주선이다. 자신을 버린 주인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인공지능과 그의 앞에 등장한 생계형 해커 룻이 펼치는 모험은 애틋하고 감동적이다. 완성도 높은 문학 작품을 읽는 듯하다. 인간의 옷을 입게 된 우주선이 느끼는 용서, 이해, 약속에 대한 이야기가 당신의 현실에선 어떤 여운을 남길지 궁금해진다.
이수현(웹소설 엠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