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는 유난히 사건·사고가 잦았다. 그 사고 가운데 1995년 6월29께 일어나 한동안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는 그야말로 정점이었다. 기둥만 남긴 채 그대로 주저앉은 백화점 풍경은 티브이(TV) 브라운관을 통해 연신 흘러나왔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서 아연하고 있던 때, 외출했다 귀가하신 아버지의 한 마디가 나를 재차 얼어붙게 했다. “몇 시간 전에 저기 있었다.” 어쩌면 나는 그날 유가족이란 이름을 달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또다시 그날이 돌아왔다. 이때쯤 읽어야 하는 작품이 있다. 웹툰 <삼풍>이다.
<삼풍>은 삼풍백화점이 붕괴하고 1주일간의 이야기를 담은 팩션(사실에 바탕을 두고 작가가 상상력을 더하여 쓴 창작물) 웹툰이다. 픽션을 가미했지만, 기본적으로 그때의 일들을 따라가면서 독자들에게 백화점이 왜 붕괴했는지를 담담하면서도 다층적으로 알려준다. 또한 아울러 이 ‘사건’이 비단 한 악덕 업체만의 문제가 아님을, 이를 잊는다면 다음 희생자 또는 유가족이 내가 될 수 있음을 통렬히 보여준다.
작품 말미에도 나오지만, 삼풍백화점 추모 위령탑은 백화점 터가 아닌 다른 곳에 세워졌다. 비극을 피해자들의 것으로 한정해 적극적으로 잊히길 바라는 사람들이 있음을 연재 당시에 터졌던 세월호 참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던 건 얄궂은 일이었다. 어쩌면 이 작품은 그 당시 일부의 날 서고 애먼 반응까지 포함해 ‘완성’되었는지도 모른다. 다시 한 번 희생당한 이들의 명복을 빕니다.
서찬휘(만화 칼럼니스트)